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태관광 이야기] (7) 세대 간 소통이 키워드, 마을로 가는 환경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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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에 위치한 동백동산. /사진 제공=고제량 ⓒ제주의소리

며칠 이어졌던 싸늘한 바람이 꽃샘추위라면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때죠? 어쩌면 이미 다 세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혹시나 참고가 될까 싶어 글을 씁니다.

어제는 동백동산으로 반가운 선생님들이 찾아와 아이들의 환경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지역과 어우러지는 환경교육을 고민한다 했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영감을 얻고자 동백동산으로 찾아왔다 했습니다.

저는 마을로 오십사 자신 있게 말씀드리며 지난 <교육제주> 겨울호에 썼던 글을 다시 꺼내어 조금 수정하고 제주소리에 올립니다. 새학기 환경교육을 고민하시는 선생님이나 그 외 단체의 환경교육 계획에 도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15년의 환경교육을 간단히 되돌아봅니다. 2000년대 초반 환경교육은 자연의 현상을 그대로 들여다보는데 바빴던 것 같습니다. 나무이름, 풀이름, 곤충이름 그리고 잎이 어떤 모양인지, 그물맥인지, 나란히 맥인지, 곤충의 눈은 어떻게 보이는지.

그렇게 10년이 지날 쯤 환경교육은 한번 호된 비판을 받게 됩니다. ‘정보는 있으나 철학이 없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교육에는 철학의 깊이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저는 개인적으로도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돌이켜 보니 정보는 아이들이 더 잘 알았던 것도 같습니다. 워낙 자연 관련 책들이 많으니 책을 많이 접한 아이들은 오히려 저를 가르쳤으니까요.

그 비판이 쏟아질 때 쯤 저도 다른 배움을 위해 2006년 당시 전남 함양에 있는 녹색대학 녹색교육과를 진학했습니다. 주말에는 제주와 광주를 오가며 엄청난 항공료를 감당했습니다. 바다 건너가서 동기들과 토론을 하고 공부를 할 때는 제주 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결의가 단단했습니다. 그러나 바다만 건너오면 다시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곤 했습니다만 그 때 어마한 수강료(항공료)를 내고 배운 것은 ‘생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자연에 보이는 것들을 살핌과 동시에 생명의 존귀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때 나는 시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수돗가에서 물을 버릴 때 절대 뜨거운 물을 그대로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식혀서 버리든지 시간이 급하면 찬 물을 섞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버리면서 말을 하며 버리십니다.

“물 내려 감시난 고쪄시라”

뜨거운 물을 버리면 작은 미물들이 죽을 거라는 것을 염려하여 뜨거운 물 내려가니 비켜 있으라고 말씀하셨던 겁니다. 그러고 보면 저의 시어머니는 작은 생명도 존귀하게 여기시는 최고의 교육자셨습니다. 아주 훌륭한 환경교육자를 매일 모시면서도 그 소중함을 모르고 나는 멀리 바다건너 왔다 갔다 많은 항공료를 부담 했던 겁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어른들의 삶 자체에서 배어나오는 생명의 존귀함을 오늘날 환경교육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마을로 찾아가 세대간 소통을 통한 환경교육을 권유합니다.

이 글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 효돈천을 찾아 하례리 어른들을 만나 이야기 나눴던 사례와 람사르습지 동백동산을 찾아 선흘1리 어른들을 만났던 사례를 소개하니 참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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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효돈천에 있는 '돌개구멍'. /사진 제공=고제량 ⓒ제주의소리

#1. 효돈천을 가진 마을 하례리에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서는 ‘효돈천 생명스토리 찾기’를 진행했습니다. 방법은 하례리 젊은 청년들이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효돈천에 대한 기억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효돈천에서 어떻게 놀았는지, 효돈천에서 물을 어떻게 길어다 썼는지, 효돈천의 물을 어떻게 공동 관리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어른들은 기억 저편에 묵혀 두었던 긴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아주 즐겁게 말입니다.

마른 하천이었으나 곳곳에 물이 고이는 소가 많아 하천과 가까이 마을을 이루고 하천과 밀접하게 생활을 이어갔다 합니다. 집을 지을 때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하천의 물을 길어다가 흙과 짚을 섞어 벽체를 만들었으며, 잔치와 같은 큰 일이 있는 집에는 물을 길어다 주는 공동체 물 부주도 했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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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를 찾은 청소년들. /사진 제공=고제량 ⓒ제주의소리

그리고 하천 주변에서 얻었던 갖가지 열매들에 대한 기억도 청년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내 터질 때의 기억, 하천에 고인 물에 멱을 감던 기억들과 남내소와 쇠소깍에 돌을 던지면 바람이 분다고 돌을 던지지 못하게 했던 기억도 바로 어제 일처럼 말씀하시면서 지금도 그 금기를 지키고 있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물에서 다이빙도 하며 커 왔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그러시다가 말만으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일어서서 가보자며 현장으로 청년들을 안내 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들은 청년들은 하천과 자신들의 관계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 합니다.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언제든 그곳에 있는 자연인 것 같지만 내 부모가 그 곳에서 물을 길어다 삶을 이어왔으며, 옆집 삼촌이 집을 짓는데 사용하고, 형님들을 성장 시켰던 곳이거니와 마음속 신령스러운 곳이었다는 것도 체감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과거의 지혜가 오늘 자신의 삶으로 이어놓고, 미래 삶의 지표를 그 자연에서 배워갑니다.

