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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도서관, 채록집 <대정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2쇄 발간


‘한 노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버린 것과 같다’는 외국 속담이 있다. 지역과 시대의 역사는 그 속을 살아간 한 개인의 시간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제주는 섬이라는 독특한 생활환경과 4.3이란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기에, 살아남은 도민들의 기억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제주 송악도서관이 제주 대정지역 주민들의 삶을 구술로 담아낸 채록집 <대정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이하 대정사람들...)가 2014년 12월 31일 초판 이후 최근 2쇄를 찍었다. 행정기관에서 제작한 도서류가 좋은 반응을 얻은 일은 흔하지 않다.

<대정사람들...>은 2014년 공공도서관-학교도서관 연계독서교육 콘텐츠 사업으로 제작된 책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한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명한다. 사람의 말을 글로 옮기는 채록 작업이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움직임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이다. 70~80대 노인들은 살아온 인생을 솔직하게 풀어냈고, 대정여고·대정중·무릉중 학생들은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수십 년 전 이야기를 옮겨 적었다. 문화 전문가와 송악도서관은 힘을 합쳐 끈기 있게 작업을 진행했다. 

도서관이 중심이 돼서 지역 사회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뒷받침 됐기에 <대정사람들...>은 출간과 동시에 버려지는 전시성 자료가 아닌, 사람들이 꾸준히 찾게 되는 생명력을 가지게 됐다.

8명의 대정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살았지만 각기 다른 분야를 다룬다. 임영일 씨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치며 34년간 교사로 살아온 길을 생생히 보여준다. 김수열 씨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가파도의 모습을 기억한다. 문순자 씨는 글 쓰는 농부로서 지난한 삶을 말한다.

백조일손 유족회 고문을 맡고 있는 양신하 선생은 해박한 지식과 역사를 길게 풀어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4.3의 기억과 1950년대 모슬포 생활사는 보는 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김성백 씨의 어부 생활사, 허용화 씨의 체육 이야기, 김순옥 씨의 해녀 삶, 오성학 씨의 민예품을 비롯해 도예가 강창언 씨의 제주옹기 특강을 읽다보면 과거 대정지역 사람들, 나아가 제주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한 눈에 잡힌다.

<대정사람들...>로 접한 삶은 타인의 것으로 머물지 않고 우리 제주도민의 것이 된다. 이 땅에서 태어난 부모의 부모 세대들은 모진 시간 속에 살아남아 현재 세대를 있게 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로서 책은 힘을 가진다.

“책 제작 작업에 참여하면서 학교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지혜와 교훈을 얻었고 대정의 역사를 알게 됐다. 대정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밝힌 대정고 양용석 군의 소감은 <대정사람들...>이 가치를 증명한다.

채록 작업을 총괄한 대정 출신 미술평론가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은 총론을 통해 “우리가 역사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진정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때 다시 현실은 과거의 야만이 출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밝혔다.

작지만 우리 주변 역사부터 바로 잡아나갈 때 미래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셈이다. 무엇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시대 역행적인 일로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요즘, <대정사람들...>이 가진 의미는 더욱 빛난다.

책 관련 문의: 송악도서관(064-794-3476, 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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