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그림.jpg
[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③ 이미정 사회복지사

현대사회의 복지는 가난한 사람이나 고아, 독거노인 같이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사람을 포함한다. 모든 국민 혹은 시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제도이다.  

2016년 국가 예산 386조 4000억원 중 보건·복지·노동에 쓰이는 복지예산은 123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32%이다. 이제 복지예산은 국방비(38조 8000억원)의 3.2배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신문을 통해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고 복지 사각지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복지를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이웃을 돌보고 살피며 마을회의를 통해 의제를 선정하고 지역의 자원을 찾아 나눔을 통해 실천하는 '마을 중심의 복지공동체' 방법이다.

전통적인 공동체 조직이 주목받는 이유다. 소외, 고독, 빈곤, 범죄 등 생활전반에서 시장주도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 기반한 연대성과 소속감, 상호신뢰 등의 공동체적 가치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물질위주의 공공복지에서 벗어나 마을공동체 고유의 정서적 지원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에 세밀하게 대응하고 주민들의 정서적 안정을 통해 실질적인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대안적 복지 및 전통적인 상호부조의 현대적인 방식인 셈이다.

noname01.jpg
개인이 협동과 연대, 돌봄과 나눔을 통해 스스로 인격적 관계를 강화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마을중심 공동체’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가 됐다. 단순히 국가의 복지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재정투입을 늘려 복지를 해결하겠다는 국가권력의 분배시스템만으로는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없다.

복지는 결국 ‘돈’ 문제다. 그러나 ‘돈’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다. 생계비관 자살은 줄어들고, 삶의 만족도는 적정 수준으로 높아지겠지만 그것이 행복의 전부일 수는 없다. ‘예산(돈)’ 중심 복지정책으로 경제사회적 안전망을 완벽하게 구축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예산(돈)’ 중심의 처방이 아니라 ‘관계’ 중심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마을공동체’와 ‘복지’의 만남이다.  마을공동체야말로 가장 안정적인 관계망이자 가장 효과적인 복지 그물망이다.

마을에서는 ‘관계’와 ‘소통’이 핵심이다. 그래서 마을공동체는 최고의 힐링장소가 될 수 있다. 다시말해 마을공동체는 우리시대 최고의 복지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제주시에서 처음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에 13개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민 스스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

외도동 돌봄봉사회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및 돌봄봉사를 실시했고, 판포미래위원회는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유일무이한 달력을 탄생시켰다. 용담1동 마을발전협의회에서는 꿈을 키우는 책읽는 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람.jpg
▲ 이미정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 위원·사회복지사
마을공동체에서 할 일, 진짜 주민에게 필요한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은 복지로 귀결된다. 이제 마을공동체와 복지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결국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정책과 서비스가 마을공동체를 통해 구현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지역주민의 복지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좋은 구실이자, 더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한 공동의 목표이기도 하다.

제주에는 오랫동안 내려온 조건 없는 나눔 '수눌음' 정신을 되새기며 2016년 ‘수눌음 마을공동체’의 봄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한다. / 이미정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 위원·사회복지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