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④ 박정환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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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더럭분교 전경. ⓒ박정환

제주는 청소년들이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학습의 보고이다. 고산리 신석기 유적지, 용암으로 이루어진 만장굴, 불로초가 자라고 있다는 한라산, 기생화산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오름, 생태관광으로 최고인 숲과 곶자왈, 힐링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올레길, 중국인들에게 각광받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과 갯바위, 여름철 어디서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 제주에 있다.

제주는 관광객으로 북적대지만  제주의 마을에는 청소년이 없다. 타 시도에 비해 제주 출산율은 높다. 그러나 그 출산율은 도시지역에서 만든 수치이고 마을에는 아이들이 없다. 마을의 청소년들은 대도시를 향해 몸과 마음이 움직인다. 아이를 낳을만한 젊은 부부들은 아이들의 교육과 문화생활을 위해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마을에서 제일 젊은 사람은 환갑이 훌쩍 넘은 '60세 청년'이다.

마을에 청소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좋아할만한 생활 여건이 없다. 그들이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만한 동기가 없다. 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작은 마을에는 없다. 열악한 생활여건, 비전이 보이지 않는 삶, 자신의 삶을 함께 할 동반자가 없어 그들은 떠난다. 청소년이 없어 마을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마을의 여건이 없어 청소년이 도시로 옮겨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작은 마을의 학교들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어떤 이들은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작은 마을 학교 몇 개를 통폐합하자고 한다. 어떤 이들은 그 학교를 살리기 위해 사재를 내놓기도 한다. 봉성리 마을 사람들은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 마을에서 마련한 집을 제공하여 학교를 살리고자 노력 중이다. 그 결과 마을에 아이들이 모이고 학교도 되살아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육지부 도시학교 엄마들이 하나 둘씩 제주 작은 마을 학교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콩나물 시루같은 학교에서는 자기 아이들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믿는 이들이다. 하가리 더럭초등학교, 수산리 물메초등학교, 장전리 장전초등학교는 육지 젊은 부부들에게 인기학교다. 작은 마을학교에서도 창의적인 아이가 자랄 수 있고 타인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배려심 많은 착한 아이가 성장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이의 울음소리, 다듬이소리, 글 읽은 소리 삼성(三聲)은 한 집안의 융성함을 징표하는 것이라고 옛 어른들은 이야기 했다. 한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크고, 수눌음 활동이 많아지고, 공부하는 청소년의 모습이 많아지면 그 마을은 발전하고 있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아무리 크게 들려도 싫증나지 않고 오히려 해맑은 웃음소리로 들린다. 마을 공동체에서 수눌음으로 진행되는 농사일은 몸은 고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일에 몰두하게 한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불을 켜고 공부하는 어느 집의 창문은 한 폭의 그림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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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썰매를 타고 있는 아이들. ⓒ박정환

제주는 도시와 농어촌이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지역이다. 아무리 멀어도 1-2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농어촌 아이들은 1시간이면 제주시에 도착해 도시생활을 할 수 있다. 도시아이들은 30여분 이동하면 감귤따기, 양파, 당근, 고구마, 감자 캐기 등 농촌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소라, 멍게, 미역 채취 등 어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제주는 도농이 혼재된 상생의 생활터전인 것이다.

마을은 청소년이 뛰어놀고 자신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에서도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은 청소년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그곳에 터전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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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위원·제주대학교 교수.
제주의 바다와 산과 들, 하늘의 풍성한 자연자원을 청소년의 놀이터, 주민들의 힐링, 육지부와 외국의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 등 타 지역과는 차별화할 수 있는 제주만의 프로그램이 제주의 경쟁력인 것이다.

마을에 아이울음 소리가 새롭게 울려퍼진다. 마을에 수눌음 활동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가 한라산에 메아리친다. 이 모습은 지금까지 제주가 존재해왔고 앞으로 제주의 마을이 찾아 나가야 할 모습이다. 또한 제주마을 발전의 토대이기도 하다. / 박정환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위원·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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