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최근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제주는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단연 전국에서 가장 ‘핫’한 노른자위로 떠올랐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집값이 치솟자 무주택자와 저소득층, 청년계층은 물론 도민 사회 전반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이 시점에서 제주지역 전반의 집값 실태를 점검해보고, 도민의 주거복지 향상 방안을 모색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제주 주거복지, 해법은] ② 분양·거래가 천정부지...'심리적 마지노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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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도심에 위치한 노형2차아이파크. 작년 말 이 '나홀로 아파트'가 몇 세대가 12억원에 매물로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제주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연동과 노형동 지역의 아파트는 다른지역 아파트 매매에 있어 일종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을 위해 공동주택 견본 주택을 자주 찾는 회사원 김모씨(35). 김씨는 지난 2월, 제주시 도남동 자연녹지에 들어설 공동주택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전용면적 85㎡(25.7평, 분양면적 33평형)의 분양가가 3억4000만원이었다. 대규모 단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브랜드 아파트도 아닌 평범한 다세대주택의 분양가가 3.3㎡(평)당 10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제주 사회에서 다세대, 연립은 물론 대단위 아파트라 해도 3.3㎡(평)당 분양가 1000만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김씨는 더 이상 견본주택을 찾지 않는다. 치솟는 분양가에 '새' 집은 포기했다. 

제주지역 대단위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2009년 700만원을 넘었다. 이도지구 한일베라체(661세대)는 702만원, 2010년 분양된 아라지구 KCC스위첸(572세대) 719만원, 아라지구 현대아이파크(614세대)는 730만원이었다. 

900만원대는 제주지역 공공택지 중 최고 노른자위로 꼽혔던 노형동에 2012년 분양된 노형2차아이파크(174세대, 902만원)가 처음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제주지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669만8000원. 2013년에는 767만4000원으로 97만원 뛰었다.

2013년 LH의 서귀포시 혁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650만원, 2014년 서귀포 강정지구 중흥S-클래스 분양가는 3.3㎡당 778만원선이었다.

2014년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洞)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700만~800만원대였지만, 2015년 들어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읍면지역 소규모 공동주택 마저 3.3㎡당 700만~800만원은 기본이 됐고, 제주시 동지역 자연녹지에 들어서는 공동주택은 900만원대를 호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입지가 좋은 도남동이나 오라동, 연동을 중심으로 3.3㎡당 1000만원을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한화 '꿈에그린'의 3.3㎡당 분양가(제주도 분양가심사위 결정 가격) 869만원은 오히려 싸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꿈에그린은 부지가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분양가는 시작에 불과했다. 실거래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규모 단지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3.3㎡당 1500만원대를 넘기기 일쑤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시 아라동 스위첸의 경우 전용면적 133.26㎡ 짜리가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3억6000만원에 비해 2.5배 상승했다. 3.3㎡당 1560만원대다. 

2006년에 지어진 노형동 뜨란채 아파트 76.65㎡형은 지난 1월 4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1억2000만원. 3.5배 이상 뛴 것이다. 

재건축이 예정된 제주시 이도주공아파트 공매에선 낙찰가가 3.3㎡당 2000만원을 웃도는 폭등 양상이 나타났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사이트 온비드를 통해 진행한 '2016년도 공무원 임대주택 매각'을 2월16일 개찰한 결과 49.22㎡(15평형) 낙찰가가 3억779만9000원으로 3.3㎡당 2064만원을 기록했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부의 양극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역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지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245만원이었다. 

전용면적 85㎡(25.7평, 분양 33평형)의 아파트나 공동주택을 구입하는데 최소 3억원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제주지역 노동자의 경우 최소 10년이상 임금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아야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대로 가다간 이른바 '금수저'가 아닌 한, 내집 마련의 기회가 영영 사라질 수 있다.

여기서 키워드가 되는 건 ‘노형·연동 지역의 아파트’다.

다른 유형의 주택과 달리 아파트의 가격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전반의 주택 가격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된다. 가령 ‘노형·연동 아파트도 O억원을 받으니, 제주시내 단독주택은 O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통용되는 게 현재 제주도 상황이다.

노형·연동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잡지 않는 한 분양가를 낮추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새로운 제안도 등장한다. 도민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브랜드 아파트가 대거 공급돼야 분양가가 안정화된다는 논리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경제학과)는 “임대주택만 공급한다고 가격이 잡히지는 않는다. 고분양가를 잡으려면 중산층 이상이 소비할만한 브랜드 아파트들을 대거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산층, 고소득층까지 주거복지를 얘기해야 하냐는 의문을 갖지만, 사실 노형, 연동의 아파트 가격을 잡지 못하면 저소득층까지 영향이 간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브랜드 아파트를 대거 공급해서 고분양가를 잡지 못하면 구도심에 다 쓰러져가는 단독주택 조차 연쇄효과를 통해 죄다 오르게 된다”며 “중산층, 고소득층까지도 주거복지를 얘기해야 하는 경우가 바로 주택 부문에서의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아파트가 대규모로 공급되면 브랜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그러면서 다른 단독주택이나 빌라도 동반하락하게 된다”며 “중산층 이상의 거래가가 저소득층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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