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이야기다, 헛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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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의 제주, 신화 2] (22)차사본 2-강림차사본 줄거리

차사본풀이의 인물과 배경

1. 신화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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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순실 심방이 아침에 신들을 세수시키는 의식인 ‘관세우’를 행하고 있다. ⓒ 문무병

앞의 신화담론 (21)에서 <해심곡(解心曲)>을 이야기했다. 굿본으로서 차사본풀이 앞에 부르는 해심곡 이야기는 좀 넓게 파악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가 중학교 3학년 때(1965년), 동문동 구중동네 할머니 댁에 여름 방학 때 잠시 방 빌려 살 때, 앞집에 살던 우리 할머니 동생뻘 되시는 요멩이(똑똑이) 할망이 공책에 긴 사설을 한글로 적어놓고 시간만 나면 암송하시던 회심곡도 생각해보니 해심곡과 같았고, 절간에서 사십구재 때 부르던  스님의 독경도 굿에서 부르는 해심곡과 비슷했던 것 같고, 조선 중기 서산대사 휴정이 민중을 교화하기 위해 지었다는 불교가사 회심곡도 민요에서 상여노래로 불리는 회심곡도 뿌리가 같은 것이었다.

노래명만 해심곡(解心曲), 회심곡(回心曲) 또는 회심곡(悔心曲)이라 할 뿐, 가사는 대동소이 하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해심곡은 ‘마음을 풀이한다(解)’ ‘마음을 돌이킨다(回)’ ‘마음을 뉘우친다(悔)’의 한자만 다를 뿐이다. 그렇지만 제주의 큰굿 시왕맞이에서  차사본풀이에 서곡으로 부르는 저승 노래,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의 노래 해심곡(解心曲)이 가장 적절한 지점에서 불려지는 <지옥풀이>라 생각한다. 해심곡은 제주에서 완성된 강림차사본풀이에서 “강림차사가 정명(定命)이 다 된 망자의 육신의 껍데기만 이세상[此生]에 두고 영혼을 데리고 저세상[彼生]으로 떠나가는 슬픈 행렬을 생각하게 하는” 노래, 굿의 미학이 느껴지는 영혼의 노래였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신화담론 22의 이야기는 <강림차사본풀이>의 스토리를 만드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본풀이의 시놉시스(줄거리)이다. 시간과 공간은 신화 속에서 서로 통제하여 시간과 공간을 좁히기도 하고 넓히기도 한다. 신화의 시간은 아득한 옛날부터 과거 어느 한 시점 또는 현제 이전의 시간까지, 과거(어제까지)를 이야기한다. 신화의 시간은 선사시대, 역사이전의 시대부터 역사시대의 이야기까지 섞여있다. 신화의 이야기는 옛날 아득한 옛날부터 시작해서 신화에 필요한 사람을 역사 속에서 뽑아내어 신화의 인물로 신격화 한다.

그러므로 <강림차사본풀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이어도 신화에서 신격화되면, 신이거나 인간적 신(역사시대의 영웅) 또는 샤먼(성직자)과 같은 신적 인간이다. 제주의 굿에서는 죽어서 시왕(十王)으로 가는 인간이 아니라 죽어서 삼시왕(三十王)으로 가는 심방, 고(故) 옛 선생,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심방을 말한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죽어서 귀신이 되지만, 신이 되는 인간은 선택된 인간이다. 강림차사본풀이에 등장하는 신들을 보자. 동경국 버무왕(버물왕)과 그의 일곱 아들(아홉 아들), 아들 중에 15세를 정명(定命)으로 태어난 아래로 삼형제, 동개남은중절[東觀音寺]을 지키는 대사(大師), 그리고 그를 돕는 상좌승 소사(小師), 과양생의 처, 과양생의 처가 낳은 아들, 한날한시에 낳고 한날한시에 과거하고 한날한시에 죽은 삼형제, 김치 원님, 관장 강림이, 강림의 큰 각시와 열여덟의 작은 각시, 염라대왕과 열시왕의 신들, 강림이 큰 각시네 집 문전하르방, 조왕할망, 뱀과 까마귀 등 차사본풀이속의 인물들은 동시대의 인물이 아니다.

역사는 동시대의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신화는 시대를 넘나드는 선택된(神格化된) 인물의 세계다. <강림차사본풀이>에서 신으로 그리는 강림은 차사가 된 제주를 본(本)으로 하는 신(神)이지, 조선시대 제주에서 난 인물로만 보거나 강림이 조선시대 사람이니까 강림차사본풀이가 만들어진 제작연대는 몇 년이라 단정하면 신화가 되지 않는다. 신화는 아득한 옛날에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의 인물을 이야기하게 되면, 그 인물이 사는 지명이나 마을이나 나라를 얘기하게 된다. 신들의 위치하는 공간은 방위를 가지며 신화는 신들이 존재하는 풍수를 점치게 된다. 공간은 수직적으로 보면, 하늘과 땅 그리고 산과 바다이며, 수평적으로는 동서남북, 세계 중심이며 우주의 옴팔로스(배꼽)인 제주(濟州), 강남천자국(중국), 천하해동조선국(한국), 일본주년국, 서양 각국하며 주변의 나라(世界)들을 나누어 간다. <강림차사본풀이>의 시작에 등장하는 동경국 버무왕의 7형제 중에 정명(定命)이 15세로 단명한 운명을 타고난 밑으로 삼형제의 이동을 살펴보자.

