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생명평화의 성지'...순례 계기로 '생명평화학교' 만들어졌으면

도법·수경 스님이 생명과 평화의 탁발(托鉢)순례 첫발을 뗀지 14일로 44일째다. 또 이날로 지리산 일대 순례가 마무리됐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두 번째 걸음을 놓으려 하고 있다. 다음 순례지가 바로 제주다.

도법 스님의 고향이래서가 아니라 제주가 역사적으로 가장 상처를 받은 땅이기 때문. 제주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선 이 땅의 평화와 생명을 얘기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제주에는 근 한달간 머문다. 정확히 28박29일. 오는 22일 배편으로 제주 땅을 밟는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단장 도법)의 제주 순례를 위해 참여환경연대와 제주민예총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탁발순례 제주조직위원회' 가 구성되고 있다. 세부 일정은 제주조직위(준)가 짜고 있다.

도법, 수경스님 등 '3년순례 서약'을 한 5명을 포함 지난달 1일 이후 44일간 순례일정을 소화한 본대 8명이 제주를 찾는다.

이들에 앞서 '선발대'(?)가 14일 제주에 왔다. 지역 일꾼들과 일정도 짜고 어떤 형태가 바람직한가를 의논하기 위해서다.

탁발순례의 전반적 진행을 도맡은 '지리산 생명평화결사' 이병철 운영위원장(전국귀농운동본부장, 녹색연합 공동대표)과 만나 탁발순례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제주순례 일정을 말해달라.

"22일 통영-성산포간 카페리를 이용, 제주에 온 뒤 다음달 20일까지 머물 계획이다"

-그럼 선발대로 먼저 왔나.

"글쎄 선발대라고 해야하나. 그 지역의 생명과 평화를 일깨우기 위해 어떤게 바람직한가 하는 순례의 형태를 지역분들과 미리 의논하기 위해서 왔다"

-탁발의 정확한 뜻이 뭔가.

"사람들은 불교쪽 용어만 생각한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먹거리, 입을거리, 잠자리를 대중들 한테서 구하는 것이 탁발이다. 내가 필요해서 달라는 것이지만 상대편도 '베푸는 자'가 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빌어먹는다는 것은 중요한게 아니다"

-이번 탁발순례의 목적은.

"삶의 현장을 통해서 '당신이 바로 이 시대 생명·평화 일꾼'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우리가 전하는게 아니다. 당신속에 생명·평화의 빛과 기운이 있기 때문에 당신의 힘을 우리에게 나눠달라는 것이다. 그런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개는 주체임을 못느낀다. 탁발순례는 바로 평화의 마음을 탁발하고 물적자원(먹고 입고 생활하는)을 탁발하고 평화의 근거지를 탁발하고 평화일꾼을 탁발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는 것이다. 순례단이 설득하지는 않는다. 시대의 아픔과 고민을 공감하고 나눌 계획이다. 순례단을 위한 순례가 아니다. 각자가 현재 위치에서 생명·평화를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겠다.

한가지 욕심이 있다. '생명평화 서약'에 참여케해 그들이 각 지역에서 생명·평화의 중심역할을 하게 하고 우리가 지나간 곳마다 생명·평화를 노래하고 춤추게 하는 것이다. 즉 온 마을을 평화의 마을로 만들었으면 한다. 누굴 비판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지리산생명평화결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해 출범했다. 탁발순례와 평화학교 건설, 평화일꾼 10만인 조직 등이 주요 사업이다. 도법 스님과 함께 이 시대 근본적인 평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분단 등 여러 가지 아픔들을 치유하고 나눌 길이 뭔가 고민했다.

지리산은 이념간 갈등,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지역간 갈등, 문화간의 갈등, 인간에 의해 환경이 파괴되는 생태적 갈등이 모두 존재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지리산의 모순을 해결한다면 한반도, 나아가 세계의 모순까지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즉 지리산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 셈이다.

지리산은 또 민족의 성산이자, 어머니의 산이기도 하다. 지리산을 근거지로 해서 이 땅의 방방곡곡에 생명·평화가 만들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돌아가신 생명들을 위해 3년전에 4개종단과 시민·사회단체가 천도재를 지냈다. 그리고 도법 스님 등의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 지리산 천일기도'가 이어졌고, 이게 생명평화결사를 잉태했다"

-제주를 두 번째 순례지로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정도 늘렸는데.

"제주는 역사적으로 가장 상처가 큰 고통과 아픔의 땅이다. 그래서 거꾸로 치유와 화해의 기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제주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선 이 땅의 평화·생명을 얘기할수 없다. 지리산과 똑같다.

제주를 생명·평화의 섬, 성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이 시대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두 번째 순례지로 정한 이유다. 특히 성지화 움직임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런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일정을 연장했다"

   
-다른 지역과 다른 특이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제주는 많은 상처를 지닌 곳이다. 또 생태계의 보고다. 천도재를 지낼 곳이 어느 지역보다 많다. 마지막에 한라산에서 전체 천도재를 지낼 계획이다. 그 전에 지금도 한이 남아있는 4·3 원혼들을 위한 천도재도 올릴 것이다. 생태계 파괴 현장도 방문한다.

시장·군수와도 만나겠다. 개발 마인드가 강한데, 그들과 제주를 어떻게 하면 활기차고 희망찬 땅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겠다.

정형화된 틀은 없다. 공식적인 문화행사가 4차례 정도 잡혔지만 좀더 많았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일정은 제주조직위에 위임했다. 전폭적으로 그 일정에 따를 것이다"

-제주 전 일정을 도보로 소화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한반도의 모든 곳을 다 밟는게 기본이다. 사람을 만나든 공간을 만나든 다 찾아갈 것이다"

-제주순례에서 꿈꾸는 목표가 있다면.

"제주가 생명·평화의 중심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제주에 생명평화학교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지리산 평화학교 처럼 이곳에서 제주의 생명·평화를 일구는 일꾼을 양성하는 것이다. 전국 각 권역별로 평화학교를 하나씩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있다"

-44일간 강행군을 했는데 힘들어하지 않나.

"수경스님이 힘들어하신다. 작년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를 하면서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제대로 걷지 못한다"

-일반인들이 순례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든지 언제든지 참여할수 있다. 단 먹고 자는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단체의 경우 문화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해왔으면 좋겠다. 걸음걸음마다 생명·평화를 일깨우겠다는 마음을 갖고 참여했으면 한다"

-표현하기 그렇다. 지리산 일대 순례에서 거둔 일종의 성과가 있다면.

"농촌의 심각성, 절박함을 몸으로 인식했다. 성과라 하긴 그렇지만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땅의 생명·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오히려 더 큰 고민을 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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