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선화 의원(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제주도정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는 문화예산을 편성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환영할 일이다. 2016년 올 한해 문화의 가치를 키우는 문화예술분야에 1065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더라도 30%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행정의 문화마인드로 인해 그동안 입이 닳도록 얘기해왔던 일들이 하나 둘씩 이루어지는 것 같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 한 가지 바람이 더 보태어졌으면 한다. 다른 분야도 그러하겠지만 결국 사람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집중 투자되고 있는 문화예산이 씨앗이 되어 사람을 키워내고 그 문화인력들이 펼쳐내는 사업들이 지역 곳곳에서 알알이 열매를 맺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얼마 전 광주시 양림동을 다녀왔다. 광주와 예술을 말할 때 양림동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름만 근대역사문화마을이 아니었다. 주민자치위원장부터 위원들까지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되고, 주민자치센터조차 공연장·전시관·도서관·마을홍보관 등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했다. 그야말로 지역주민, 예술인, 행정이 혼연일체다. 기초자치단위인 동 지역에서부터 피어난 주민들의 문화예술 열정이 지역예술인은 물론 지식인, 정치인, 행정가들과도 연결 확장되면서 넓게는 광주가 아시아 문화도시의 면모를 갖춰나가는데 그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의원의 지역구인 삼도2동만 하더라도 재미있는 예술적 실험과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주변 환경이 정비되고, 빈 점포를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문화예술인들도 하나 둘 늘어났다. 관덕정과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옛 제주대학병원)일대에선 문화예술행사도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지역주민들과의 교감도 없다.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마을의 변화를 지켜볼 뿐이다. 사업이나 행사는 그때뿐이며 끝나면 다시 동네는 적막이 흐른다. 과연 이러한 문화예술 실험들이 잘 되고 있는 것일까? 원도심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갖가지 변화의 바람은 분명히 일고 있지만 그 방향이나 지향점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추진 중인 사업들을 지역은 물론 문화예술인과 지역주민들을 엮어내고 이를 컨트롤하는 구심점이 과연 누구란 말인가? 마치 홀로 서있는 고립된 섬처럼 갖가지 사업들은 제각각 따로따로 진행되고 있다. 도 따로, 행정시 따로, 동마저 따로국밥이다. 이들을 엮어낼 문화적 역량을 갖춘 공무원을 찾기도 힘들며 익숙할만하면 전보해버린다. 사정이 그러한데 지역주민과의 교감을 얘기하기란 더더욱 힘들다. 더군다나 문화이주민들과 주민들과의 갈등이나 원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얘기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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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화 의원. ⓒ제주의소리
1000억원이 넘는 문화예술 예산배정만큼이나 이에 걸맞은 문화적 역량을 갖춘 사람을 키워내자. 제주도정이 가고자 하는 제주 문화예술의 섬은 어찌보면 돈보다 사람이 필요한 일일지 모르겠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뜻이 모여야 가능한 일이다.

문화행정의 힘은 여기서 발휘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담당 공무원들도 벤치마킹 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문화연수를 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 과감히 투자하자. 문화비전과 역량을 갖춘 인력들이 든든히 뒷받침될 때라야 문화예술이 도민의 일상으로 자리잡는 문화예술의 섬이 가까워지리라. 1000억원 문화예산의 답은 사람에 있다. / 이선화(제주특별자치도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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