동경국은 확대된 신화세계의 주변 ‘바다 건너 아득히 먼 동쪽 나라’이며, 신화의 중심인 ‘대사가 살고 있는 제주의 동개남절[東觀音寺]’ 사이에는 신화의 공간이 생겨난다. 그리고 신화의 공간에서는 동경국 버무왕의 단명한 운명을 타고난 삼형제가 동개남은중절[東觀音寺]에 부처를 지키는 대사를 찾아가 부처님께 빌고, 짧은 명과 복을 이어주는 이야기가 완성된다. <강림차사본풀이>의 화소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신화를 완성해 나간다. 신화는 그렇게 계속 수정되는 이야기들 어느 부분은 화석화되기도 하고, 제주형으로 토착화 되기도 하며, 주변부에서 유입된 이야기에 의해 세계화 보편화되는 아득한 세계의 이야기, 주변부의 반역적인 이야기까지도 흡수되어 세계는 확대된다. 그리하여 신화는 알 수없는 힘을 가진 이야기가 된다. 신화는 싸움이 되며, 재미있는 이야기 구라가 된다.

신화는 이야기다. 헛소리가 아니다. 그리하여 그때 낸 법으로 신화의 문법, 이런 삶의 문법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사본은 제주를 중심점으로 놓고 이루어진 <강림차사본풀이>이고, 강림차사는 신이된 제주사람 ‘인간신’이다. 변화 속에 살아남은 것, 더 오래된 우리 것, 민족의 원류인 신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신화를 만들고 있다. <강림차사본풀이>는 제주를 세계의 중심으로 하여 완성된 신화다. 제주의 신화이며 우리 민족의 신화가 된 제주의 열두본풀이도 모두 그렇게하여 만들어진 우리의 신화다. 

2. 신화의 힘, 신화의 나침반[座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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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지. 저승을 향할 때 옷과 신 등을 감싸는 하얀 천을 의미한다. ⓒ 문무병

① <죽음의 예언>
동개남은중절의 대사가 죽기 전에 동경국 버무왕 아들 삼형제의 ‘정해진 목숨[定命]’이 열다섯 살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② <명복을 잇는 불공>
버무왕의 아들은 명과 복을 이으려고 동경국을 떠나 제주의 동개남 은중절에 올라가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다.
③ <과양생의 처에게 삼형제는 죽임을 당한다.>
동개남은중절의 대사는 과양땅이 죽음의 땅이니 조심하지 않으면 동개남절의 불공이 허사가 있다고 삼형제에게 일러줬지만 단명한 3형제는 과양생의 처에게 죽임을 당하고 시체는 주천강 연못에 버려진다.
④ <악연의 연쇄>
과양생의 처는 주천강에서 주어온 꽃을 태워 얻은 구슬을 삼킨 후 태기가 있어 하루에 세 아이가 태어난다.
⑤ <어머니의 저주>
구슬에서 태어난 과양생의 아들 3형제는 어머니의 저주를 받아 한 날 한 시에 한날한시에 과거하고 한날한시에 죽어 버린다.
⑥ <이승문서는 흰종이에 검은 글씨>
김치원님은 똑똑한 강림이에게 염라대왕을 잡아오라고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써서 영을 내렸다.
⑦ <조왕에 축원>
강림은 큰 부인의 도움으로 조왕님께 축원을 올려 강림을 저승으로 보내게 되었다.
⑧ <차사의 복장과 적패지>
강림은 관장패(官長牌)는 등에 지고, 적패지(赤牌旨)는 옷고름에 채워  저승갈 차림을 하다.
그때 낸 법으로
사람이 죽어 명정을 쓸 때는 붉은 바탕에 흰 글자를 쓰는 법이다.
그때 낸 법으로
우리 인간 법도, 사람이 죽기 전에 미리 수의를 차려 놓는 법이다.
⑨ <저승길의 안내자 조왕과 문전>
강림이 조왕∙문전신의 도움으로 저승길을 가다
그때 낸 법으로
신발이나 버선이나 새 것을 신을 때는 좋았지만, 갔다 와서 벗어 던져 버리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 부부간의 법이 마련된 것이다.
그때 낸 법으로
집안에 궂은 일이 있을 때, 문전(門前)과 조왕(竈王)에 축원하면 궂은 일이 면해지는 법이다.
⑩ 저승 이른 여덟 갈림길
⑪ 강림이 염라대왕을 잡다.
그때 낸 법으로
사람이 죽으면 동심결∙운삽∙불삽을 만들어 매장하게 된 것이다.
그때 낸 법으로,
우리 인간도 죽어 갈 때엔 이 차사가 앞장을 서서 이 밧줄로 결박하여 가는 것이다.
그때 낸 법으로,
시왕맞이 때는 시왕의 제상 밑에 사자상을 놓고 큰 시루떡을 쪄 올리는 것이다.
⑫ 강림이 저승에 갔다 오다
그때 낸 법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여섯 마디의 왕대로 상장을 마련하여 대 마디마디마다 아버님 생각하고, 모든 것을 풀어 너그러이 해 주시니, 옷자락 밑을 풀어놓은 상복을 입어 연 삼 년 공을 갚는 법이 마련되었다.
그때 낸 법으로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머구나무 상장대를 만들어 먹먹하게 생각하고, 자주자주 생각하고, 자식에 대한 마음 밑을 감춰 주시니, 밑을 감친 상복을 입는 법이 마련되었다.
그때 낸 법으로
형제간은 열 두 달 소기까지 복 입게 마련했다.
그때 낸 법으로
친족이 죽으면 의무적으로 떡을 부조하는 ‘고적’ 법이 마련되었다.
그때 낸 법으로
호첩들과는 모두 살림을 갈라 동서로 보내 버렸다.
그때 낸 법으로
열녀법이 마련되고, 이승에서 예문예장만 드리면 저승에 가서 남매가 되는 법이 되었다.
⑬ <염라대왕 영혼을 빼았다>
염라대왕 강림이 삼혼을 뽑아 저승으로 가져갔다.
그때 낸 법으로
사람 죽이는 데에 대살법(代殺法)이 생긴 것이다.
그때 낸 법으로
강님이 큰 부인은 강님의 시체를 염습∙성복∙일포제∙동관을 하고, 좋은 땅에 감장하고, 초우∙재우∙삼우제를 지내고, 초하루∙보름 삭망제를 지내고, 소기∙대기를 지내어도 섭섭함이 남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삼명절∙기일제사법을 마련했다.
⑭ 강림이 염라왕의 사자가 되다
그때 낸 법으로
뱀은 죽는 법이 없어 아홉 번 죽었다가도 열 번 살아나는 법이다.
까마귀가 되는대로 전달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자꾸 죽어 갔다. 까마귀가 궂게 울면 좋지 않는 법이다.
⑮ 강림이 동박삭을 저승으로 잡아가다
그때 낸 법으로
강님을 사람을 잡아가는 인간차사로 삼았다.  

