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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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천 문화마을 전경.

[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⑤ 이성호 제주관광대 디자인경영과 교수

제주시만 하더라도 300여개 이상의 마을이 있다. 이 마을들은 크기는 물론 설촌에서부터 사람들의 성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이를 지닌다.

제주의 마을은 크게 위치별로 해안가 중심의 어촌마을, 구제주시와 구서귀포시에 위치해 있는 도심마을, 그리고 논과 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농촌마을, 중산간에 위치한 산촌마을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 4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마을도 존재한다. 제주마을은 위치만으로도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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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릉외갓집 브랜드. <출처 = 무릉외갓집 홈페이지>
“아이덴티티란 무엇인가?” 정체성 혹은 마을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제주의 농촌과 지역성을 중심으로 아이덴티티가 잘 정립된 마을로 흔히 “무릉 외갓집”을 꼽는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무릉 외갓집은  ‘제주자연과 농부의 정성이 담긴’이라는 콘셉트로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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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이 항상 열려있는 소금길 소금지킴이집.
무릉외갓집이라는 브랜드를 보면, 언뜻 별로 정리되지 않은 브랜드처럼 보인다. 그러나 브랜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 왜 이런 형태의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무릉에 사시는 여러 할머니들이 쓰신 손글씨를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바로 무릉외갓집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를 잘 정립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모두가 외갓집이 있듯이 외할머니가 정성스레 키우고 잘 만들어주신 건강한 식재료라는 콘셉트를 담고 있다. 이렇게 잘 정립된 아이덴티티는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주며, 방문객에게는 감동을 주게 된다.

다음은 도심마을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에 위치한 염리동 소금길은 소위 말하는 이대역 뒤  달동네로 좁은 도로와 경사진 주택가, 노후주택이 혼재해 점점 슬럼화되고 있었다. 1.7km 정도 좁은 골목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는 소금길은 조선시대부터 염리동을 주름잡던 소금 장수들이 지나다니던 길을 따라 만들어져 붙은 이름이다.

이렇게 슬럼화되던 지역이 2013년 서울시에서 소금길을 중심으로 범죄예방디자인(Crime Prevention Through Evironmental Design)을 도입하게 된다. 이곳 마을주민이 모여 좀 더 쾌적하고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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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동네가 하나의 브랜드로 활성화된 부산 감천문화마을.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금길은 1부터 69번까지 숫자가 매겨진 전봇대가 이정표 역할을 하며 위기 상황시 누를 수 있는 빨간 버튼이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위급할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대문이 열린 소금 지킴이 집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벽화와 산책로가 생겨남에 따라 사람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로 바뀌게 되었다. 조금씩 소금길이 유명세를 타게 된 다음 특별한 것이 없던 동네에 아주 천천히 문화상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각각의 마을은 마을 아이덴티티가 잘 나타날수록 내적역량이 강화되고 마을은 활기를 띨 수 있다.

제주의 다양한 마을은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자원(인적자원 포함)을 바탕으로 톡특성을 지닌 마을을 만들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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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호 제주시 마을만들기워킹그룹 위원 / 제주관광대학교 디자인경영과.
제주의 마을들도 각 마을의 특성들을 살리면서도 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행정과의 협력은 물론 자체 역량을 키우면서 대외적으로 마을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많은 마을들이 마을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아이덴티티를 살리고자 한다. 마을의 정체성을 살리는 이미지는 아이덴티티를 살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아이덴티티는 오래가지 못한다. 마을주민이 필요로 하고 지속가능한 아이덴티티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여러 마을주민이 머리를 맞대야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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