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지원센터.jpg
▲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센터의 마을미디어 전시포스터. 출처 서울시마을미디어 지원센터 홈페이지.
[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⑥ 이재근 컬럼리스트

우습게도 사람들은 모이면 습관적으로 미디어를 만들려 한다. 미디어란 이름으로 결과물을 내며 서로 만날 수 있는 핑계를 삼는다. 수많은 소식지 들이 그런 시작으로 생겨나고 또 사라지곤 한다.

제주마을에서도 의미는 다르지만 미디어의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다.

지난해 함덕에 서우봉 소식이라는 제호하에 마을신문이 발행됐다. 이 신문은 특이하게도 함덕에 큰 영향력을 가진 함덕초등학교의 동창회보를 마을신문으로 개편한 경우다. 학교출신들의 지난 소식을 전하는 대신 지역의 이야기와 뉴스를 담겠다는 의도에서 전환작업이 이뤄졌다.

3.jpg
시내권역의 외도와 봉개지역도 각각 ‘외도N’과 ‘봉개엔’이라는 마을신문을 낸다. 이중 ‘봉개엔’은 2호까지 발행했고 3호를 준비중이다. 구좌읍 평대에서도 마을신문이 발행중이다. 물론 이보다 많은 수의 마을 신문이 알게 모르게 발행중이거나 신문의 형태는 아니어도 단행본이나 잡지의 형태로 다양한 인쇄물들이 나온다.

이같은 소규모 미디어가 싹트는 근간에는 몇 년전부터 시작된 제주현상과 이주민 급증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마을 구성이 다양해지고 주민들간의 이질화현상이 심해지면서 주민들간의 소통은 자연스런 욕구가 되어가고 있다.

주민들과의 소통 채널로 그리고 지역내 이슈를 서로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채널이 열리는 중이다. 일컬어 마을미디어다.

최근에는 남원지역에서 마을라디오 방송을 개국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세화를 중심으로 마을라디오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2.jpg
사실 제주는 이미 미디어 천국이다. 지난해 도내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신문, 방송, 통신 등 언론사만 92곳에 달한다. 물론 이 매체들이 전부 제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도의 주요 소식을 도민들과 도외민들에게 전한다는 목표를 삼고 있다.

그러나 마을이야기를 스스로 찾아내고 소통하는 성격은 아니다. 굳이 마을미디어라며 마을에 방점을 두는 것은 미디어의 속성을 활용한 마을의 활성화에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마을 단위의 미디어는 마을과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나 물밑에서 움직이는 이슈를 수면위로 끌어올린다는 아주 중요한 장점이 있다.

‘봉개엔‘이 마을신문을 만들면서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마을신문의 주요 역할로 주민간 소통과 화합 역할이 54%에 달한다. 소식 및 정보 전하기가 46%로 내부 소통에 조금 더 의미를 두고 있다.

그들은 기존 도내 언론과 달리 지역이야기를 내손으로 담는다는 사실과 마을에 애정을 갖게된 점, 지역이야기를 발굴한 것, 지역의 강점과 비전이 드러난 점, 그리고 지역민들의 소통창구가 된다는 점을 효과로 꼽았다. 이들은 이후 마을라디오로의 확장은 물론 인터넷 TV와 책 출간을 꿈꾼다.

noname01.jpg
제주 마을에서 마을 미디어가 활성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제주마을들이 최근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제주의 마을에 불어 닥친 새로운 변화가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때로는 싸우면서 설왕설래 하던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통의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 제주에서도 가장 절실한 단어가 되고 있다. 세대 간 차이, 경험과 문화의 차이가 제주 마을을 급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는 많은 부분 상호 무관심으로 결론나지만 종종 갈등과 반목을 불러일으킨다.

제주시내 부근의 한 마을의 경우 이미 외지인이 60%가 넘은 실정이지만 그들과 기존의 마을회, 청년회, 부녀회 등과의 교류는 답보상태다. 그러나 이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 서쪽 마을의 경우 이주한지 3년이 지난 식당의 주인 A씨는 “지금 마을 청년들은 모임을 따로 갖습니다. 초기에는 서로 만나 이야기도 해 봤지만 이제는 이 마을 청년들과는 인사도 안하고 지냅니다”고 말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길거리에서 만나도 서로 모른 체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는 사실은 제주 마을이 갖고 있는 소통 부재의 심각성을 수면으로 떠올려야 할 때라는 점을 의미한다.

신문이든 라디오든 매체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주민들간의 소통채널이 기존의 모임이나 소위 궨당으로 유지되던 전통적인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제주 마을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4.jpg
▲ 이재근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 위원 / 컬럼리스트.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담을 수 있는 마을안의 매체가 주는 힘이 마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옆집의 강아지 이야기나 뒷집 아이의 생활이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경험들이 제주 마을의 새로운 변화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제주 곳곳에서 생겨나는 마을미디어는 정보전달의 속성보다 소통의 좀 더 가까운 매체로 활성화돼야 한다. 제주 마을미디어가 기존의 해체상황에서 스스로를 복원해 가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적극적 마을 공동체의 활동에 촉발제가 될 것이라 본다.  이재근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 위원/ 컬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