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백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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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매화. ⓒ고봉선

코앞에 설이고 보니, 치러야 할 일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며느리로서 죄의식이 앞선다.
얼마 전, 시모님께서 보내주신 매실차를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들 녀석들이 차지하고 앉았던 컴퓨터. 실로 몇 년 만에 내게 왔는지 모른다.

지금 내가 마시는 이 매실차는 시댁 마당에 열린 매실로 담근 것이다.
달랑 한 그루 있는 나무에 얼마나 달렸으랴만, 그래도 시모님께선 항상 우리 몫으로 2리터 남짓 보내오신다.

올 설에도 시댁 마당엔 매화가 피었을까?
컴퓨터를 아무리 뒤져봤지만 시댁에서 찍었던 매화꽃은 찾을 수 없었다.
2009년 도보여행 당시 찍었던 사진을 꺼내보았다.

같은 제주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뭍에 있는 것마냥 찾아뵙기 힘든 시댁.
이번 명절에도 매화꽃은 아들, 손자, 며느리보다 먼저 도착하여 해후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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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매화. ⓒ고봉선

백매화

까치설날 서귀포에는 매화꽃도 귀향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복다복 모여서
새해엔 건강하세요, 덕담들이 오간다.

우리 설날 서귀포에는 매화꽃도 절을 한다
새해 첫날 이 아침 시댁 마당 한편에선
툭 터진 하얀 꽃들이 세뱃돈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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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매화. ⓒ고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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