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4·3연구소, 도교육청에 4.3 교육자료 1000부 기증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04년 3월  '아픔을 딛고 선 제주'란 제목의 4.3교육자료집을  발간했다.

제주4.3 진상보고서를 중심으로 4.3에 대한 전개과정과 피해상황을 담은 이 자료집은  당시 초.중.고등학교 교사 10여명이 2년여 동안 자료수집과 세미나, 자체연수 등을 거친 끝에 '야심차게'(?) 개발됐다.

▲ 2003년 3월 제주도교육청이 발행한 4.3 자료집. 일선 학교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방치되는 4.3 교육 자료집'...만들면 뭐하나? 

하지만 이 4.3 자료집은 현재 대부분 학교의 도서실에서 잠을 자고 있다. '현장 교육용 자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대부분 '도서 비치용' 자료로 전락한 것이다.

편집까지 조악하기 이를데 없는 이 자료집은 당시 김태혁 교육감마저 '이것도 자료집이냐'라며 질책을 서슴치 않았다.

한 일선 교사는 "비록 핵심적인 알맹이가 빠지긴 했지만 이전 자료에 비하면 매우 진일보했다"고 자평했지만 미국과 당시 이승만 정권에 대한 책임론이 빠지는 등 4.3의 진실을 전하는데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정작 문제는 교육청 자신이 만든 4.3교육재 조차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사다시읽기-제주4·3' 발간... 각 학교마다 5~6권 기증

제주4·3연구소(이사장 고희범)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지난 3월 발간 된 <역사다시읽기-제주4·3> 단행본 1000부를 제주도교육청에 교육자료로 기증한다.

제주도내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178개교.  각 일선 학교 현장에 온전히 배부된다면 학교 당 5~6권씩 돌아가는 셈이다.

▲ 제주4.3연구소 편/허영선 지음(값 3000원)
제주4·3연구소 이를위해 27일 오전 10시 도교육청 교육감실을 방문, 직접 양성언 교육감에게 '역사 다시 읽기-제주4·3' 교재 1000부를 전달할 예정이다.

제주4.3 교육에 소홀히 해왔던 제주도 교육청이 모처럼 '제대로', '알기쉽게' 만든 교재를 얼마나 활용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어른과 아이간 대화체 형식...'무거운 주제' 쉽게 풀어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간한 <역사다시읽기-제주4·3>은 제주4·3연구소의 기획으로 허영선 시인이 집필을 담당한 153쪽 분량의 단행본.

지난 2003년 정부에 의해 확정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이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공식기구에서 출간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으로 제주4·3항쟁의 역사를 청소년의 눈높이로 쉽게 정리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책은 어른과 소년의 대화체로 풀어가는 독특한 형식으로 4·3의 무거운 역사를 감동적이며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이미 전국 학교와 기관, 도서관에 배부되면서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4.3연구소는 "이 책을 통해 반공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역사적 관점을 담는데 주력했다"며 "4ㆍ3이 제주인들에게 남긴 상처와 교훈을 올바르게 기록, 4ㆍ3의 비극을 겪은 제주사회가 나아가야 할 기본방향을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 분단체제의 극복과 통일지향에 두고 서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방직후의 민족적 열망, 세계냉전체제의 구도 등 외적조건과, 미군정의 실책, 친일파의 등장, 사회적 혼란, 제주도민에 대한 탄압 등 내적조건을 두루 이해하도록 한 특징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4.3에 대한 책임을 당시 이승만 정부와 그 등 뒤에 있던 미국에 묻고 있다.

당시 군 통수권자로서의 이승만 대통령과 정부, 현지 진압작전을 벌인 지휘관, 서청의 권력도 제주도 사태의 최일선에 서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반 문명적, 반 인간적 만행의 뒤에는 국제법으로든 국내법으로든 용납할 수 없는 미국이 있었다고 적시하고 있다.

'반짝 교육' 수준에...가르칠 '교사재원'까지 첩첩산중
제주4.3 포함한 '지역 현대사 및 향토사' 교육에 관심 가져야"

어쩌면 4월 3일을 전후해서 '계기교육'(특정 기념일을 계기로 교육하는 일)' 차원에서만 '반짝 교육'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제주도교육청으로는 부담스런(?) 교재일지 모른다.

더욱이 4.3에 대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교사 재원' 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4.3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기대하는게 애당초 무리일지도 모른다.

이에대해 한 역사교사는 "4.3을 포함한 현대사 교육을 전문 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무엇보다 교수 연수에 대한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 경기 지역 등에서 조차 전교조의 '역사교육 프로그램'이 튼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고, 심지어 우수한 전교조 교사 가운데 강사를 선발하며 '역사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지역 현대사'에 있어선 거듭나는 제주도교육청이 되길 기대한다.

한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그 동안 '역사 다시 읽기' 기획 시리즈로  제1권 '역사바로읽기 4·19혁명'을 시작으로 '6월 민주항쟁'(2권), '5·18 민중항쟁'(3권), '부마 민주항쟁'(4권)에 이어 지난해 '한일회담반대운동'(5권)을 발간한 바 있다. 이번에 펴낸 제주4·3연구소 편으로 낸 '제주 4.3'은 총 7000부가 발행됐다.

▲ 책 속의 한 장면. 어른과 아이의 대화체 형식으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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