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심곡(解心曲), 마음을 풀이하는 노래
해심곡(解心曲), 마음을 풀이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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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의 제주, 신화 2] (21)차사본풀이 5-차사본1 해심곡

1. 저승으로 떠나는 마음을 풀이한 노래

<차사본풀이>에 들어가려면, 본풀이를 창하기 전에 서두에 먼저 불러야 하는 마음노래가 있다. 저승세계로 들어가는 마음노래, 우리는 이를 해심곡이라 한다. 그러면 ‘해(解)+심(心)’ ‘마음을 풀이한다’는 곡(曲), 해심곡(解心曲)은 무엇을 풀이하고 있을까?  

차사가 죽은 영혼들을 데리고 저승으로 떠나는 분위기는 심장하다. 해심곡이라 하는 것은 슬픔을 삭이며, 비새[悲鳥]처럼 울며,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의 노래이니 이를 해심곡(解心曲)이라 한다. 그리고 해심곡은 ‘차사(差使)의 노래’지만, 차사가 저승으로 데려가는 영혼(靈魂),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입장에서, 덤덤하게 죽음을 풀이하는 ‘영신(靈神)의 노래’이며, 죽음의 세계를 풀이하는 이야기의 시, 서사시(敍事詩)이다. 그러므로 차사본풀이의 서시(序詩) 해심곡(解心曲)은 ‘죽음의 노래’, 죽음대한 마음의 노래, 영혼을 동반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차사의 심정을 노래하는 구비서사시 ‘지옥풀이’라 하는 것이다. 해심곡은 열지옥(十王)풀이다.

첫 번째 지옥 진광대왕(秦廣大王)이 지키는 도산지옥(刀山地獄)은 칼선다리(刀山橋) 위에 칼날 타 나가고 칼날 타고 들어오는 지옥(地獄)이다.
두 번째 지옥 초강대왕(初江大王)이 지키는 화탕지옥(火湯地獄)은 끓는 물에 담가서 죄를 주는 지옥이다.
세 번째 지옥 송제대왕(宋帝大王)이 지키는 한빙지옥(寒氷地獄)은 얼음(氷) 속에 묻어놓고 죄(罪)를 주는 지옥이다.
네 번째 지옥 오관대왕(伍官大王)이 지키는 검수지옥(劍樹地獄)은 시퍼런 은장도(銀粧刀)로 살 한 점씩 떨어놓으며 죄(罪) 마련하는 지옥이다.
다섯 번째 지옥 염라대왕(閻羅大王)이 지키는 발설지옥(拔舌地獄)은 집게를 가져 들어 혀[舌]를 뽑는 지옥이다.
여섯 번째 지옥 변성대왕(變成大王)이 지키는 독사지옥(毒死地獄)은 독사(毒蛇)로 몸을 감아 죄(罪)를 마련하는 지옥이다.
일곱 번째 지옥 태산대왕(泰山大王)이 지키는 거해지옥(拒骸地獄)은 큰 톱 작은 톱 가지고 들어와 열두 뼈 켜가며 죄(罪) 마련하는 지옥이다.
여덟 번째 지옥 평등대왕(平等大王)이 지키는 철상지옥(鐵床地獄)은 철판(鐵板) 위에 올려 앉혀 밑으로 풀무질 해 죄(罪) 마련하는 지옥이다.
아홉 번째 지옥 도시대왕(都市大王)이 지키는 풍도지옥(風塗地獄)은 남자 죄인 항아리 씌워 바람 길에 앉혀 놓고 여자 죄인 솥[釜]을 씌워 바람 길에 앉혀 놓고 죄(罪) 마련하는 지옥이다.
열 번째 지옥 십전대왕(十轉大王)이 지키는 흑암지옥(黑暗地獄)은 서천꽃밭(西天花田) 올려 보내, 업게나청(아기업저지들)을 마련하는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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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선 심방이 <차사본풀이>를 창하고 있다. 해심곡은 이 창을 하기 전 서두에 먼저 불러야 하는 노래를 말한다. ⓒ 문무병

