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최근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제주는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단연 전국에서 가장 ‘핫’한 노른자위로 떠올랐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집값이 치솟자 무주택자와 저소득층, 청년계층은 물론 도민 사회 전반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이 시점에서 제주지역 전반의 집값 실태를 점검해보고, 도민의 주거복지 향상 방안을 모색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제주 주거복지, 해법은] ⑤ "양적공급, 신규주택 위주 정책으로는 변화 대응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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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부동산 관련 전문기관들이 새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

분양가, 거래량, 미분양 물량, 청약률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그러나 점쟁이가 아닌 이상 누구도 정확한 예측을 해내기는 힘들다. 통계 산출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떤 모델로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부동산 전망은 대중들의 ‘심리’와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한 해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데, 장기적인 동향이 어떻게 될지 파악하는 건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원칙만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뜨거워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제주 유입인구가 이렇게 늘어날지, 3.3㎡(평)당 1000만원대 아파트가 나오게 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당국의 입장에서는 눈 앞의 상황 만이 아닌 ‘무엇을 바탕에 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됐다.

그저 수요와 공급에 집중하기 보다는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상적으로 들릴 지 모르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송종철 제주주거복지포럼 회장(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 사무국장)은 “제주도의 주거복지 종합계획을 들여다보면 임대주택 공급과 주거비용 지원 외에는 그저 도시개발사업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계획 자체를 내놓을 때 사람 중심이 아니고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물리적인 대상으로만 접근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요공급만 맞추면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라며 “주택을 상품이 아닌 서민들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부동산을 3대 기본권리인 의, 식, ‘주’ 중 하나로,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제대로 된 계획이 나올 수 있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급한 이유”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단순히 개발행위를 포장해서 주거복지라고 할 게 아니라, 실제 주거복지 향상에 필요한 사람들의 절실한 요구를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주택소유주에 대한 세제 강화 △주택을 투기가 아닌 주거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전환을 바탕으로 한 미래세대에 대한 부동산 교육 △주거복지계획 수립시 건축부서 뿐 아니라 사회복지 부서의 적극적인 참여 등을 주문했다.

서울연구원에서 작년 펴낸 연구보고서 ‘주거복지·재고관리·지자체 주도-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해야’에서 맹다미, 남원석 연구원은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 양적 공급 위주, 신규주택 중심의 주택정책 패러다임으로는 변화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주도의 주택정책은 효율적인 주택 공급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면서도 “최근 주택시장이 국지적으로 차별화되고 사회·경제적 여건과 수요가 변화하면서 지역여건에 밝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제주도의회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및 토지정책 특별위원회' 소속 김태석(노형동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주도의 과거 주택정책은 중앙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는 정도였다”며 “결국 중앙 정부와 똑같은 정책을 취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불러왔다. 제주의 특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중앙 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제주의 특수성과 현실을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는 물음이다. 정확한 주거실태 조사, 이에따른 맞춤형 주거 정책.

결국 제주 맞춤형 정책은 단순한 양적 공급, 중앙정부나 LH의 논리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반드시 구성원들의 실제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와도 연결된다. 송종철 회장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제주 주거복지 종합계획 중 올레형주거단지 공급에 대해서 보면 과거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신도시를 개발했던 사례와 유사한 점이 느껴진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주거복지하고 전혀 무관하다. 주거복지에 대한 개념 정립도 안됐을 뿐더러 접근 자체도 틀렸다. 공학적인 접근에 머물렀다. 사람에 대한 접근이 배제됐다. 사람에 대한, 사람의 욕구에 대한, 실태에 대한 조사가 선행된 다음에 계획이 도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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