3. <강림차사본풀이>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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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진 심방이 시왕맞이 차사본풀이를 구송하고 있다. ⓒ 문무병

옛날 동경국 버무왕에게 아들 칠형제가 있었다. 위로 사형제는 사주팔자가 좋아 장가들어 잘 살고, 아래로 삼형제는 장가를 들지 못했다. 동개남절[東觀音寺] 대사가 사주를 보니 80살이 정명이라 상좌를 불러 앞으로의 일을 자상하게 일러주었다.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해 금법당에 모셔 왕생극락시키고, 동경국 버무왕의 아래로 삼형제는 열다섯이 정명이니, 이 아이들을 법당으로 데려다가 부처님께 공양을 하여 명과 복을 이어주라.” 소사중은 유언대로 화장을 하여 장례를 치르고 동경국 버무왕 아들에게 가서 열다섯이 정명임을 일러준다.

삼형제는 부모님에게 왜 우리는 명과 복을 짧게 낳았느냐고 따진다. 버무왕은 중에게 쌀을 시주하고, 7형제 사주팔자를 가려달라 부탁한다. 중은 위로 사형제는 사주팔자가 좋아 장가들어 잘 살지만, 아래로 삼형제는 15세가 정명이니, 중의 차림으로 법당에 와서 연 삼년 불공을 드리면 명과 복을 이을 수 있다고 한다. 삼형제는 머리 삭발하고 장삼을 입고 가사를 걸쳐 부모님과 작별하고 동개남은중절로 올라가 부처님께 불공을 드렸다.

삼년 불공이 끝나는 날, 삼형제는 부모님을 만나기 위하여 절을 떠났다. 대사님은 과양땅을 지날 때는 법당 공양이 허사가 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 일러준다. 그런데 과양땅에 당도하니 이상하게 시장기가 일어나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길 건너에 기와집이 보였다. 이 집은 과양생의 집이었다. 과양생의 처는 중 차림의 삼형제를 문전박대하였다. 삼형제는 애원하였다. “우린 본래 중이 아닙니다. 정명(定命)이 짧다 하여 동개남절에 명과 복을 잇는 불공을 마치고 오는 길에 시장기가 나서 들렀습니다.”하니, ‘과양생의 처’는 개밥 주는 바가지에 식은 밥을 말아 주었다. 삼형제가 시장기를 멀리고 명주∙비단 아홉 자를 끊어 밥값으로 주니, 과양생의 처는 눈이 휘둥그래 반기면서 사랑방으로 들어와 쉬었다 가라며 주안상을 차려 주었다.  삼형제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과양생의 처는 삼 년 묵은 참기름을 청동화로에 놓고 끓여 왼쪽 귀로부터 오른쪽 귀로 부으니 삼형제는 아버지 어머니 말도 못하고 죽어 버렸다. 과양생의 처는 명주∙비단∙은그릇∙놋그릇을 모두 빼앗고 그날 밤 시체를 주천강 연못에 수장을 해 버린다.

