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허창옥 의원(농수축경제위원회)

“제주도는 기존에 수립된 성장일변도의 계획과 정책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향후 100년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될 미래비전을 찾는 작업을 수행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외환경에서 유연하게 바꿔가야 할 것과 반드시 지켜야할 핵심가치를 구별해 제주의 미래를 약속하는 방향성을 찾자는 것이다”. 이상은 지난 2월2일 제주도의회에 보고된 제주미래비전 서문에 실린 글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땅값과 이를 마냥 기쁘게 바라보지 못하는 도민의 입장에서는 우리 제주의 미래가치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주의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미래비전 연구용역에서는 제주의 핵심가치를 ‘청정’과 ‘공존’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제주도는 법정 최고계획인 국제자유도시개발계획을 기본전략으로 개발이라는 외형적 성장에 치중해 왔던 것이 사실이고, 그 폐단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청정과 공존이라는 핵심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있으며,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주미래비전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서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1차 산업을 생업으로 하는 도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왜 이런 계획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필자가 보는 미래비전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주 1차 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제주는 청정자연환경을 기반으로 1차 산업이 타 지역보다 활성화되어 있고, 현재 유지되고 있다. 방치나 개발이 아니라 1차 산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청정자연환경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1차 산업을 통해 어메니티가 유지되고 있으며, 그 어메니티가 우리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는 기본적인 사항이 제주미래비전 연구용역에서는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둘째, 1차 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 WTO와 FTA에 따른 시장개방으로 인해 감귤과 월동채소라는 제주의 독점적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수산마저 비용증가와 조수입 감소로 어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채 장밋빛 미래만을 노래한다면 우리 농어업인의 귀에 들어오겠는가? 현재의 현안사항을 적절히 담아내지 못한 결과 그 대책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부 포함된 부분들은 실천방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선언적인 구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셋째, 국가계획을 비롯한 기존 법정계획과의 연계성이 없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수행할 인력과 재원이 없다면 소위 말하는 ‘허명의 문서’에 불과하다. 과연 행정에서는 미래비전에 담겨져 있는 내용을 실천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를 실행하기 위해 기존 법정계획과의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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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옥 의원. ⓒ제주의소리
아무리 뛰어난 가치를 적용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추진방향을 완전히 무시하고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적어도 1차 산업 분야에 있어서의 투자는 개발이 아니라 환경의 보전으로 봐야함에도 연구용역진은 이를 간과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끝으로 비전(vision)이란 내다보이는 장래의 상황을 뜻하는 말로 희망, 미래상, 가능성, 가망, 시각이라는 관련 어휘가 있다. 애석하게도 제주미래비전에 있어서 우리 농어업인의 시각에는 희망과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것이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제주도정이 바라보는 1차 산업의 전부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허창옥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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