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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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81) 기억 ~ 깊고 깊은 언약 / 김소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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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에게 / 김소월 프로젝트 (2010)

박창학은 윤상과 고등학교 때 함께 밴드 ‘페이퍼 모드’를 결성했다. 보통의 고교 밴드치곤 근사한 이름이다. 우정은 음악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는 윤상의 노래 ‘한 걸음 더’나 ‘달리기’ 등의 작사를 하면서 작사가로 활동했다. 그러니까 사실 ‘페이퍼 모드’는 계속 윤상의 노래 속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를 윤상의 그림자로 기억한다. 그는 기꺼이 윤상의 마음이 되어주었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여고 문학 선생님, EBS ‘세계음악기행’ DJ를 하기도 했다. 그가 작사한 노래들을 들으면 그는 여기 아닌 어딘가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 여기 도시의 소음 속에서 / 빛을 잃어가는 모든 것 / 놓치긴 아쉬워’(윤상의 노래 ‘한 걸음 더’ 중에서),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 숨이 턱까지 찼나요 /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윤상의 노래 ‘달리기’ 중에서),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김동률의 노래 ‘출발’ 중에서).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공간에서 떠나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언제나 그림자로 머물던 박창학은 마침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김소월 프로젝트’의 박지만이 ‘그 사람에게’라는 음반을 내면서 박창학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그는 이 앨범에서 ‘기억 ~ 깊고 깊은 언약’을 불렀다. 예상과 달리 제법 노래도 한다. 젖은 그림자가 햇빛을 받으며 몸을 말리고 있는 것 같다.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던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흡족한 일이긴 하지. ‘왔다고 할지라도 자최도 없는 / 분명치 못한 꿈을 맘에 안고서 / 어린 듯 대문밖에 빗겨 기대서 / 구름 가는 하늘을 바라봅니다’(박창학의 노래 ‘기억 ~ 깊고 깊은 언약’ 중에서).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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