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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산담의 모든 것 담은 <제주 산담> 발간...“가치 있는 산담 문화재 지정해야"


한적한 제주 오름과 중산간을 거닐다보면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산담이다. 사자(死者)가 머무는 제주 산담. 그곳의 유형이나 구조 같은 표면적인 요소를 넘어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자료집이 나왔다. 제주 돌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김유정 미술평론가의 <제주 산담>이다.

김 평론가가 쓰고 서귀포문화원이 최근 발행한 <제주 산담>은 김 평론가가 20년 동안 제주 전역을 돌며 답사한 결과물이다. 

평소 제주돌에 큰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해온 그는 ‘삶과 죽음으로 구분되는 돌문화’라는 자신만의 학문적 신념을 바탕으로, 제주 전역에 퍼져있는 무덤들을 살펴봤다.

책은 무덤이 가지는 기념성부터 시작해 한국의 장묘 제도와 그 속에서 무덤이 차지하는 의미를 살펴본다. 나아가 제주장법의 역사적 전개, 제주 무덤의 유형을 거쳐 제주 산담 기능, 유형, 구조, 축조방법, 축조비용까지 심층적이고 세분화된 시각으로 산담을 바라본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다 같은 산담도 ▲전방후원(前方後圓) 외담 ▲등변사다리꼴 겹담 ▲계단식 등 세세하게 구분해놓은 모습은 필자의 노력을 실감케 한다. 산담의 석물들이 가진 역사적인 배경도 빠지지 않고 소개한다. 발로 뛰어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이다.

망자를 위한 산자의 노력을 잊지않으려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 눈 오는 날의 제주 산담. 사진=김유정. ⓒ제주의소리
▲ 오름에 위치한 제주 산담들. 소, 억새가 자유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김유정. ⓒ제주의소리
▲ 제주 산담의 석물. 사진=김유정. ⓒ제주의소리

석공, 제주말로 ‘돌챙이’들의 역사도 함께 실었다. 강승도, 강영택, 장공익 등 제주에서 이름을 날린 석공들의 이름 석 자를 담았다. 아울러 제주의 장묘문화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책은 읽을수록 더욱 가치가 빛난다.

사회가 점차 빨라지고 세분화되면서 가족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공동체를 묶어주는 중요한 의식인 장례 역시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 없다.

필자는 산담도 조금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산담의 돌을 하나라도 건들면 안 되는 터부의 시대에서 정원의 장식을 위해서는 산담도 마음대로 무너뜨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말에는 변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듬뿍 묻어난다.

그는 흔하게 취급되면 가치를 미처 몰라보는 것처럼, 산담의 가치 역시 재조명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제주의 묘지에는 다양한 석물들이 있어서 산담의 가치는 더욱 보배롭게 빛난다. 제주의 산담 중 역사적인 의의와 문화적인 가치, 조형적인 진가(眞價)가 있는 산담을 선별해 서둘러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정책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 평론가가 바라보는 산담은 돌문화의 표본이다. 산담이 품고 있는 제주 자연주의적인 문화 모델로서의 가치를 더 많은 대중들이 인식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 김유정 미술평론가. 사진=김유정. ⓒ제주의소리
김 평론가는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며 예술을 업으로 삼았다. 제주도립미술관 개관 큐레이터, KBS제주방송 초빙큐레이터 등을 역임하며 제주 예술계에서 많은 일을 도맡아왔다. 

현재는 제주문화연구소장, 미술평론가, 한국민족미학회 회원, 이중섭미술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 <제주의 무덤>, <통사로 보는 제주미술의 역사>, <제주의 돌문화>등이 있다. 

서귀포문화원, 322쪽, 비매품.

책 관련 문의: 064-733-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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