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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작 김석범 ‘까마귀의 죽음’ 재발간...5일 번역·평론가와 발간기념 대담


4.3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1957년, 제주4.3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소설집 <까마귀의 죽음>이 30여년 만에 새 모습으로 제주도민들과 만난다. 소설 속 여전히 살아 숨쉬는 메시지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새 책의 번역, 평론가와 함께하는 대담회도 마련된다.

도서출판 각은 5일 오후 5시 제주시 중앙로 옛 제주대학교 병원 앞 자양삼계탕 2층에 위치한 각 북카페에서 <까마귀의 죽음>(382쪽, 도서출판 각, 1만9000원) 발간기념회를 개최한다.

1957년 김석범 선생이 발표한 <까마귀의 죽음>은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이기도 하다. 4.3이란 거대한 역사의 돌풍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火山島)>의 마중물격인 작품이기도 하다.

최초 일본에서 출판된 <까마귀의 죽음>은 4.3이 40주년이 되던 1988년 국내에 처음 출판됐다. 30년 동안 절판된 채 쉽게 만날 수 없는 책이었지만, 지난 4월 초판 번역자였던 김석희 선생이 4.3평화상 수상을 위해 제주에 온 김석범 선생에게 재발간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1925년 제주 출신 부모 아래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김석범 선생은 여러 차례 제주를 오가며 글로서 제주와 4.3을 세상에 알리는 데 인생을 바쳤다. 

<까마귀의 죽음>을 비롯해 <밤>, <사기꾼> 등을 썼고, 4.3을 다룬 대하소설 <화산도>로 일본에서 ‘오사라기 지로상’(1984년), ‘마이니치예술상’(1998)을 수상했다. 올해 4월에는 ‘제주4.3평화상’ 초대 수상자라는 영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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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범 선생. 사진제공=도서출판 각. ⓒ제주의소리
<까마귀의 죽음>은 소설로서 4.3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억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더욱이 2015년의 말미를 향하는 지금도 4.3을 흔들려는 손길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작품의 가치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김동윤 문학평론가(제주대 교수)는 작품 평론에서 “4.3은 지역과 국가를 넘어서는 거시적 시야를 분명히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구적 차원에서 평화와 인권에 기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4.3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라며 “김석범이야 말로 이미 수십 년 전에 그러한 거시적 시야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까마귀의 죽음>은 지금, 여기에서도 빛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저자 본인 역시 재발간을 기념한 서문에서 “오래된 흔적만 남기고 그 모습을 숨겼던 이 책에 다시 새 옷을 입히고 한라산이 보이는 널리 트인 4.3의 광장으로 데려다 주었으니 고맙지 않을 리 없다”고 특별한 소감을 전했다.

재출판을 기념해 5일 오후 5시 각 북카페에서 책 대담이 열린다. 초판에 이어 다시 번역을 맡은 김석희 씨, 책 평론을 맡은 김동윤 교수,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김석범 선생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 조동현 씨가 함께한다. 대담 사회는 김수열 시인이 담당한다.

발간기념회는 대담과 함께 막걸리, 빙떡 등의 다과가 함께하는 푸짐한 모양새로 진행된다. 기념회 참가비는 책값(1만9000원)을 포함해 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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