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위즈돔 사람도서관 제주 총괄 매니저는 콘텐츠기획가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제주토박이 청년이다. 그가 <제주의소리>를 통해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은 제주의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사람간의 연결로 창조적 발상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센터와 위즈돔이 손을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제주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풀어져 나온다. 그의 만남과 이야기가 제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자 주]

[박경호의 제주 사람책] (3) 술도가 제주바당 임효진 대표

제주의 쌀과 누룩을 활용해 조선의 전통주인 약주와 청주, 탁주를 만들고 있는 임효진 대표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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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효진 술도가 제주바당 대표. ⓒ 박경호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술도가 제주바당에서 술을 빚는 임씨부인 임효진입니다. 남편은 유턴형 귀농을, 저는 귀촌을 했죠. 애들은 어려서 남편이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죠. 우리 가족 중에 가장 행복한 게 우리 애들이고 두 번째가 우리 남편, 마지막이 저에요. 제주에 와서 살기 시작한지 딱 2년이 됐어요. 저는 결혼하고 진해, 부산, 동해 양양, 다시 동해에서 살다가 남편의 고향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로 돌아온 거죠. 모두 바닷가에서 살았어요. 남편이 해군이었거든요. 20년을 딱 채우고 우리 제주도에 가서 살자고 제가 먼저 얘기했고 남편이 좋아했죠.

▲ 조선 전통주를 만들게 계기는?

△ 제가 전통주 빚기를 시작한건… 지금부터 4년 전에 남동생이 빚어 준 술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나서 너무나 멋지고 좋았어요. 그래서 경기대 평생교육원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과학적 양조를 배웠어요. 그리고 전통주 강사 자격증까지 받았죠.

그런데 술을 배워보니 정말 제 적성에 잘 맞고 술빚기가 정말 재밌더라고요. 깨끗이 소독한 항아리에 잘 빚은 술을 담고 술이 익는 모습을 보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행복하고 또 궁금해요. 이 술은 무슨 맛이 날지... 쓴맛이 강할지... 단맛이 강할지... 향은 어떨지 등등 큰 기대를 가지고 술익기를 기다려요. 오랜 기다림 끝에 맑은 술이 떠오르면  술을 내리는 거죠. 오늘도 한항아리를 열어봤는데 정말 맛있는 술이 되었더라고요. 술을 내리면 선물하고 싶은 인물이 동시에 머릿속에 쭉 떠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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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빚고 있는 임효진 대표. ⓒ 박경호

▲앞으로 술도가 제주바당은 어떤 모습을 꿈꾸시나요?

△ 술도가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었어요. 제가 빚는 술은 와인과 같은 알콜도수를 갖는 탁주와 맑은 술 약주가 있어요.

새롭게 탄산 막걸리와 모주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모주라고 하면 전주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모주는 제주가 원조입니다. 조선시대 광해군 5년에 인목대비가 폐위되고 아버지 김제남은 처형되고 어머니 노씨부인이 제주로 귀양을 와 관노가 되었는데요, 노씨부인이 술지게미를 얻어다 끓여 팔았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 백성들이 따뜻하게 마신 그것이 대비의 어머니가 끓여 준 그것이 바로 대비모주(대비의 어머니가 끓인 술)이라 불리다가 '대비'자가 빠지고 모주가 되었답니다. 제가 저 자신을 임씨부인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대비모주를 제주에서 빚겠다는 각오를 담은 닉네임이죠.

전 제주에서 모주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서 모주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계피, 생강, 선흘의 백도라지, ,대추, 갈근, 감초, 진피를 탁주에 넣어 끓이면 알콜은 휘발하여 저알콜의 영양음료가 완성됩니다. 정말 묘하게 맛난 모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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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도가 제주바당에서 빚은 술들. ⓒ 박경호

▲ 인생에서 기억되는 인연이 있나요?

△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남은 사람은 저의 두부 선생님 윤태현님과 또 한분은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의 조호철 박사님입니다.

윤태현 선생님은 작가로 글을 쓰셨는데 지금은 서울 아현동에서 유명한 맛집 황금콩밭과 양조장을 운영하십니다. 거액의 돈을 가져와 두부를 가르쳐 달라는 사람에게는 거절하고 저와 남편에게는 무료로 알려주셨어요. 그분의 두부는 보통 두부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두부죠.

그리고 서귀포로 청사가 이전해 와서 이제 자주 뵐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쁜데요, 조호철 박사님 때문이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술빚기의 비법을 모두 책에 실어 누구나 손쉽게 전통주를 빚을 수 있도록 했죠. 전통주 만들기와 나만의 와인만들기, 나만의 맥주만들기, 100가지 술 만들기등의 책에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으로 초보자도 술을 빚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담아 놓으셨어요. 진정으로 우리 전통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분입니다.

▲ 지난 사람도서관 만남은 어떠셨나요?

△ 지난 만남에서 술에 관심을 가진 분들과 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모여 제가 빚은 전통주를 마시며 자신이 좋아하는 막걸리에 대한 얘기, 저의 술을 마신 느낌을 서로 얘기나누며 모두 함께 전통주에 대해 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죠. 술빚기를 체험하거나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분도 있었구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주위에 저같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전통주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지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우리 술을 더 많이 알리고 전하는 일에 아주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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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도가 제주바당에서 빚은 술들. ⓒ 박경호

▲ 앞으로 어떤 인연과 만남을 갖고 싶은신지?

△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맛있는 탁주와 약주 그리고 대비모주를 빚는 겁니다. 제주쌀로 빚은 맛있는 술 한 잔으로 조선시대의 맛과 멋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제가 바라는 것은 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세계인이 함께하는 큰 축제나 파티에서 귀빈을 위해 대접하는 술이 포도주나 위스키가 아닌 제대로 빚어진 탁주와 약주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술을 빚습니다.

술은 그 나라 문화를 한 눈에 보여주기 때문이죠. 독일에서는 맥주를,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러시아에서는 보드카를, 일본에서는 사케를, 대한민국에서는 막걸리를, 막걸리도 좋지만 잘 빚어진 약주를. 이런 날이 오는 그날까지 정성으로 술을 빚는 술도가 제주바당의 임씨부인이 될 것입니다.

임효진은? 올해로 만 45세, 술도가 제주바당 대표. 중앙대를 졸업했다.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 각지에서 지내다 2013년 남편의 고향인 제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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