◆하례리에서 어른들과 환경교육을 위한 미션
△하례리 어른들은 하천에 무엇을 얻었는지 길가는 어른에게 묻기
△만약에 하천이 없었다면 마을이 어디에 있었을지 상상하기
△예전에 하례리 사람들은 소의 깊이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묻기.
△하천 돌 위에 누워보기
△하천에 물은 언제 흐르며, 어떤 소리가 나는지 길가는 어른에게 묻기.
△천의 돌개구멍 찾고 왜 그렇게 생겼는지 상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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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흘마을 동백동산 습지조사에 나선 청소년들. /사진 제공=고제량 ⓒ제주의소리

#2. 선흘곶 선흘1리 마을에서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선흘곶자왈은 습지입니다. 파호이호이 용암이 흘러 용암대지를 만들고, 그 기저에 빌레 용암 판이 형성되어 있어서 물이 빠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물이 고이는 조건입니다. 그래서 선흘리의 설촌 유래는 선새미못이라는 물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물이 있기 때문에 마을이 설 수 있었다고 보입니다.

선흘 동백동산에는 군데군데 물이 고이는 곳에 사람이 손이 살짝 가미돼 이름이 붙여진 습지들이 많습니다. 새로판물, 새물, 봉근물, 먼물깍, 애기구덕물, 검은개게우물 등등 이름이 아주 쉬우나 그 주변 지형이나 문화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습지마다에는 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야 했던 어른들의 지혜와 철학이 가득합니다.
 
1970년대 초에 마을에 공동수도가 들어왔으니 지금부터 약 45년 전까지도 동백동산습지의 물을 마셨던 겁니다. 마시려고 보면 물에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이 있어서 눈을 감고 먹었다고 추억을 이야기 하십니다. 수도가 들어오니 모두가 수도꼭지 앞에서 절을 세 번 했다고 합니다. 그 감동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지난 8월부터 선흘1리에서는 어르신들과 녹색환경지원센터 푸른나래 청소년들이 습지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은 이러한 사연들을 청소년들에게 풀어 놓으면서 자신들이 그 물을 얻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했던 일들을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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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흘마을 동백동산 습지조사에 나선 청소년들. /사진 제공=고제량 ⓒ제주의소리

주민 모두가 나와서 돌담을 쌓던 일이며, 물통을 청소하려 집집마다 한사람씩 나와야 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청소년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지금이야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이라 여겨왔지만 어른들의 옛 경험에서 물에 대한 의미가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청소년들은 알아챕니다.

용도도 다양합니다. 먹는 물, 소먹이는 물, 빨래하거나 목욕하던 물, 마을 제를 지낼 때 쓰던 물. 사람의 이용이 없어지자 그 곳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다시 터를 잡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용은 끝났지만, 습지는 여전히 생명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이제 그 주변 풀들과 나무 그리고 곤충과 새, 나비들을 기록합니다.

선흘1리 어르신들 기억에서 지역 사람에게 줬던 동백동산 습지의 생태계서비스를 청소년들은 배웠으며, 현재 자신들의 눈으로 다시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주는 습지를 보고 기록합니다.

이렇게 세대 간 소통을 통한 습지환경교육에서 청소년들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현재를 알아차리며, 미래를 계획하게 됩니다.

◆선흘1리에서 어른들과 환경교육을 위한 미션
△물은 사람들에게 어떤 생태계서비스를 줄까요?
△선흘1리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물을 길었을까요?
△선흘1리 물에 관련된 도구 5개 찾기
△동백동산이 습지인 이유는?
△새로판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마을로 들어가 어르신들과 과거를 간접으로 경험하고, 현재를 기록하며,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환경교육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르신들에게서는 과거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질문을 던져야하고, 학생들에게는 그 호기심에 맞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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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이 두 다른 세대의 공통의 만족을 얻어 내려면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세심하게 기획된 환경교육 계획이 세워져야 하겠습니다. 이제 환경교육 정책은 이 분야를 개척해야 하리라 봅니다.

일단 사회환경교육에서 하례리와 선흘1리는 앞선 경험이 있으니 가능하리라 봅니다. 물론 꼭 이 두 마을에 가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 마을에서 적당한 공간을 정하고 그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하여 가볍게 시작해 봐도 좋겠습니다.

모쪼록 이 글이 현장 환경교육 선생님들에게 또 다른 방법을 알려 드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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