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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78) 한결같은 사람 - 김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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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다발의 시선 / 김목인 (2013)
행운의 편지가 사라진 것은 이메일이 생기면서였다. 행운의 편지의 역할을 스팸메일이 수행하게 된다. 핸드폰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자 행운의 편지는 우리의 기억에서조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스팸문자가 매일같이 오는 세상에서 편지라는 통신 수단은 점차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고 행운의 편지도 그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불특정다수라는 수신인을 달고 있어서 사라지는 속도는 더욱 빨랐다. 출처가 불분명했기에 알 수 없는 지점에서 증발해도 누구도 항변할 수 없었다. 나는 행운의 편지를 받은 적 있다. 그런데 나는 그 편지를 받으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불특정 수신자에게 보내지 않은 것이다. 그 뒤에 몇 번의 불행을 겪어서 나는 행운의 편지를 보내지 않은 죄로 받은 벌인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시의 경우는 어떨까. 내가 좋은 시를 읽었는데 그 시를 능가하거나 견줄만한 좋은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 아닐까. 그것이 예술가의 길이다. 근사한 작품을 본 죄. 그 작품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더는 예술을 할 수 없는 길. 음악도 그러하다. 좋은 음악을 들었으니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음악가의 일이다. 그렇게 예술의 길을 한결같이 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결같은 사람이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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