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심사위 120여만원 ‘칼질’에 재심사 신청 예고…시민사회 “아쉽지만 비교적 선방”

IMG_2320.JPG
▲ 제주도 분양가심사위원회 위원장인 양석완 제주대 교수가 제주 꿈에그린 분양가 심사 직후 기자들에게 심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한화 ‘제주 꿈에그린’의 분양가가 3.3㎡(평) 당 869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제주도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거치며 신청가에서 120만원 이상 깎였다.

시행사는 납득할 수 없다며 재심사를 요청할 예정이어서 분양은 또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제주도 분양가심사위는 27일 오전 11시부터 제주 꿈에그린 410세대에 대한 분양가 심사를 진행해 5시간여 뒤 3.3㎡ 당 869만8000원을 최종 분양가로 결정했다.

시행사인 하나자산신탁(대표 이창희, 당초 디알엠시티)은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총 분양금액으로 1498억원, 3.3㎡당 분양가로 990만6000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심사를 거치며 총 분양금액이 1315억으로 183억 가량 삭감됐고 이에 따라 3.3㎡ 당 분양가도 120여만원 낮아졌다.

가산비 부분에서 대폭 삭감이 이뤄졌다. 신청된 택지비 가산비는 당초 114억원에서 79억원으로 35억원이 낮아졌다. 건축비 가산비 역시 신청가는 246억원이었으나 심사위는 98억원으로 148억원을 깎았다.

당장 2012년 4월 심의됐던 노형 2차 아이파크가 비교대상이 됐다. 2차 아이파크 공사 당시 토지 내 암반 비율이 90%에 이를 정도였지만, 제주 꿈에그린 토지 내 암반 비율은 15% 수준이다. 심사위는 이를 감안해 택지비 가산비에서 칼질 규모를 늘렸다.

건축비 가산비의 경우 시행사는 고도가 높다는 점(약 380m)을 감안해 벽 두께, 열 효율, 창호 등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는 점을 근거로 가격을 제시했으나 심사위는 해당 지역의 기후적 특성 등을 검토해 이 역시 적정가가 아니라고 판단해 가격을 낮췄다. 고급자재 사용에 따른 비용에 대해서도 시행사와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심사위 위원장인 양석완 제주대 교수는 “도민을 위해 열심히 칼질을 했지만 법령 담보 조항 등(주택법)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밖에 산정할 수 없게 된 점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파트가 안전하고 쾌적한 조건을 갖추도록 보장해야 하는 부분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하면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세력이 폭리를 취하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또 반대로 높이 책정하면 이를 기준으로 민간에서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게 되는 파급효과가 있는 만큼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당국은 제주 꿈에그린의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강창석 제주도 디자인건축지적과장은 “부동산투기대책본부 차원에서 전매 제한 기간인 1년 동안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또 이 기간이 끝나는 동시에 투기 여부를 중점조사해서 투기가 없도록 행정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72785_196791_3323.jpg
▲ 27일 제주도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제주 꿈에그린 분양가 심사가 열린 도청 별관 회의실. ⓒ 제주의소리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다소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비교적 심사위가 제 몫을 했다는 반응이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과거와 비교해보면 제법 큰 폭으로 깎았다. 도민들이 수용할 정도는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런대로 선방한 것 같다”면서도 “타 지역에서 분양하는 가격과 비교해보면 결코 낮은 수준의 금액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좌광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례적인 수준으로 삭감한 데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이 나름 검증을 했고,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분양가가 기대치 보다는 높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제주를 포함해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8개 지역 평균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3.3㎡ 당 705만원, 전국 평균 분양가격은 897만원이다. 제주 꿈에그린의 토지는 공공택지로 만큼 이들보다 비교적 땅값이 저렴하다(3.3㎡당 116만원). 이를 감안하면 제주 꿈에그린의 최종 분양가가 낮다고만은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시행사 측은 심사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디알엠시티 남우현 대표는 이날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심사위 결정을)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용할 수 없는 금액이기 때문에 재심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시행사가 재심사를 요청할 경우 다시 분양가심사위를 소집해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미 한 번 결정이 내려진 만큼, 시행사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분양가가 다시 높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알엠시티는 작년 2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9월로 분양시점을 예고하면서 “3.3㎡ 당 최소 85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이보다 훨씬 높은 3.3㎡ 당 990만원을 최종 분양신청가로 제출했으나 심사위를 거치면서 120여만원이 깎였다. 그러나 이것도 최초 공언한 최소치보다는 20만원 가량 높다.

예정대로였다면 분양가 심사 이후 착공과 입주자모집공고, 분양 등이 진행돼야 하지만 시행사 가 결정된 분양가를 거부하며 재심사를 요청하기로 하면서 정확한 분양 시점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제주 꿈에그린은 당초 작년 9월 분양 예정이었으나 4개월째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j1.jpg
▲ 27일 하늘에서 촬영한 제주 꿈에그린 건설 예정지의 모습. 첨단과학기술단지 A2 블럭이 이번에 분양가 심사를 받은 일반분양 지역(410세대). A3 블럭은 추후 임대분양 예정 지역(349세대). ⓒ 제주의소리 박재홍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