과양생의 처는 주천강 연못에 빨래하러 가 보았다. 연못에는 꽃 세 송이가 떠 있었다. 세 송이를 꺾어 집으로 가져와 앞문, 뒷문과 대청 기둥에 걸었다. 앞문에 걸어 놓은 꽃은 과양생의 처가 마당으로 나갈 때 머리를 매고, 뒷문에 걸어 놓은 꽃은 장독대에 나갈 때 머리를 매고, 대청 기둥에 걸어 놓은 꽃은 밥상을 받고 앉아 있을 때 머리를 매는 것이었다. 과양생의 처는 화가 나서 꽃을 청동화로에 놓고 태워 버렸다. 꽃은 타서 삼색 구슬이 되었다. 과양생의 처는 보물을 얻었다고 입에 물어 놀리다 그만 삼켜 버렸다. 구슬을 삼킨 후 태기가 있어 만삭이 되어 하루에 세 아이가 태어났다.

과양생의 아들들은 자라면서 머리가 영특했다. 열다섯 나는 해에 삼형제는 과거에 장원급제하였다. 삼형제는 일만 관속 육방 하인을 거느리고 사또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오고 있었다. 과양생의 처는 동헌 마당에 과거 기가 떠 있는 것을 보고 “저기 과거하고 오는 놈은 내 앞에서 모가지가 세 도막에 부러져 뒤여져라.”하고 저주를 하였다. 욕이 떨어지기 전에 아들 삼형제가 과거에 급제했다는 기별이 왔다. 급제한 아이들이 오자, 문전상(門祭床) 앞에 한 번, 두 번, 세 번 절을 하더니, 그 자리에 쓰러져 일어나지 않는다. 삼형제는 한날한시에 태어나고 한날한시에 과거하고 한날한시에 죽어 버린 것이다.

과양생의 처는 고을의 김치 원님에게 소지를 올렸다. 한날한시에 태어나고 한날한시에 과거하고 한날한시에 죽은 원인을 알아내고 풀어 줄 수 있는가. 김치 원님의 부인은 원님에게 제일 똑똑한 관장이 누구냐고 물었다. 강림이가 문안에 아홉 각시 문 밖에도 아홉 각시 열여덟 각시를 거느려 사는 똑똑하고 영리한 관장이라 했다. 부인의 의견은 똑똑한 강림이로 하여금 염라대왕을 잡아다가 이 사건을 판결하자는 것이었다. 원님은 강림을 잡아들여 저승 염라대왕을 잡아올 테냐 그렇지 않으면 죽을 테냐고 다그쳤다. 결국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을 잡아오겠다는 다짐을 받고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써서 영을 내렸다.

염라대왕을 잡아오겠다 약속을 한 뒤, 첩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으나, 첩들은 모두 홱 돌아서 버린다. 강림은 남문 바깥에 사는 큰 부인을 찾아갔다. 큰 부인은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던 남편이 섭섭하긴 하였으나 박대할 수는 없어 밥상을 차려 들어 가 보니, 강림의 눈물은 한강수가 되어 있었다. “이게 어떤 일입니까? 죽을 일인지 살 일인지 한마디만 일러주십시오.”하니, 그제야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염라대왕을 잡아올 수 있겠느냐며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설운 낭군님아 그만한 일로 탄식을 합니까? 걱정 말고 진지나 드십시오.”한다. 그 말에 허우덩싹 웃으며 강림은 밥상을 받는다. 큰 부인은 그날부터 나주영산 은옥미를 방아에 놓아 얼음같이 찧어 놓고 가루를 빻아 시루떡을 쪘다. 첫째 시루는 문전(門神) 시루, 둘째 시루는 조왕(竈王) 시루, 셋째 시루는 강림이 저승 가며 먹을 시루. 떡을 다 쪄 놓고 목욕재계하여 부엌을 청결하게 청소하고 조왕님께 축원을 올려 “강림의 저승길을 잘 인도하여 주옵소서”하는 축원을 올려 이레 째 되는 날, 조왕 할망의 꿈의 계시를 받고 강림을 저승으로 보내게 되었다.

남방사주 바지에 백방사주 저고리, 자지명주 통행경, 백릉 버선 미투리에 백지로 들메를 메고, 한산 모시 두루마기에 남수화주, 적쾌자에 운문 대단 안을 받치고, 산소 털 흑두전립에 허울 거리는 상모(象毛)하며, 밀화패영(密花貝纓) 늘어뜨리고, 관장패(官長牌)는 등에 지고, 앞에는 날랠 용(勇) 자, 뒤에는 임금 왕(王) 자, 홍사(紅絲)줄은 옆에 차고 적패지(赤牌旨)는 옷고름에 채워 문 앞에 내세우니 저승 차림이 완연하였다.

