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면세담배, 해외여행엔 OK-제주여행엔 NO…‘세수증대’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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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공항 JDC면세점 담배판매 코너. 담배를 구입하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선 풍경은 이곳에서 일상적이다. ⓒ제주의소리DB

제주지역 내국인 면세점에서의 담배 판매 금지가 현실화할 경우 제주도로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아직)결정된 바 없다”고 했지만, 그 가능성까지 닫아놓은 것은 아니어서 연말로 예상되는 ‘제주도 여행객에 대한 면세점 특례규정’ (시행령) 개정의 향방이 주목된다.

11일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JTO(제주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업계 예측대로 담배가 면세 품목에서 빠질 경우 두 기관의 매출 감소는 올해를 기준으로 연간 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JDC 면세점은 올들어 11월말까지 650억원의 담배 매출을 올렸다. JTO는 45억3000만원. 같은 기간 면세점 전체 매출은 JDC가 4503억원, JTO는 511억원이다. 담배 매출의 비중이 각각 14.4%, 8.87%에 달한다. 

JDC는 연말까지 담배로만 750억원(총 예상매출 4850억원의 15.4%), JTO는 최소 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내국인 면세점 매장은 제주공항·제주항(이상 JDC), 제주국제컨벤션센터·성산항(이상 JTO) 4곳이다. 이중 성산항은 여객선 운항 중단과 함께 개점휴업 상태다.

물론 두 기관의 연간 담배 매출 800억원이 고스란히 지역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먼저 담뱃세(갑당 2000원)를 감안해야 한다. 원가도 고려 대상이다. JDC는 그렇더라도 담배 판매 마진이 평균 55%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에 환원돼야할 440억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판이다.

JDC가 내국인면세점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액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재원으로 쓰인다. JTO 역시 해외 마케팅 등 관광객 유치 사업에 모두 투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매출 감소를 만회할 뾰족한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다. JDC 면세점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각 품목의 비중은 화장품(34%), 담배(15% 안팎), 핸드백 등 패션 품목 순이다.

JDC와 JTO의 바람대로 면세품목을 대폭 확대한다 해도 담배가 빠져버리면 매출 감소분을 메울 수 없다는게 두 기관의 걱정거리다.    

JDC는 담배를 제외하고 다른 품목을 모두 풀어도 추가 매출은 연간 150억원, 많아야 2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750억원 대 150억~200억원. 비교가 되지 않은 ‘게임’이다.

현재 제주지역 내국인면세점에서 취급할 수 있는 품목은 15개로 제한돼 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정부가 팔지 못하도록 규정한 품목만 빼고는 모두 팔 수 있다.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이다. 포지티브 방식에 묶여있는 제주지역 내국인면세점들도 당연히 네거티브 방식을 간절히 원하는 상황. JDC의 경우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재부 등에 면세 품목 확대를 건의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선 JDC가 올해 기재부와 협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숙원이나 다름없는 ‘면세품목 확대’와 ‘담배 면세 제외’ 카드를 맞바꿨다는 빅딜설이 한 때 돌았다. 제주에 미칠 실익을 따져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오판을 내렸다는 내용이었으나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두 기관은 한마디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심하게 말해, 기재부가 자신들의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는 터라 불만과 걱정이 가득하지만, 속으로만 삭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JDC 관계자는 “공기업으로서 금연 확산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으나, 타격이 너무 크다”면서 “(매출 감소 만회를 위해)전담반이라도 꾸려야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JTO 관계자는 “기재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할 수 밖에 없지만, 앞으로 지정면세점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업계의 반응은 노골적이다. “만만한 공기업을 희생시켜 세수를 확보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불평도 나온다.

기재부가 담배 면세 제외 카드를 만지막거리는 명분은 사재기 방지와 국민건강 보호 등이다.

하지만 사재기 방지는 ‘1인 1보루’ 제한 규정과 맞물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흡연자를 통한 ‘대리 구매’ 사례도 있지만, 사재기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국민건강 보호도 담뱃값 인상 직후 급감했던 소비가 점차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명분이 약하다. 면세 담배를 팔지 않는다고 흡연인구가 덩달아 줄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제주지역에선 역차별 논란이 일고있다. 그 많은 외국인 면세점을 다 제쳐두고 유독 제주지역의 내국인 면세점만 담배를 못팔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개 외국인 면세점 이용자가 내국인 면세점 이용자 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많다고 보면, 결국 서민의 주머니만 무겁게 할 것이란 비판도 만만찮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로 나간 국민이 1608만명,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이 890만명이라는 통계를 들어 이 자체로 국민건강 보호라는 명분은 땅에 떨어지게 됐다고 단언했다. 해외 여행객은 국민이 아니냐는 논리다. 

아울러 제주에 내국인 면세점을 허용해준 취지가 국제자유도시 조성 등에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마련하라는 측면도 있는 만큼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로서는 ‘국민 건강’을 앞세우면 정서상 불리할게 없다. 여기에다 세수라는 실리까지 챙기게 되니 '품목 확대-담배 면세 제외'는 결코 싫지 않은 카드”라고 말했다.

항간에는 요즘들어 심심찮게 거론되는 제주지역 담배 면세 제외 움직임이 실행에 앞선 기재부의  ‘여론 떠보기’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기재부는 “아직 결정된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재부 측은 그러면서도 연말 시행령 개정을 예고하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여운을 남겼다.

제주 면세점 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될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만 난 것인지 시행령 개정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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