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⑧ 육식과 호르몬과의 관계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장수와 젊음의 유지를 위한 식사를 얘기할 때 이 말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난 번 칼럼을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두부는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하지만, 장수를 위해서는 단백질원(原)으로 두부만을 섭취해서는 안된다.

특히 50세가 지나면 고기 섭취에 의해 생기는 힘이 건강장수에 불가결한 것이다. 그렇다고 육식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도 좋지 않다. 50세 이후에 육식을 하는 횟수는 주 2회가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왜 50세 이후에는 육식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시기가 되면 우리들 신체는 고기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을 50세 이전보다 더 요구하기 때문이다. 젊음을 계속 유지하려면 성(性)호르몬이 필요하게 된다. 콜레스테롤은 이 성호르몬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성호르몬은 남성은 남성답게, 여성은 여성다운 모습과 정신을 만드는 물질이다. 또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물질이기도 하다.

이 호르몬은 50세 전후 또는 생식기(生殖期)가 끝날 즈음에는 분비량이 상당히 감소되는데, 여성의 경우 폐경과 함께 매우 감소하고, 남성의 경우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서서히 줄어든다. 성호르몬은 활발히 살아가는 원동력을 주는 것이기에 이것이 감소하면 우울감, 불안, 피로감,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50세 전후에 갱년기 장해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때 생기는 모든 불쾌 증상은 성호르몬 감소에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50세 전후에 이 호르몬의 분비능력이 감소하게 되면 재료가 되는 콜레스테롤을 함유하는 식품을 의도적으로 많이 섭취할 필요가 있다.

고기를 먹는 방법에 대해서 한 가지 덧붙인다면, 고기는 큰 덩어리 형태(서양식 스테이크)로 먹는 것이 좋다. 좀 설명을 요하는 얘기다.

고기는 식물성 식품과 달리 인간의 본능에 잠재하는 야생성(野生性)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들 인류는 약 1만년 전까지는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동식물을 수렵해서 살아왔다. 그 후 농경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유럽에서는 약 9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는 약 6000년 전부터라고 말해지고 있다. 

점점 농경사회가 정착하자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생기게 되었고, 재물과 시간에 여유가 생긴 지배계급은 생활의 편리성과 풍족함을 원하면서 문명과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700만년이라는 인류의 긴 역사에 대비하면 불과 1만년~수천년 사이에 정글이나 초원이었던 생활환경을 “쾌적하고 효율적이며 깨끗한 사회”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우리들 신체를 구성하는 60조개의 세포는 1만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들 신체의 진화는 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를 둘러싼 의식주라는 환경이 급하게 변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면역체계가 잘못 작동해서 생기는 알르레기성 질환, 자기면역질환이 생기고, 생활습관병인 암, 심근경색, 뇌경색, 당뇨병이 생기며, 마음병인 우울병 같은 질환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병들은 현대 생활환경과 우리들 신체가 잘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다시 말하면 신체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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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병을 예방하고, 장수하기 위해서는 자기 속에 잠재하는 야생성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식을 잘 조리 가공하기 보다는 수렵하여 와일드(wild)한 육식을 즐겨 먹었던 원시인의 식사방법이 야생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잘게 썬 고기보다 넓적하게 썰어 고기의 원형(原型)이 유지된 고기(스테이크같은 것)를 먹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된다.

몇 년 전 영국 인터넷에서 본 것인데, 야외에서 원시인 식사를 모방해서 나뭇가지로 삼각발을 만들어 고기를 구어 먹고, 조악한 재료를 삶아 먹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있었다.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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