큰 부인은 저승 가는 증거물을 내어 보라 한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부인은 원님을 찾아가 “생인에 소지는 흰 종이에 검은 글이나, 저승 글이야 어찌 이리 되옵니까? 붉은 종이에 흰 글자를 써 주옵소서.”하였다. 붉은 종이에 흰 글자를 써 주니, 그때 낸 법으로 사람이 죽어 명정을 쓸 때는 붉은 바탕에 흰 글자를 쓰는 법이다. 강림이 저승 의복을 입고 보니 감탄이 대단하였다. “이 의복을 언제 차렸느냐?” “벌써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때 낸 법으로 우리 인간 법도, 사람이 죽기 전에 미리 수의를 차려 놓는 법이다.

저승으로 가는 길에 부인은 전대를 허리에 감아 주며, 저승 초군문을 들어가기 전에 급한 일이 닥치면 이 전대를 풀어 보면 알 도리가 있을 거란다. 큰 부인은 이별이 섭섭하여 버선∙행전∙대님∙신발을 드렸다. 그때 낸 법으로 신발이나 버선이나 새 것을 신을 때는 좋았지만, 갔다 와서 벗어 던져 버리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 부부간의 법이 마련된 것이다. 강림은 저승길을 향했다. 강림은 어느 것이 저승으로 가는 길인지 몰라 한참을 울다 앞을 보니 행주치마를 입고 꼬부랑 막대기를 짚고 강림의 앞을 걸어가는 할머니가 보였다. 강림은 그 할머니를 따라갔다. 강림이 지쳐 쉬려고 하자 할머니도 긴 한숨을 쉬며 길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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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진 심방이 시왕맞이 차사본풀이를 구송하고 있다. ⓒ 문무병

“어디로 가는 도령입니까?”
“저승 염라대왕을 잡으러 가는 길입니다.”
“먼 길 가는데 점심이나 나눠 먹기 어쩝니까?”
둘이 꼭 같은 시루떡 점심이었다.
“어떤 일로 점심이 한 솜씨 한 맛입니까?”
“이놈아, 나를 모르겠느냐? 네 하는 일 괘씸하나 네 큰 부인 정성이 기특하여 저승길을 인도하러 온 네 큰 부인 집 조왕할멈이노라”
할머니는 일흔 여덟 갈림길을 안내하고, 거기에 이르면 노인이 있을 테니 그 노인에게 인사를 드리면 알 도리가 있으리라 하고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강림은 조왕할머니가 가르쳐 준 대로 한없이 걸었다. 이른 여덟 갈림길이 나타났다. 백발 노인이 걸어왔다. 강님은 공손히 절을 하였다.
“어디로 가는 도령입니까?”
“저승 염라대왕을 잡으러 갑니다.”
“먼 길 가는데 점심이나 나눠 먹기 어쩝니까?”
할아버지도 똑 같은 시루떡 점심이었다.
“어떤 일로 점심이 한 솜씨 한 맛이 되옵니까?”
“이놈아, 나를 모르겠느냐? 네 하는 일은 괘씸하나 네 큰 부인 정성이 기특하여 저승길을 인도하러 온 네 큰 부인 집 일문전(門神)이 되노라”
그때 낸 법으로 집안에 궂은 일이 있을 때, 문전(門前)과 조왕(竈王)에 축원하면 궂은 일이 면해지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일흔 여덟 갈림길을 다 알아야 저승 가는 법이라며 길을 차례차례 세어 가기 시작하였다.

천지혼합시(天地混合時) 들어간 길, 천지개벽시(天地開闢時) 들어간 길, 인황도읍시(人皇都邑時) 들어간 길, 천지천황(天地天皇) 들어간 길, 천지지황(天地地皇) 들어간 길, 천지인황(天地人皇) 들어간 길, 산배포(山排布) 들어간 길, 물배포 들어간 길, 원배포 들어간 길, 신배포 들어간 길, 왕배포 들어간 길, 국배포 들어간 길, 제청도읍시(祭廳都邑時) 들어간 길, 산신대왕(山神大王) 들어간 길, 산신백관(山神百官) 들어간 길, 대사용궁(大使龍宮) 들어간 길, 서산대사(西山大師) 들어간 길, 사명당(四溟堂)도 들어간 길, 육관대사(六觀大師) 들어간 길, 인간불도 할마님 들어간 길, 혼합천(混合天子) 들어간 길, 날궁전(日宮前) 들어간 길, 달궁전 들어간 길, 천제석궁(天帝釋宮) 들어간 길, 사님초공 들어간 길, 이궁서천(二宮西天) 들어간 길, 삼궁주년국 들어간 길, 원왕감사 들어간 길, 원왕도사 들어간 길, 시왕감사 들어간 길, 시왕도사 들어간 길, 진병사(鎭兵使) 들어간 길, 원병사 들어간 길, 전일월 전병사 들어간 길, 신일월 신병사 들어간 길, 짐추염라태산왕(金緻閻羅泰山王) 들어간 길, 버물 지어 사천왕(四天王) 들어간 길, 제초일(第初一)에 진광왕(秦廣王) 들어간 길, 제이(第二) 초강왕(初江王) 들어간 길, 제삼(第三) 송제왕(宋帝王) 들어간 길, 제사(第四) 오관왕(五官王) 들어간 길, 제오(第五) 염라왕(閻羅王) 들어간 길, 제육(第六) 변성왕(變成王) 들어간 길, 제칠(第七) 태산왕(泰山王) 들어간 길, 제팔(第八) 평등왕(平等王) 들어간 길, 제구(第九) 도시왕(都市王) 들어간 길, 제십(第十) 십전왕(十轉王) 들어간 길, 십일(十一) 지장왕(地藏王) 들어간 길, 십이(十二) 생불왕(生佛王) 들어간 길, 십삼(十三) 좌두왕(左頭王) 들어간 길, 십사(十四) 우두왕(右頭王) 들어간 길, 십오(十五) 동자판관(童子判官) 들어간 길, 십육(十六) 사자(使者) 들어간 길, 천왕차사(天皇差使) 월직사자(月直使者) 들어간 길, 지황차사 일직사자 들어간 길, 인황차사 어금부도사 나장(御禁府都事羅將) 들어간 길, 옥황금부도사(玉皇禁府都事) 들어간 길, 저승 이원사자 들어간 길, 물로 용왕국 대방황수 들어간 길, 단물(淡水) 용궁차사 들어간 길, 나무에 결항차사(結項差使) 들어간 길, 물에 엄사차사(渰死差使) 들어간 길, 대로(大路)에 객사차사(客死差使) 들어간 길, 비명차사(非命差使) 들어간 길, 노불법 노차사 들어간 길, 명도명관 삼차사 들어간 길, 화덕차사(火德差使) 들어간 길, 신금차사 들어간 길, 발금차사 들어간 길,  모람차사 들어간 길, 적차사(赤差使) 들어간 길, 강림차사 들어간 길.

