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1150만원에 판매…작품 소유 과정 '진위파악 부심'
제주화가 변 화백 "아마추어가 그린 작품...회수해야"

▲ 변시지 화백의 '제주풍경' 시리즈.
제주 출신 변시지 화백이 제주의 풍광을 담은 그림이 경매과정에서 가짜 그림으로 판명돼 미술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변 화백은 "누군가 모방해 그린 명백한 가짜"라고 주장하며 경매사측에 사실 규명을 촉구했다.

▲ 위작으로 밝혀진 '제주풍경' 10호. 바닷가의 나무들이 꼿꼿이 서있다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이자 선발업체인 서울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101회 경매에서 제주의 원로 화백 변시지(80)씨의 제주 풍경을 담은 10호, 15호 크기 풍경화 2점을 경매에 부쳤다. 경매 낙찰가는 10호 1150만원, 15호는 2000만원에 각각 판매됐다.

하지만 10호짜리 '제주풍경’(42×52.5㎝,10호)' 그림에 대해 변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아닌 가짜"라고 주장하며 파문이 일고 있는 것.

변 화백은 이날 제주의 소리와의 통화에서 "제주풍경의 소재는 내가 주로 그리는 소재는 맞지만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다"며 "제주도의 바람은 강하기 때문에 파도가 휘몰아칠 때 바닷가의 나무들은 똑바로 서 있을 수 없는데도 이 작품에서는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아마 아마추어가 기술적으로 나의 작품을 모방해서 그린 것 같다"며 "위작 작품에 대해 서울옥션측에 회수를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변 화백측은 "단지 회수 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 문제의 범임을 찾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미술 경매시장에서의 위작 시비는 지난해 서울옥션이 이중섭 화백의 가짜 그림을 경매에 내놓아 미술계 최대의 위작 시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서울옥션은 고 이중섭 화백의 그림 4점이 위작으로 판명나자 출품작 감정 과정의 전문성 강화 등을 약속했으나 이번에 다시 위작 시비에 휘말린 셈.

문제는 지난해 위작시비에 그친 것과 달리 이번 변 화백의 그림은 1150만원에 버젓이 낙찰돼 더욱 파문이 커지고 있는 것.

이에대해 서울옥션측은 "변 화백의 의견을 충분히 인정하나 작품을 소유하게 된 정황 등 위탁자의 사정도 들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며 "구체적인 조치 방향은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화단의 대표 원로 화가...제주의 황토빛 화폭에 담아와

우성(宇城) 변시지 화백은 6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23세 때 일본 아카데미즘의 중심인 광풍회에서 역대 최연소로 최고상을 수상한 후 고국으로 돌아와 중앙 무대에서 활동했다.

파벌 중심의 화단에 염증을 느껴 그동안 제주도에서 활동해 온 변화백은 노란색 톤으로 제주의 향토색을 화폭에 담아왔다.

서귀포시 기당미술관의 명예관장이기도 한 변 화백은 지난 3월 목화로 제작한 판화작품 4점을 서귀포시 기당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기증된 작품은 변 화백이 내년 개인전을 열기 위해 작업중인 묵화 가운데 4점을 판화로 제작한 것으로, 4점 모두 원본의 크기와 같은 가로 71cm, 세로 20cm의 화선지에 정교하게 찍어넣은 작품이다.

이에 앞서 변 화백은 기당미술관 개관 이후 지금까지 유화 26점을 비롯해 조각 1점, 목화 3점, 판화 8점 등 모두 38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지난해는 고향인 서귀포에서 대표적 화풍인 향토빛 ‘제주화' 30년을 결산하는 개인전 자리를 마련했었다.

▲ 변화백의 '제주풍경' 시리즈. 보통 나무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으로 형상화 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