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6)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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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리 (지은이) | 북극곰 | 2014년 6월

논술교사를 하다가 그림책의 재미를 뒤늦게 알고 그림책 작가가 되었고, 좋은 그림책을 발굴하는 일을 해온 이루리 작가. 그림책으로 놀이를 하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이루리 작가의 추천으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전국 사서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림책으로 놀이를 만들고,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의 그림책 숲이 필요해졌습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떤 그림책이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는 그림책 숲을 차분히 가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헌책방을 다니고, 도서관을 다니면서 ‘숨은 그림책 찾기’를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 들이나 아파트 정원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뭇잎이나 돌멩이를 오브제로 사용해 ‘자연 그리기’라는 놀이를 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책이 무엇일까 헤매다가 <나무 하나에>(사계절)를 선택했다가 <사과>(아지)로 바꿨습니다. <나무 하나에>는 나무라는 창으로 볼 수 있는 자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훌륭한 그림책이지만, 일상의 사물을 이용해 자기 마음속의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사과>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 쓰임을 달리하는 ‘사과’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과 자체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사과를 변형시켜 자동차 바퀴로 표현하는 식으로 변형하기 때문에 이 책 역시 놀이 책으로는 적절치 않았습니다. 이 때 이루리 작가의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에 나오는 <누구세요?>라는 그림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못 쓰는 고철을 가지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자연물은 아니지만 고철이라는 오브제로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제가 만든 ‘자연그리기’ 놀이에 적합한 책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혼자 찾았다면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림책으로 소통하거나, 아이의 마음을 알거나, 어떤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길잡이’가 필요합니다. 그림책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좋은 그림책 발굴을 해온 훌륭한 그림책 큐레이션을 한 명 알고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은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쉬운 언어로 쓰였지만 글맛의 여운은 깊습니다.

이제 초등 1학년이 된 첫째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동기와, 더 많은 그림책 놀이를 만들고 싶은 욕심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더니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생각 없이 책을 집기보다는 어떤 고민을 안고 읽기를 권장합니다. 서가에는 오래 묵혀두었지만, 손에 쥔 후로는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마침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저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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