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사기지 건설, 제주도지사 후보들에게 묻는다

# 공군기지는 No, 해군기지는 Ok?

지난 4월12일 한국일보에 의해 제주도 '공군전력기지' 건설이 올해부터 2014년을 목표로 하는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 사실이 보도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지역 시민사회는 물론 언론도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31 지방선거에 나서는 도지사 예비후보들도 이구동성으로 공군기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공군기지에 대한 강력한 반대입장을 밝히는 지방선거후보자들이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모두 '조건부 찬성'의 아량을 베풀고 있다. 하지만 그 '조건'이라는 것은 '배후도시 건설'이나 '지역생산물 구매효과', '민간복합항 개발' 등 이미 작년 해군기지 찬반논란 과정에서 그 가능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던 것들이다.

도지사 후보들이 이를 찬성의 조건으로 붙이려면 그것의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진단이나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경제적 실리론이 사실은 '허구'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부터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공군기지 문제가 나오자 서둘러 이어진 도지사 후보들의 해군기지 조건부 찬성 입장은 도지사 후보들의 정책적 소신이라기 보다는 해군기지를 둘러싼 '표'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군기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해군기지범도민유치위원장의 언급이 상징하듯 해군기지가 논란에 처해 있는 마당에 공군기지까지는 부담스러워 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역으로 이는 공군기지 문제가 불거진 이후 나타난 '두 개의 군사기지'를 둘러싼 분열적 여론구도를 도지사 후보들이 나서서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

                                               # 공군기지 '선별 대응'은 가능한가?

적어도 정책적 소신을 중요한 덕목으로 지녀야할 도지사 후보들이 공군기지는 적극 반대하면서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찬성하는 이 분열적 여론구도에 '가담'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음의 문제들이 규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는 각각 군의 서로 다른 영역을 맡는 독자성을 띄기는 하나 국방차원의 군구조라는 관점에서 분리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는 9월 공개된 국방부 '국방개혁 2020'을 통해서도 연결성을 갖고 드러난다.

'국방개혁 2020'의 내용은 매우 방대하지만, 핵심은 한국군을 '효율적인 정예강군'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군의 '양적 구조'를 '질적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해군기지 건설의 논리근거로 내세우는 '대양해군론'이나 공군의 '현대전 개념에 따른 전쟁 주도형 공군력' 확보, 혹은 '불특정 위협에 대비한 항공작전영역 확대' 논리로 각각 수용되고 있다.

'해상로 보호'가 동북아 안보환경변화를 근거로 해군과 공군이 동일하게 내세우는 논리라는 점도 유념해 둬야 한다. 이를 공교롭게만 받아들일 우연한 일치로 볼 수 있는가?

결국 해군과 공군이 각각 내세우는 제주도 전략기지건설론이 각자의 '조직적 입장'이므로 '선별 대응'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국가 국방정책을 기조로 한다는 점에서 제주도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패키지'로 작동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설령 해군기지는 되고 공군기지는 안된다는 제주도민의 의사를 국방부나 청와대가 반영한다고 치자.

해상로를 보호하겠다는데, 현대전 개념에 맞는 작전영역 확대로 제주도 기지건설이 필요하다는데, 그리고 이것이 정부 국방정책의 일환이라는데 청와대나 국방부가 이를 말릴 명분이 있을까?

제주도 입장에서도 해군기지만 받아들이고 공군기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작년 해군기지 건설논란에서 대두된 "제주도민은 국민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이와 관련,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들은 한결같이 '선별 대응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제주의 소리 정책질의 답변결과) "공군기지는 전국에 있지만 해군기지는 진행에만 있다(김호성)"거나 "해군과 공군이 동일목적이 있지만 독자성과 자율성이 크다(진철훈)"라거나 "도민이 수용하지 안하면 불가능하다 (현명관)", "공군기지는 평화의 섬 이미지와 맞지 않다(김태환)"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다.

그래도 국방부 차원에서 패키지로 추진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내는 물음에는 또 다시 이구동성으로 "도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

# 공군기지, 도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둘째, 해군기지는 수용하고 공군기지에 대해서만 "도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는 도지사 후보들의 위험스러운 입장은 제주도 공군기지추진 역사를 거슬러 꼼꼼히 검증해 봐야 한다.

원래 국방부 소유이긴 하지만 1986년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이 일대에 추진되는 관광개발계획을 의식한 국방부의 일방적인 처사였다. 7년후 재차 이를 해제하기는 하였지만 10년전부터 있어온 대정주민들의 불하요구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이와 관련한 지난 4월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자료제출요구에 대해 "제주 모슬포 기지는 공군의 전술/전략적 요구에 의한 필요기지로 운영 발전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답변을 통해 거꾸로 전략기지 확대론을 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군전략기지 건설의혹과 관련 부지협소를 이유로 사실이 아님을 밝힌 공군이 한편에서 불하요구와 관련 '대체부지' 요구를 보다 정식화 해가는 최근의 동향도 오히려 적극적인 건설움직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도지사후보들은 마치 시도하면 해결될 것처럼 알뜨르비행장 불하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앞서의 임종인 의원실 제출자료상에서 '무상양여'조차 불가하며 대체부지 제공부터 선행해야함을 못박고 있다.

1935년 일본군 비행장 건설이래 부지면적을 꾸준히 확대하며 소유해온 알뜨르 비행장 불하문제가 도지사가 나선다고 해결될까? 더구나 해군기지는 내주면서….

도지사 후보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보여줘야 한다.

# 군사기지, 평화의 섬 밑그림에서 진단할 수 있어야

셋째, 설령 도지사 후보들의 '소망'대로 해군기지는 수용하고 공군기지는 막아내더라도 '소음과 굉음을 내는' 사실상의 공군기지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알겠지만 군사전문가나 국내의 수많은 군사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해군력을 구성하는 요소로 '항공세력의 확충'을 꼽고 있다. 화순항에 추진하는 해군기지가 해군 스스로가 밝히는 항모입항이 전제된 시설이라는 점에서 공군력은 필수요소, 해군기지 건설 자체는  공군기지로의 확장가능성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해군기지는 되고 공군기지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군사기지 문제를 지나치게 협소한 경제적 실리론으로 접근한 결과이다. 아무리 경제적 실리를 따질 줄 아는게 각광받는 지혜처럼 돼버린 시대지만 또한 만의 하나 군사기지가 경제적 실리가 있다 하더라도 지역경제의 활로를 군사기지와 같은 '의존경제'에서 찾으려는 전근대적 발심을 어떻게 도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최소한 제주도지사 후보라면 평화의 섬이라는 새롭고도 국제적 비전을 준비하는 큰 정책적 맥락에서 이 문제를 냉엄히 바라볼 줄 아는 지혜가 먼저 준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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