2. 열주육(十地獄)풀이, 해심곡(解心曲)

시주(施主)님아, 시주님아 이 내 말을 들어보소.
인간세상에 사람이 탄생할 때,
석가여래[釋迦如來] 공덕으로
아버님 앞에  흰 피 받고, 어머님 앞에 검은 피 얻어
살 설어 석 달, 오장(五臟) 설어 석 달, 뼈 설어 석 달,
아홉 달 열 달 준삭(準朔) 채워
어머님 몸에서 금세상(今世上)에 탄생하면,
한두 살엔 철을 몰라  부모 몸에 자라나고
열다섯 십오 세가 넘고 이십 스물 가까워지면,
부모의 예문예장(禮文禮狀)들여 혼인(婚姻)을 하면
백년동거(百年同居)하며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에서
영화롭게 살려다가 성하던 몸에 병(病)이 드니
인삼 녹용이 허사(虛事) 되고 불사약(不死藥)도 허사로다.
열시왕(十王) 장적(帳籍) 보니 검은 낙점(落點)이 절로 찍혀
이 내 정명(定命)은 끝이로구나.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차사본풀이의 서시(序詩)는 해심곡(解心曲),  죽음대한 마음의 노래, 영혼을 동반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차사의 심정으로 지옥풀이를 해 나간다.]

천황차사(天皇差使) 월직사자(月直使者) 지황차사(地皇差使) 일직(日直)님
인황차사(人皇差使) 어금부도사(御禁府都事)
저승 가면 이원사자 적패지(赤牌旨) 받아 인간세상 내려올 때,

차사의 차림을 보니,
남방사주(藍紡紗紬) 솜 놓은 바지,
백방사주(白紡絲紬) 저고리에
자주명주(紫朱明紬) 벌통행전[筒行纏] 백릉(白綾) 버선
섭숭[夾袖]미투리 낙곡지(紙類)로 들메끈 메고
산쉐털[野牛毛] 흑두전립(黑頭戰笠) 망에 붙인 굴망깃털
허우레비 허튼짓(허울허울 흩어진 깃) 눌롸뜬 조심친(蜜花貝纓),
한산(韓山)모시 겹두루마기 남수화주 적쾌자(藍水禾紬 赤快子)
옆에 찬 건 홍삿줄[紅絲繩] 적패지(赤牌旨)는 옷고름에 차고,
말방울에 더거리(미상)여 석자오치(三尺五寸) 팔찌거리(활통을 소매에 걷어 매는 띠) 용두머리 행차(行次) 베(용두머리에 감아 죄인을 잡아 묶어 옮길 때 쓰는 밧줄) 등에 지고, 앞에는 날 용자(龍字), 뒤에는 임금 왕자(王字),
봉의 눈(鳳眼)을 부릅뜨니, 차사행차 완연(宛然)하다.
차사님이 인간세상 내리시니 강림차사가 적패지(赤稗旨) 받아,
벌떼 같은 강림차사 ‘나이 ○○살’ 신병(身病)으로 뉴울어(쇠약해져)
천정을 벗 삼고, 축보름(흰벽)을 의지 삼아
찾는 것은 찬 냉수, 부르는 건 가속(家屬)일세.
지남석(磁石)처럼 눌러붙어 일어나지 못하니,
약을 쓴들 약효가 있으며, 향로향합(香爐香盒) 불을 피워
산천기도(山川祈禱) 하실망정 산신령인들 있겠는가.
중을 불러 목탁을 쳐 부처님께 불공 한들 부처님 은덕이 있겠는가.
무녀(巫女) 불러 굿을 한들 굿덕인들  있겠는가.
먹던 수저 그만 두니 내 갈 길이 막연하구나.
벌떼 같은 강림차사(姜林差使) 신당(神堂)에다 적패지(赤稗旨) 붙여
이내 생명 알게 되니 차사님이 달려들고
문전님전 세어서 문전으로 못내 들고
뒷문으로 들자하니 뒷문전이 세어서 뒷문으로 못내 들고
조왕(竈王)으로 들자하니 조왕할망 세어서 조왕으로 못내 들어,
벌떼 같은 강림차사 지붕상상 주추마루 상구멍을 뚫어서
부엌[竈王間]을 바라보니 조왕할망 소닥소닥(꾸벅꾸벅)
삼덕앉아(엉덩이를 붙이고 두 다리를 구부려 세워 앉은 모양, ‘덕’은 솥을 받혀 앉히는 돌) 졸고 있더니,

