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당선작 선정...시 작품 <로프>, 소설 <청학(靑鶴)>


제4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으로 시 <로프>와 소설 <청학(靑鶴)>이 선정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병택)는 지난 2월 26일 실시한 본 심사 결과, <로프>와 <청학>을 각각 시, 소설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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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산 작가. 제공=제주도. ⓒ제주의소리
<로프>는 인천에 거주하는 김산 작가의 작품이다. 

김 작가는 1976년생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 입학해 2007년 <날아라 손오공>으로 시인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3년 대산창작기금 시 부문에 선정됐으며, 저서로 <키키>(2011, 민음사)가 있다. 

<청학>은 전라남도 광주에 거주하는 정범종 작가의 작품이다. 

정 작가는 1961년생으로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해 1986년 경향신춘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입선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07년에는 5.18 창작희곡에서 <오방색 양말>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 부문을 심사한 고은, 김순이, 김정환 심사위원은 <로프>에 대해 “기존의 숱한 추모작과 달리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잇는 역동적이고 긴장된 마디, 행들을 갖추고 있으며 이 긴장의 마디가 전편에 잠복해 시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광경이 경이로운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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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범종 작가. 제공=제주도. ⓒ제주의소리
특히 당선작에 버금가는 경쟁작이 있었음을 토로하며 “응모작품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은 고무적”이라 밝혔다.

소설 부문을 심사한 염무웅, 이경자, 현기영 심사위원은 <청학>에 대해 “무엇보다 제주4·3 정신의 문학적 형상화에 중점을 뒀으며 평화에 대한 전형성을 보여주는 작품에 주목했다”면서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청자에서 상감청자로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계급을 다루는 작가의 핍진한 공력이 돋보이며 격조 높은 시적 문장의 경쾌한 속도감은 고전적 소재를 극복하기에 충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별도 일정에 의해 추후 실시할 예정이며 수상작품은 조만간 공식 출판을 통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4회 문학상 공모는 지난해 5월 27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뤄졌으며, 그 결과 시는 1179편(107명), 소설은 82편이 접수됐다. 당선작 상금은 시 2000만원, 소설 7000만원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 작품으로 승화함과 아울러 평화와 인권·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도민화합과 제주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고자 제주도가 지난 2012년 3월 제정한 제도다. 지난해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이문교)이 업무위탁을 받아 주관하고 있다. 

제1회 당선작은 현택훈의 시 <곤을동>, 구소은의 소설 <검은 모래>다. 제2회는 박은영의 시 <북촌리의 봄>, 양영수의 소설 <불타는 섬>이며 제3회는 최은묵의 시 <무명천 할머니>, 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가 선정됐다.

<제4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로프

김산

공중의 바람은 한시도 그대로 머무는 법이 없다
붙들린 기억 저편으로 얽매이고 달아났다 이내,
방치하고 짓무른 거리의 흙 알갱이들을 토해냈다
13년간 복직을 위해 뛰어다닌 관절염은
헛기침 소리에도 소울음을 게워냈고
욕설처럼 들이밀던 탄원서는 침묵의 목도장만
시뻘건 일수를 찍어댔다
끝까지 몰려본 사람은 안다
눈 덮인 산기슭에 놓인 덫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길로 쏜살같이 뚫고 나가는 산짐승은 안다
배낭에 생수 몇 통을 聖水처럼 짊어진 조성옥 씨는
지상 50미터 철강회사 굴뚝 위로 올라갔다
나선형의 계단을 징검돌처럼 한 생 한 생 밟을 때마다
죽지 위로 날개가 파닥거렸다
경계와 경계 사이에는 금을 긋는 법이 없다
땅은 땅이면서 하늘은 하늘 그대로를 담고 있다
굴뚝의 몸뚱어리가 후끈 달궈진 쇠근육처럼
매일같이 조여왔다, 휘어졌다
장미보다 들국을 좋아하는 눈이 파란 아내, 코넬리아는
배낭에 울음을 담고 로프를 묶고 있다
대롱대롱 매달린 배낭이 출렁이며 경계를 넘을 때
그는 순간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자신을 동여매고 산 한 올의 가닥은 무엇이었을까
백만 원 남짓의 서정적인 급료와
선술집에서나 통할 법한 철강 대기업의 명함 한 장
아니다 결코, 그건 아니다
웃자란 수염을 쓰다듬고 지나가는 공중의 바람이
지난날, 그가 배포했던 굴뚝 아래 뒷굽들의
처우개선 유인물처럼 세상의 길가 구석구석까지
낮게 낮게 손짓하고 있었다 

바람이 제법, 쌩쌩하다


 <제4회 제주4·3평화문학상 소설 당선작> 줄거리

      청학(靑鶴)      

정범종


-줄거리를 말하기 전에-

 상감청자는 이 민족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그 아름다움은 민족 예술의 한 정점이다. 
 상감청자의 아름다움은 그 무늬에 있다. 그런데 이 무늬를 표현하는 방식이 특별하다. 
상감(象嵌)이란 기법은 고려의 도공이 창안해낸 것으로서 세계 유일이다.
어떻게 해서 고려의 도공은 이 기법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이 과정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질문은 이어진다. 상감의 무늬들 가운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하고 있는가? 

 -줄거리-

 토지를 놓고 농사꾼과 부자가 맞서다가 죽이고 죽는다. 농사꾼의 아들은 도공이다. 
부자네 사위는 무인이다. 
도공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무인에게는 벼슬아치인 형이 있다.
도공은 여인을 생각하다가 흙 그릇에다 학을 새긴다. 이 무늬를 계속 남겨두려고 
백토를 채운다. 이렇게 해서 상감이 이뤄진다. 
그는 상감청자를 알리려고 학이 상감된 찻잔을 왕궁의 그릇에다 끼워 넣는다.
왕궁에서는 비색만으로 된 청자를 써왔다. 생명을 표상하는 비색이 왕의 색으로 적절하다고 
여겼으니까. 이런 비색 청자들 가운데에다 무늬가 있는 청자를 끼워 넣는 것은 불충이다. 
범인을 잡아서 벌주는 일을 무인과 그의 형이 맡는다.
무인은 여인을 추행하고 형은 도공을 압박한다. 무인과 형에 의해 도공과 여인은 
내몰리게 된다. 윗대로부터 내려온 원한은 깊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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