문전신은 하나 남은 길을 가리키며 “이 길이 바로 네가 들어갈 길이다”하며 가리켜 준다. 그 길은 개미 왼쪽 뿔 한 쪼가리만하고 가시덤불 뒤얽힌 험한 길이었다. 저승길 안내인은 저승의 차사 이원사자였다. 이원사자는 시장기가 나서 졸고 있었다. 문전신이 말해 준 대로 전대에서 떡을 꺼내 주고 저승길 안내를 부탁했다. 이승 사람 저승 못 가는 법이지만, 음식을 얻어먹었기에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삼을 가졌습니까?” “예, 있습니다.” “삼혼을 불러 드리거든 혼정으로나 저승 초군문에 가 보십시오. 모래 사오시(巳午時)가 되면 염라대왕이 아래 녘의 자부장자 집 외딸 아기 전새남굿을 하는 데 내려올 것입니다. 초군문에 적패지를 붙였다가, 행차가 지나가거든 다섯 번째 가마를 놓치지 마십시오. 저승 초군문 가기 전에는 행기못이 있습니다. 못가에는 비명에 죽어 저승도 못 가고 이승에도 못 와 울고 있는 사람들이 저승에 데려가 달라고 쾌자 자락을 잡고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전대의 떡을 잘게 부수어서 동서로 뿌리고 보면 저승 초군문에 붙어질 것입니다.” “저승 본매를 가졌습니까?” “못 가졌습니다.”

저승 본매가 없으면 저승에 가도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강림은 큰 부인이 준 명주 전대를 풀어 보았다. 동심결(同心結)∙운삽(雲翣)∙불삽(黻翣)이 나왔다.
“바로 그것이 저승 본매입니다”
그때 낸 법으로 사람이 죽으면 동심결∙운삽∙불삽을 만들어 매장하게 된 것이다. 이원사자가 가르쳐 준 대로 해서 강림은 연추문에 적패지를 붙여 두고 염라대왕을 기다렸다. 다섯 번째 마차가 오더니 멈칫 서서 호통을 치는 것이다.
“연추문에 붙은 적패지가 어떤 적패지냐?”
“이승 강님이 저승 염라대왕을 잡으러 와서 붙인 적패지입니다.”
“어떤 놈이 나를 잡겠느냐?”
강님은 이때다 하고 구리쇠 같은 팔뚝을 걷어붙이고 우레같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몇 놈을 메어다치니 삼만관속 육방하인 온데 간데 없고 염라대왕은 가마에 앉아서 벌벌 떨고 있었다. 염라대왕 손목엔 수갑이 채워지고, 발엔 차꼬가 끼워지고, 몸에는 밧줄이 감겼다.
그때 낸 법으로, 우리 인간도 죽어 갈 때엔 이 차사가 앞장을 서서 이 밧줄로 결박하여 가는 것이다.

