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시인 겸 아동문학가인 이소영 씨는 최근 새 시집 <소금꽃>을 발간했다.

시인은 새 책을 ▲1부 바다 재우는 소리 ▲2부 세상 건너 온 사람들처럼 ▲3부 서러운 다리 하나 ▲4부 세상 작은 바람에도 ▲5부 소금꽃 등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눠 소중한 작품을 실었다.

10년 만에 새 책을 내는 소감에 대해 “다시 시를 쓰기까지 나의 시와 삶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을 녹여내며 잃어버린 시간들을 후회해야만 했는데, 다시 시집을 내며 부끄러워지는 건 시에 대한 영원한 내 과제인지도 모른다”며 “아름답지만 속 깊이 감춰진 제주인의 아픔을 그리며 같이 아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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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아동문예>로 동시인, 1993년 <한국시>로 시인으로 등단한 그녀는 한국문인협회, 한국동시문학회, 제주문인협회, 제주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펴낸 작품으로는 1997년 동시집 <추억이 사는 연못>, 2003년 시집 <어느 기우뚱대던 날의 삽화> 등이 있다.

한국시사, 177쪽, 1만원

소금꽃

이소영

도통 풀 길 없이 엉켜버린 제주의 그 해, 사월
말과 말은 통하지 않고 길과 길도 어긋나
가늠할 수 없는 상처들만 밤낮, 숨 죽여 골 깊더니
소개령에 떠밀려 와
만삭에 두 아이, 그리고 온갖 짐 짊어진 채
세상 한 귀퉁이에 매달려
처절하게 달리던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
거친 파도로 갯바위에 털어놓던 말들
소금기 하얗게 새겨 놓았다
바람은 경계를 넘어 오가지만
어느 경계면에 매달려 불안에 떨던
온 삶을 태워버린 중산간 마을은 말이 없고
어린 날 바다를 놀이터 삼아
반나절쯤 입술 퍼렇게 놀다
너럭바위에 누워 젖은 몸 말리던
현무암 둔덕마다 잔망스레 피어나던 소금꽃 무늬
그 때는 몰랐던
하얗게 질린 잿찔레 가시되어 얽힌 순명
어머니의 야윈 속울음으로 새겨져
차마 떠나지 못해
오늘도 기억의 갯가를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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