강림차사 옆에 찬 홍삿줄(紅絲)을 내어놓고
조왕 할망 결박시켜 한 발로 밟아가니 조왕 할망 말을 하되,
“한 베 코만 누겨줍서. ‘나이 ○○ 아무개’ 누운 방을 이르겠습니다.”
조왕 할망이 조단조단(자상하게) 이르니,
벌떼 같은 차사님은
누운 방을 열어놓고 우레 같은 소리 벌떼 같이 울려가니
‘나이는 ○○ 아무개’ 초혼 이혼 삼혼(三魂)이야 창문밖에 나갔구나.
원구자(願求者)가 말하기를 “차사님아, 차사님아, 한 배코만 누겨줍서. 부모 처가속(妻家屬) 어린 자식 불러놓고 만단사실(萬端事實) 일러두고 가오리다.” 인정(人情) 없는 차사님은
“행찻길(行次路)이 바빴으니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손에 오라 발에 족쇄(足鎖) 채워가니, 손톱 발톱 검은 피가 서 가고,   
“차사님아, 차사님아, 마지막에 찬 냉수 한 술 먹고 가오리다.”
인정 없는 차사님은  발뒤축 삼세번 차 놓으니 눈동자도 저승이요.
목에 큰칼  씌워가니 목에서는 대톱소리 소톱소리가 절로 나고,
이별이여, 이별이여, 저승길이 어딜런고.
창문밖에 나서니 저승길이 완연하고,

저승길 질치기

대문밖에 나서니 명왕길이 완연하구나.
초혼(初魂) 불러 초혼 씌우고,
이혼(二魂) 불러 이혼 씌우고,
삼혼(三魂) 불러 삼혼 씌우니,
천년만년 살 데 저승길이 내 살 길이네.        
무주공지(無主空地) 낙낙장송(落落長松) 군왕지지(君王之地) 엄토(掩土)하니
진토(塵土)는 집을 삼고, 두견(杜鵑)새는 벗을 삼아
천년만년 살 데가 세경 땅이 진토로다.
저승이여, 저승이여, 멀다더니
갈 때의 길도 열네 거림길(열늬 징거)
올 때의 길도 열네 거림길, 가고 옴에 스물여덟 거림길이로다.
창문 밖을 나서니 저승길이 완연하고,
명왕길(冥王路)이 멀다더니 대문 밖에 명왕길(冥王)이로다.
인간세상 살고 보니 역적도모(逆賊圖謀) 살인강도(殺人强盜)
불효(不孝)한 행동이 많건만 저승길은 맑고 맑은 능수능장법(모든 것이 사리가 바르고 맑은 법)이로다.
초군문(初軍門)을 들어서니,
초대장(初大將)이 말을 하되, “인정내라(재화를 내놓으라). 사정(事情)내라”
무엇으로 인정 걸까 입은 입성(옷) 한 폭 뜯어
초군문에 초대장에 인정걸어(지달래고) 초군문을 넘어서니,
이군문(二軍門)이 가까이 있구나.
이군문(二軍門)에 도대장(都大將)을
입은 입성 한 폭 뜯어 이군문에 인정걸고(지달래고),
삼시도군문(三都軍門)에 인정거니 오군문(五軍門) 도대장(都大將)이
“감옥(監獄)으로 들어오라.”하여 감옥(監獄)을 들어가니,
“인정달라. 사정달라.”하여, 입은 입성 벗어 바치니,
감옥성방(監獄刑房) 말을 하되
“네가 갈 지옥으로 들어가라.”
지옥(地獄)을 들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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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선 심방이 질침굿을 하고 있다. '질치기'는 저승가는 길을 닦는다는 의미다. ⓒ 문무병

