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후보 '반납 약속'에…상대측 '기부행위 아니냐?'
선관위 '고민' 끝에 "일단 아니다" 유권 해석

선거관리위원회가 때 아닌 고민에 빠졌다.

최근 5.31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도의원 후보와 교육의원 후보가 유급수당 전액을 사회에 반환하겠다고 선언하자 상대후보측에서 선거법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한마디로 '기부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따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조항'에 해당하는지 최근 유권해석에 들어갔다.

'의원 월급  전액 사회환원'....과연 선거법에 걸릴까?

과연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도의원 후보가 수당 전액을 사회에 반환하면 선거법에 걸릴까?

현행 공직선거법 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에는 국회의원·지자체장·지방의원 등의 후보자와 배우자, 관련자는 선거구 민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또 같은 법 112조 (기부행위의 정의 등)는 선거구민에게 일체의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약자에게 주는 '공공성'을 지닌 행위가 과연 '기부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것. 더욱이 전달되는 대상이 누구냐도 논란의 대상이다.

실제 제3선거구(제주시 일도2동 을)도의원에 출마하는 김승석 예비후보는 26일 "제가 도의원에 당선되면 도의원에게 지급되는 유급수당 2338만원 전액을 혼자사는 노인, 장애인,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기금에 출연하고 그  사용 내역을 시민사회복지단체로 부터 사후 검증받겠다"고 약속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어 교육의원 제1선거구에 출마하는 고점유 예비후보도 이날 "교육의원 유급수당 전액을 사회에 환원해 아동급식비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명예봉사직'으로 남고 싶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놨다.
   
고 예비후보는 "현재 전국적으로 지방의원이 유급제로 전환되고 있으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주민의 어려움과 조세부담 증가되는 상황"이라며 "도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모든 유급수당을 은행신탁을 톨해 어려운 역경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도내 소년소녀가장의 급식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환원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선관위 까다로운 법해석에 속앓이'..."정말 난감하다"

대법원 판결로 본 사례

"시장후보, 2억원대 봉급기탁 약속...기부행위 아니다"

2003년 5월 대법원(선고 2003도 3187 판결)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판결 내용을 뒤집은 사례는  '도의원 후보의 유급수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의 법적 판단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실제 2002년 6.13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선 속초시장 후보자는 선거를 보름 앞두고 "당선이 되면 속초시장 급료 전액(4년간 2억원 상당)을 속초시 재정력 향상과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회 발족에 기탁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고,. 또 6월 9일 속초시 합동연설회장에서 같은 취지로 연설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속초시 선거구민 전체를 상대로 약 2억원 상당의 이익제공을 약속했다"며 "기부행위로 볼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결국 대법원은 "공직선겁버에 따른 기부행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특정되어야 하고, 그 상대방은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받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상대방이어야 한다"며  "추상적이고 잠재적인 수혜자에 불과할 경우에는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해석을 내렸다.

이어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에서 주장하는 '속초시 선거구민 전체를 대상으로 기부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낸 바 있다.

그런데 정작 한 상대후보측에서 "사실상 선거법상 선거운동이 아니냐"며 기부행위에 저촉되는지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달라며 선관위에 의뢰해 온 것. 정작 선관위는 '예기치 않은'  건의에 까다로운 법해석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0조 제5항에 따르면 "자선사업을 주관·시행하는 국가·지방자치단체·언론기관·사회단체 및 종교단체 등에 의연금품·구호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예외조항으로 둬 기부행위로 보지 않고 있다.

도선관위 관계자는 "유급수당 환원이 공식 발표 된 후 선거법상 기부행위 112조에 해당되는지 검토 중"이라면서도 '기부행위 예외조항'에 해당하는징 대해 솔직히 '난해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문제는 기부를 받은 수 있는 대상이 특정인이 아니거나 모호한 다수일 경우 기부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가령 '사회 출연금을 내겠다'는 공언은 사실상 말 뿐일 뿐 '특정 대상'이 없어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번 경우는 상황과 경우가 전혀 달라 선관위에서도 '해석'을 놓고 분분한 상태다.

특정인 아닌 모호한 다수 대상, 정기적인 기부...기부행위 '예외조항' 해당

실제 최근 전국에선 '교회 십일조 헌금 1억'을 놓고 선거법 위반에 따른 논란이 일었지만 통상적인 헌금이라는 이유로 기부행위로 보지않는다는 해석이 내려진 상태다.

당시 5ㆍ31 지방선거 출마 예정인 현직 군수의 부인이 올해 1월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십일조 형식의 헌금으로 1억원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발생한 선거법 위반 논란은 선관위가 '현행법상 통상적인 헌금은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다"며 "다만 통상적인 헌금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실제 선거법 112조는 '종교인이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ㆍ성당ㆍ사찰 등에 통상의 예에 따라 헌금하는 것은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런저런 끝(?)에 나온 예비의원들의 '유급수당' 사회환원.  '선심성 공약(?)이라는 시선과 함께 논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다른 도의원과 교육의원에 출마하는 120여명 후보들에게도 자극이 될 만한 모처럼의 약속(?)에 대해 선관위는 결국 고심끝에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

"유급수당의 사회환원 약속은 일단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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