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는 입당투쟁, 제주시장은 예산투쟁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자치단체장 마다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두 단체장의 서울행보가 지방정가와 공직사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일과 3일 잇따라 서울을 찾은 두 사람.
김태환 도지사와 김영훈 제주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2년 전엔 현직 지사가 바로 제주시장의 그 자리에 있었을 관계다.

김 지사는 언론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지다시피 2일 오후 4시반 항공편으로 서울을 다녀왔다. 김 지사가 일을 마치고 내려온 시간은 오후 9시. 이날 지사는 오후 8시 항공편을 이용, 결국 서울에 머문 시간은 많아야 2시간 남짓이다.

체류시간으로 봤을 때 행정업무 차원에서 갔다기 보다 최근 열린우리당 입당과 관련, 일련의 당 관계자를 조우했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단지 2시간의 체류시간을 감안할 때 과연 당 관계자를 만났느냐, 아니면 단지 유선 통화만 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실제 그 결과는 3일 오전 열린우리당 중앙당의 '김지사의 입당 동의'로 나타났다.

여기에 또 다른 서울 행보를 보인 김영훈 시장은 3일 오전 9시 10분 항공편으로 서울행에 올랐다. 김 시장은 내일 오전 첫 비행기로 내려올 예정이다.

김 시장의 방문지는 기획예산처. 수 백억의 국고보조금 신청에 따른 예산 확보를 위해 예산계 과장 등 담당자 2명과 함께 동행했다.

오는 7월 특별자치도 출범과 이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루 차이로 서울길에 올랐던 두 사람. 이들의 행보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르내린 것은 당연지사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두 단체장의 처한 입장과 위치, 상황이 같지는 않다.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의 수장으로서 이를 바라보는 눈은 사뭇 다르지 않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주도지사의 입당투쟁과 제주시장의 예산 투쟁...

정치 세계로 변질된 현직 단체장들의 상황과 여건이 어제 오늘의 일이냐는 것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단체장들의 일련의 행보는 특히 공무에 충실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의 거리를 주고 있는게 사실이다.

각 군 청사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혁신과 변화'를 주문하는 어록이 즐비하게 한 쪽벽을 채우고 있다.

변화와 혁신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라며 '긍정적인 것은 두배로, 부정적인 것은 반으로' 만들자는 게 주요 골자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일부 단체장들의 행보는 변화는 있을 지언정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한 말단 공직자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이런 저런 소식을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과연 공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케 한다"고 말했다.

새삼 단체장의 본질과 책무가 부쩌 그리운 계절이다.

▲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이 걸려있는 제주시 청사벽면.

▲ 일과 민원과 정책에서의 혁신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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