초제 올라 진광대왕(秦廣大王) 도산지옥(刀山地獄) 가보니,
갑자, 갑인, 갑진, 갑오, 갑신, 갑술 여섯 생갑(生甲) 차지로다.
진광대왕 말을 하되,
“너는 인간에서 부모에 탄생하여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느냐?” “그런 바 없습니다.”
“너는 인간에서 배고픈 사람 밥을 주어 급식공덕(給食功德) 하였느냐?”
“그런 바 없습니다.”
칼선다리(刀山橋) 칼날 타 나가고 들어오는 초지옥(初地獄)이 됩니다.
이제(第二) 올라 초강대왕(初江大王) 화탕지옥(火湯地獄) 들어가니,
“너는 인간에서 목마른 사람 물을 주어 급수공덕(給水功德) 하였느냐?”
“그런 바 없습니다.”
“벗은 사람 옷을 주어 착복공덕(着服功德) 하였느냐?”
“그런 바 없습니다.”
을축, 을묘, 을사, 을미, 을유, 을해생(乙亥生)이 차지한 지옥,
끓는 물에 담그면서 죄 마련하는 지옥, 이 지옥을 넘어가니,
제삼(第三) 올라 송제대왕(宋帝大王) 한빙지옥(寒氷地獄) 들어가니,
병자, 병인, 병진, 병오, 병신, 병술생(丙戌生) 차지
“너는 인간에서 부모 효심(孝心) 하였느냐? 일가친족 화목(和睦)하고 동네존장(尊長) 하였느냐?” “그런 바 없습니다.”얼음(氷) 속에 묻어놓고 죄(罪) 마련하는 지옥,
이 대왕 이 지옥을 넘어가니,
정축, 정묘, 정사, 정미, 정유, 정해생(丁亥生) 차지 지옥인데,

제사(第四) 올라 오관대왕(伍官大王) 검수지옥(劍樹地獄),
이 대왕 이 지옥을 들어가니,      
“너는 인간에서 함정(陷穽)에 빠진 사람 건져주고 길 막힌 사람 길을 터 주었느냐?” “그런 바 없습니다.”
시퍼런 은장도(銀粧刀)로 살 한 점씩 떨어놓으며 죄(罪) 마련하는 지옥,
이 지옥을 넘어가니.
무자, 무인, 무진, 무오, 무신, 무술년(戊戌)차지 지옥인데,
제오(第五)는 염라대왕(閻羅大王) 발설지옥(拔舌地獄) 들어가니,
인간죄(人間罪)가 절로 나와, 염라대왕 말을 하되,
“너는 인간에서 부모 조상 말끝에 말 댓구 하였구나. 일가친족 불목하고 동네 존장(尊長) 박접(薄接)하였구나.”집게를 가져 들어 혀[舌]를 뽑는 지옥이로구나.
이 대왕 이 지옥을 지나가니,
기축, 기묘, 기사, 기미, 기유, 기해(己亥生)차지 지옥인데,
제육(第六) 변성대왕(變成大王) 이 대왕에 들어가니,
“너는 인간에서 역적 도모(逆賊圖謀) 하였구나. 살인, 강도, 고문, 도적질 못할 일 하였구나.”
독사(毒蛇)로 몸을 감아 죄(罪)를 마련하는 지옥. 이 대왕을 지나가니,
경자, 경인, 경진, 경오, 경신, 경술생(庚戌生) 차지 지옥인데,
제 일곱(第七)은 태산대왕(泰山大王) 거해지옥(拒骸地獄) 들어가니,
“너도 인간에서 큰길가에 앉아서 돈은 많이 받고 나쁜 음식 주었구나.
되[升] 곯게 주었구나. 말[斗] 곯게 주었구나. 남의 눈 속였구나.”
큰 톱 작은 톱 가지고 들어와 열두 뼈 켜가며 죄(罪) 마련하는 지옥,
이 대왕 이 지옥을 넘어가니,
신축, 신묘, 신사, 신미, 신유, 신해생(辛亥生) 차지한 지옥인데,

