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어머니, 라는 이름을 감내하는 일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지요. 사위가 잦아들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어머니는 섬의 옆구리를 치는 파도 소리를 설움에 겨워도 차마 내색하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꾹꾹 눌러 삼키던 진한 울음을 떠올립니다. 어머니, 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섬의 모퉁이에 키 작은 달집을 만들어 지문이 닳도록 빌고 비는 일뿐입니다.
밤잠을 설치며 속으로 울고 다시 울고, 그러다가 빌고 다시 빌면서 건너온 나날, 이제 섣달 그믐이 저만치 걸려있습니다. 해넘이를 하는 그 시간에도 어머니는 그렇게 하루를 맞이하고 또 하루를 보냅니다. 닳고 닳은 이름이지만 그래서 어머니는 아름답습니다. 닦고 닦고 다시 닦아 어둠 속에서 오히려 빛나는 이름입니다. / 김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