강님은 염라대왕을 다라 자부장자 집 전새남(굿)을 받아먹으러 갔다. 심방이 모든 신을 오십사 청하는데, 강림이는 청하지 않았다. 강님은 화가 나서 심방을 잡아 묶었다. 외딸아기 살리려고 하는 굿에 심방이 새파랗게 죽어 가니 굿은 엉망이 되었다. 영리한 소무가 데령상을 앞에 놓고 강님을 청한다.
“살아 있는 차사도 차사입니다. 우리 인간 강님차사도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과 같이 내려오는 듯합니다. 강님차사도 오십시오.”
그때 낸 법으로, 시왕맞이 때는 시왕의 제상 밑에 사자상을 놓고 큰 시루떡을 쪄 올리는 것이다.
강님이 술에 취에 잠든 사이에 염라대왕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강님은 겁이나 문밖으로 내달아 보니, 조왕할머님이 나타나 손짓하고 있었다.
“염라대왕은 새 몸으로 변신하여 큰 대 꼭대기에 앉아 있으니, 큰톱으로 대를 끊고 있으면 알 도리가 있으리라.”

큰 대를 끊으려 하니 염라대왕이 내려와  사정을 한다. 먼저 이승에 가 있으면 모레 사오시에 동헌 마당으로 내려가겠다는 것이다. 염라대왕은 강님의 적삼에 저승 글자 셋을 써 주었다. 그것을 받아 들고 이승으로 내려오려니, 그 방법을 몰랐다. 염라대왕에게 길 인도를 부탁하니, 흰 강아지와 돌래떡 셋을 겨드랑이에 품겨 준다. 떡을 강아지에게 끊어주어 달래며 뒤를 따라가라는 것이다. 강아지를 따라가다 보니 행기못이 있었다. 못 가에 이르자 강아지가 달려들어 강님의 모가지를 물고 행기못으로 풍덩 빠지는 것이었다. 정신이 아찔했다. 눈을 뜨니 강님은 바로 이승 길에 와 있었다.

그때 낸 법으로, 사람이 죽으면 겨드랑이에 떡을 품기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흰 강아지가 강님이 목덜미를 물었기 때문에, 여자에겐 없으나 남자에겐 목덜미에 뼈가 튀어 나는 법이다.  
강님이 이승에 내렸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다. 불빛을 따라가니 집이 한 채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인데, 하룻밤만 머물러 가게 해 주십시오.” “오늘밤은 우리 집에 손님 재울 수 없습니다. 우리 집 낭군님이 강님이 되는데, 저승 가서 삼년상 첫 제사가 됩니다.” “내가 강님이노라.”
큰 부인은 장옷 앞섶에 저승 갈 때 증거로 삼으려고 귀 없는 바늘 한 쌈을 꽂아 둔 것이 삭아서 바스락 부러지는 것을 확인하고 낭군임을 알았다. 문을 열고 손을 잡아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저승 가서 삼일을 살았는데 이승은 삼 년이 되었구나.”
이래서 저승 하루가 이승 일 년이 되는 법이다. 첫 제사는 큰 잔치로 음복을 했다. 날이 밝자 강님은 부모님께 인사를 갔다.

“아버님, 제가 없으니 어떤 생각이 납디까?”
“설운 아기 없어지니 마디마디 생각나더라.”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여섯 마디의 왕대로 상장을 마련하여 대 마디마디마다 아버님 생각하고, 모든 것을 풀어 너그러이 해 주시니, 옷자락 밑을 풀어놓은 상복을 입어 연 삼 년 공을 갚는 법이 마련되었다.
“어머님, 제가 없으니 어떤 생각이 납디까?”
“설운 아기 없으니 먹먹하여지더라. 길을 걷다가도 자주자주 생각나더라.”
그래서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머구나무 상장대를 만들어 먹먹하게 생각하고, 자주자주 생각하고, 자식에 대한 마음 밑을 감춰 주시니, 밑을 감친 상복을 입는 법이 마련되었다.
“설운 형님들 제가 없으니 어떤 생각이 납디까?”
“열 두 달까지 생각나다가, 차차 잊혀지더구나.”
그래서 형제간은 열 두 달 소기까지 복 입게 마련했다.
“먼 친족, 가까운 친족은 어찌 생각되옵디까?”
“설운 친족 없어지니 큰일 때만 생각납디다.”
그래서 친족이 죽으면 의무적으로 떡을 부조하는 ‘고적’ 법이 마련되었다.
“열 여덟 호첩들은 내 없으니 어찌 생각되더냐?”
“길을 걷다가도 미끈하게 생긴 놈만 보면 언뜩언뜩 생각납디다.”
그래서 호첩들과는 모두 살림을 갈라 동서로 보내 버렸다.
“큰 부인은 내 없으니 어떤 생각나더냐?”
“설운 남인님 없으니, 인간의 정의를 생각하는 게, 소기 대기를 다 넘기고 첫 제사까지 지내고 보니, 설운 남인님이 오셨습니다.”
이로부터 열녀법이 마련되고, 이승에서 예문예장만 드리면 저승에 가서 남매가 되는 법이 되었다. 그날 밤 강님은 오랜만에 큰 부인과 사랑을 나누었다. 이튿날 뒷집 김서방이 강님의 큰 부인에게 남편 첫 제사를 넘기면 개가하겠다는 허락을 받아 내러 왔다가 강님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 원님에게 고발하였다.
“강님은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을 잡아오겠다고 해 놓고, 낮에는 병풍 뒤에 숨어살고, 밤이면 병풍밖에 나와 부부 살림합니다.”