제팔(第八)은 평등대왕(平等大王) 철상지옥(鐵床地獄)들어가니,
“너는 인간에서 내 남편 놔두고 남의 남편 우러러 보았구나. 내 부인 놔두고 남의 부인 우러러 보았구나.”철판(鐵板) 위에 올려 앉혀 밑으로 풀무질 해 죄(罪) 마련하는 지옥,
이 대왕 이 지옥을 넘어가니,
임자, 임인, 임진, 임오, 임신, 임술생(壬戌生) 차지한 지옥인데,
제 아홉(第九)은 도시대왕(都市大王) 풍도지옥(風塗地獄) 들어가니,
“너는 인간에서 인간도리(人間道理) 못하고 혼인 풍덕(婚姻風德) 못하고 사모관대(紗帽冠帶) 만상족두리 얹고 혼인식을 못했구나.”
남자 죄인 항아리 씌워 바람 길에 앉혀 놓고 여자 죄인 솥[釜]을 씌워 바람 길에 앉혀 놓고 죄(罪) 마련하는 지옥,
이 대왕 이 지옥을 지나가니,
계축, 계묘, 계사, 계미, 계유, 계해생(癸亥生)이 차지한 지옥인데,
제십(第十) 십전대왕(十轉大王) 밤도 캄캄(왁왁) 낮도 캄캄(왁왁)
흑암지옥(黑暗地獄) 들어가니,
“너는 인간에서 남녀구별(男女區別) 모르고 자식 하나 못나보았구나.”
흑암지옥(黑暗地獄)에 앉혀놓고 서천꽃밭(西天花田) 올려 보내,
업게나청(아기업저지들)을 마련하는 지옥, 이 지옥을 지나가니,
열하나, 지장대왕(地藏大王), 이 대왕 이 지옥을 들어가니,
지장의 몸으로써, 열둘은 생불대왕(生佛大王)
서천꽃밭 궁녀시녀(宮女侍女) 정소남청(미혼남자) 모아놓고,
열다섯 이내가 되는 아기, 간곤(艱困)한 부모에 태어난 아기,
동고랑(도시락) 사기(沙器) 그릇 나무바가지 파먹던 아기,
서천꽃밭 물을 주려 물을 이어 꽃밭 가다
도랑치마(무릎 위에 오르는 짧은 치마) 발 걸려 넘어지던
사기그릇 나무바가지 깨어져서, 서천꽃밭 물을 못 줘
꽃감관(花監官) 꽃성인(花聖人)에 족낭막뎅이(때죽나무 막대기)로 세 번
얻어맞아 인간아방(人間父) 인간어멍(人間母) 부르며 외치며 우는 아기,
“엄마야-” 못 불러본 아기.
“언제면 이 해가 서산(西山)에 기울어져 토란(土卵) 잎에 이슬이나 지면 인간 어머니 젖맛(乳味)같이 여이단목(如以斷-) 싫던 가슴이나 질루리(가라앉히리).” 비새같이 우는 아기,
인간에서 자식 못난 늙은 노인도 아기업저지 마련하는 이 대왕됩니다.

