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을 만나다]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자'

▲ 군 생활의 '달콤 쌉싸롬한' 추억(?)과 함께 치부를 드러낸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이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든 ‘용서받지 못한자’를 처음 알게된 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였습니다.

당시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 앞에는 ‘용서받지 못한자’ 포스터가 크게 걸려 있었죠.


이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용서받지 못한자’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산에서 만난 ‘용서받지 못한자’에게서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은 동시에 별로 신선함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산에서 그 작품을 보지 못했으나(부산국제영화제는 거의 모든 작품이 예매율 90%를 자랑한다) 간간히 관객들의 감상평이 들렸습니다. “꽤 재밌더라”


이윽고 평단에서 극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올해 최고의 독립영화’라는 평가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대 남은 마지막 성역인 군대의 폐부를 정면으로 찌른 수작’ 이라든가 ‘졸업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만듦새’라는 칭찬이 줄을 이뤘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제주에서 만났습니다. 언론에서 이 작품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이 작품이 육군의 고발을 당했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여느 독립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를 반영하듯 저 혼자 객석에 앉아(그것도 일반영화관에서 말이죠) 그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군대의 폐부 정면 응시


이 영화의 무대는 군대입니다. 나이는 20대 초반이나 각기 다른 계급을 단 군인들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제대하고 군대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태정(하정우)에게 어느날 군에서 휴가나온 중학교 동창 승영(서장원)으로부터 갑작스레 만나자는 전화가 옵니다.


승영을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태정은 여자친구를 불러내고 승영은 어딘가 불안한 모습으로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자꾸 태정을 붙잡습니다.


1년전 승영이 입대할 당시 태정은 같은 중대 선임병이었습니다. 과연 태정의 제대 후 승영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영화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처절하고 소름끼칩니다. 감독은 승영과 태정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과연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을 증폭시킵니다. 영화는 결국 충격적인 결말에 이릅니다.


영화속 군대의 내무반 풍경은 영화에서는 인권침해 사각지대로 그려집니다. 군에서 생활은 한 인간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군대에 속한 젊은이들은 그들의 조직에서 왜곡된 남성성을 생산하는 처량한 인간군상으로 보여집니다.


영화는 ‘징병제’로부터 얻은 다양한 형태의 아픔을 평생 씻지 못하는 한국 남성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남성성을 경쟁한다? 왜?


‘용서받지 못한 자’와 더불어 여성학자 권인숙씨의 ‘대한민국은 군대다’라는 책이 화제를 모았듯, 대한민국의 사회시스템과 가치관이 ‘군대’라는 틀속에 갇혀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음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로 보입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대 조직내에 흐르는 왜곡된 ‘남성성‘의 경쟁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줍니다.


군대는 상급자와 하급자를 나누는 기준으로 표면적으로는 계급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본다면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는 계급을 초월한 치열한 ‘남성성’ 경쟁이 존재합니다.


군에서 경험한 이들이라면 천성적으로 유약하고 순한 성격의 소유자는 군에서 적응이 어렵다는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군에서 유약함이나 순하다는 등의 개념은 버려야할 것으로 인식됩니다.

   
 
 


군에서 상급자라면 강한 남성성과 함께 일종의 카리스마를 내세워야 하급자를 ‘진짜’ 복종시킬 수 있습니다.


군대는 계급만 높다고 해서 남성성 경쟁에서 진 상급자가 하급자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후임병을 통제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후임병과 남성성에서 경쟁해 이겨야합니다.


그러다보니 군에서 지내는 남성들은 적응과정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만약 유약한 이들이라면 자신을 부정하기까지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상급자가 하급자와 남성성 경쟁에서 승리를 선점하기 위해 구타는 물론 심지어 성추행 등 왜곡된 방법을 사용케 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그런 문제가 사회이슈화 되더라도 우린 ‘징병제’ 본질을 얘기하기보다 ‘군 기강 실추’를 우려합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징병제’가 낳은 현상과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성들의 가여운 현실을 들춥니다. 필요없는 남성성 경쟁에 ‘왜?’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알수 있는 것은 ‘징병제’ 아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용서받지 못한 자’ 라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아픈 기억을 서둘러 ‘추억’으로 포장해 술자리에서 안주감으로 내놓고 있는 현실. ‘징병제’에 휩싸여 왜곡된 남성성과 권위적인 남성 우월주의가 깊게 뿌리박혀 여지껏 뽑히지 않는 안타까운 대한민국.

[제주씨네아일랜드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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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씨네아일랜드’는 제주도내 영상인력을 양성하고 올바른 영상문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내 민간 영상 단체입니다. 11년 역사동안 ‘트멍영화제’를 비롯, 지난해 이름이 바뀐 ‘제주영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고, 영화관련 강좌, 상영회 등도 지속적으로 주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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