강님은 원님에게 잡혀갔다. 강님의 등에는 염라대왕이 모래 사오시(巳午時)에 온다고 쓰여 있었다. 그날이 왔다. 쾌청하게 맑은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덮고, 오색 무지개가 동헌 마당에 걸렸다.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염라대왕이 왔다. 김치 원님은 동헌의 공주(控柱) 기둥 뒤에 숨어 버렸다. 강님 혼자만 앉아 있었다. “이집은 누가 지었느냐?” “강태공이 지었습니다.” “강태공을 불러들여라.” 강태공을 불러 네가 세운 기둥이 아니면 대톱으로 끊어 올리라 하였다. 강태공이 공주(控柱) 기둥에 톱을 갖다 대니 원님이 발발 떨며 댓돌 아래로 내려섰다.
“이승왕님아, 어떤 일로 나를 청하였습니까?”
“과양 땅에 사는 과양생이 아들 삼형제가 한날 한시에 낳고, 그 이들이 한날 한시에 과거하고, 또 한날 한시에 죽은 소지를 해결하고자 염라대왕을 청하였습니다.” 과양생이 부부를 불러다 아들을 매장한 곳을 파 보니 무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염라대왕은 연화못으로 갔다. 금부처로 세 번을 때리니 물이 마르고 밑바닥에는 버무왕의 아들 삼형제의 뼈가 남아 있었다. 뼈들을 모아 금부처로 세 번 치니 삼형제가 살아났다. 염라왕은 삼형제에게 부모님을 찾아가라 하고, 과양생의 부부는 사지를 아홉 조각으로 찢어 죽였다. 남은 것은 방아에 넣어 빻아서 바람에 날려 버리니, 각다귀∙모기가 되어 날아갔다. 과양생의 부부는 죽어서도 모기가 되어 피를 빨아먹으려고 달려드는 것이다.

염라대왕은 강님이 똑똑하니 저승으로 데려가려 하였다. 김치 원님은 반대하였다. 염라대왕은 반씩 나눠 가지자고 하니, 원님은 허락하였다.
“육신을 가지겠습니까, 정혼을 가지겠습니까?” “그야 육신을 가지고 말고요”
염라대왕은 강님의 삼혼을 뽑아 가져 저승으로 가 버렸다. 강님은 거품을 물고 죽어 가고 있었다. 큰 부인 달려들어 억울한 김에 원님을 마구 쥐어 뜯다 보니 원님도 죽어 갔다. 그래서 사람 죽이는 데에 대살법(代殺法)이 생긴 것이다.
강님이 큰 부인은 강님의 시체를 염습∙성복∙일포제∙동관을 하고, 좋은 땅에 감장하고, 초우∙재우∙삼우제를 지내고, 초하루∙보름 삭망제를 지내고, 소기∙대기를 지내어도 섭섭함이 남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삼명절∙기일제사법을 마련했다.
강님은 염라대왕의 사자로 일을 하게 되었다. 염라대왕은 이승에 가서 여자는 칠십, 남자는 팔십이 되거든 저승으로 데려오라고 하였다. 강님은 적패지(赤牌旨)를 등에 지고 이승으로 오다가 도중에 까마귀를 만났다.
“형님, 적패지를 내 날개에 끼워 주면, 내가 이승에 가서 붙여 두고 오리다.”
강님은 적패지를 까마귀 날개에 끼워 넣었다. 까마귀는 이승으로 가다가 말죽은 밭에서 말을 잡는 것을 보고 말 피라도 얻어먹으려다 그만 적패지를 떨어뜨렸다. 마침 담구멍에 있는 뱀이 적패지를 삼키고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뱀은 죽는 법이 없어 아홉 번 죽었다가도 열 번 살아나는 법이다.

까마귀가 적패지를 잃어버리고 이승에 날아와서 되는대로 외쳐 댔다.
“아이 갈 데 어른 가십시오, 까옥”
“어른 갈 데 아이 가십시오, 까옥”
“부모 갈 데 자식 가십시오, 까옥”
“자식 갈 데 부모 가십시오, 까옥”
“자손 갈 데 조상 가십시오, 까옥”
“조상 갈 데 자손 가십시오, 까옥”
까마귀가 되는대로 전달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자꾸 죽어 갔다. 그래서 까마귀가 궂게 울면 좋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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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염라대왕은 강님에게 동방삭을 잡아오도록 명령하였다. 강님은 사람의 왕래가 많은 길가 시냇물에 숯을 담그고 씻기 시작했다. 어떤 건장한 사내가 지나가다가 물었다. “어째서 숯을 앉아서 씻느냐?” “검은 숯을 백일만 씻으면 백탄이 되어, 백 가지 약이 된다 하기에 씻습니다.” “나 동방삭이 삼천 년을 살아도 그런 말 듣기 처음이다.” “옳지, 요놈이로구나.” 강님은 날쌔게 달려들어 동방삭을 밧줄로 묶고 염라대왕에게 바쳤다. 염라대왕은 기뻐하여 강님을 사람을 잡아가는 인간차사로 삼았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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