열셋(第十三) 좌두대왕(左頭大王) 심사(審査)하여 들어가니,
열넷(第十四) 우두대왕(右頭大王) 문서(文書)하여 들어가니,
열다섯(第十五) 동자판관 문서 거둬 말을 하되,
“나는 인간에 살아 죄(罪) 많으니, 저승에서도 지옥죄(地獄罪)를 마련하지 못할 테니 귀양살아 또 한 번 죽어서 와야 저승죄를 마련하리라.”
인간으로 귀양을 보내되 우마(牛馬) 마소 동물로나
청구렁이 흑구렁이 청지네 흑지네, 만물 푸십새(초목류)로
인간에 귀양 보내고, 인간에서 죄없이 공드린 사람
동자판관(童子判官) 말하기를,
“너의 소견(所見)대로 이르라. 시왕 상마을로 가겠느냐? 중마을로 가겠느냐? 하마을로 가겠느냐? 줄염당, 말염당, 색효산 노상대, 죽성도 상시당(줄염당에서 상시당까지는 저승 하마을 다음 좋은 곳), 좋은 곳으로 가겠느냐?”
향교훈장(鄕校訓長) 유향좌수(留鄕座首) 별감(別監) 통정대부(通政大夫)
가선대부(嘉善大夫) 가겠느냐?
부인청(夫人)은 들어서면,
“부인 부인(夫人) 감부인(甘夫人) 도대부인 수절부인(守節婦人) 열녀부인(烈女婦人) 부인청으로 가겠느냐? 삼천선비 노는 들로, 궁녀청(宮女) 시녀(侍女) 정소남(貞小男 미혼 남자) 노는 들로 가겠느냐? 청나비(靑蝶) 흑나비(黑蝶) 줄전나비, 꽃 본 나비, 불 본 나비, 나비 몸으로 가겠느냐? 청새(靑鳥) 흑새(黑鳥) 몸으로 가겠느냐?”
동자판관(童子判官) 판결(判決)대로 죄 없는 인간(人間) 사람 소원(所願)대로 가는 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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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순 심방의 등 뒤에 적패지(赤牌旨)가 눈에 띈다. 적패지는 저승에서 주는 일종의 '임명장'이다. 차사가 어느 사람 집 앞에 가서 적패지를 붙이면 그때부터 그 사람은 죽음을 맞았다는 의미다. ⓒ 문무병

천당(天堂)이 있다 한들 천당이 어디 있으며,
왕생극락(往生極樂)이 있다 한들 저승에 왕생극락이 있으리까?
극락(極樂)이라는 것은 우리 인간에 있는 법으로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 남전북답(南田北畓) 넓은 밭
유기재물(鍮器財物)이 넉넉해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근심 수심(愁心)없이 사는 게 극락입니다.
우리 인간은 부모에 탄생(父母誕生)하여 칠십고래희(七十古來稀)고
팔십(八十)이 정명(定命)이라도 잠든 날(日) 잠든 시(時),
병(病)든 날, 병든 시, 근심 수심을 다 버려
단 사오십(四五十)을 지낼 수 있으리까?
부모 놓아두고 자식 가고, 조상 버려두고 자손 가고,
아이 갈 데 어른 가고 어른 갈 데 아이 가는,
저승길은 거슬러 오르는 물, 거슬러 오르는 다리가 됩니다.        

울며 따르는 아기를 버려두고 갈지라도 돌아오지 못하는 이 길은
산이 막혀 못 오며  물이 막혀 못 옵니까?
몇백년 몇천년이 되어도 인간에 돌아 환생(還生) 못하는
‘토란(土卵) 잎에 이슬 같은 인생’ 아닙니까?
저승길이란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거역(拒逆)할 수 없는 길입니다.
우리나라 외팔백(外八百) 내팔백(內八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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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주문천신(朱門千臣) 만국제왕(萬國諸王)
제 대신(諸大臣)이나 왕(王)의 손(孫)이라도
양반이나 중인이나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저승길입니다.
그날 적패지(赤牌旨) 받아옵던 차사(差使)가
오늘 영신(靈神)을 편히 대동하고 온 차삽니다.
차사님 앞에 본디 태어난 곳의 신풀어 드립니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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