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병 전쟁 지금은] ① 천연기념물 위태위태...감염 차단 ‘총력전’

제주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투입된 예산만 1200억원을 넘어섰다. 제주도는 해마다 감염목 발생빈도를 줄여 2020년에는 청정지역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3차연도 방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감염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그사이 재선충병은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돼 각종 문화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자연경관인 오름도 피해를 입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5번째 재선충 기획을 통해 소나무 재선충병 3차 방제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재선충병의 습격’ 문화재 지키기 안간힘
②‘잘려나간 오름’ 소나무 10만 그루 싹둑
③‘혈세투입 1200억’ 2020년 청정지역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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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되면서 천연기념물과 명소 등 제주지역 문화재 구역내 소나무들도 줄줄이 고사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항파두리 유적지 문화재 구역 내 잘려나간 소나무.ⓒ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은 13세기말엽 원나라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거한 고려무인의 정서가 서린 삼별초군의 마지막 보루였다.

원나라의 공격으로 진도가 함락되고 배중손 장군이 전사하자, 김통정 장군이 잔여부대를 이끌고 제주도에 들어와 쌓은 곳이 바로 항파두리다. 고지대에 위치한데다, 사방이 소나무 등으로 둘러쌓여 접근이 어려웠던 이곳은 당시 천연요새로 통했다.

1997년 4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396호로 지정된 삼별초 유적지 ‘항파두리’가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에 포위됐다.

해안에서 중산간으로 확산하던 재선충병은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일대를 파고들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항파두리 주변 소나무 숲까지 진출했다.

제주시는 지난해 10월 수백여 그루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문화재청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긴급보수사업을 신청하고 방제 사업비 1억1000만원을 확보했다.

올해 1월부터 긴급 방제가 이뤄졌다. 항파두리 지정 부지 내에서만 감염목 263그루가 잘려나갔다. 제주시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소나무 2475그루에 나무주사도 투약했다.

<제주의소리>가 최근 방제가 마무리된 항파두리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곳곳에 잘려나간 소나무 밑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제된 소나무 주변에서도 고사가 진행중인 나무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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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는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문화재 구역내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되자 1월부터  3월까지 1억1000만원을 투입해 긴급 방제 사업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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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되면서 항파두리 인근 고사목들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항파두리 전체면적은 지정구역 86만7615㎡와 보호구역 23만2944㎡를 포함해 총 110만559㎡다. 이중 270필지 56만5675㎡는 국공유지, 나머지 207필지 53만4884㎡는 사유지다.

3.87km에 이르는 외성(토성) 주변에는 사유지가 즐비하다. 현장 확인 결과 해당 부지 주변으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의 경우 소나무재선충병 전담부서(공원녹지과)가 아닌 문화재 담당부서에서 직접 방제사업을 발주한다. 방제 구역도 문화재 지정구역으로 제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파두리는 지난 3월6일자로 방제사업이 완료됐지만 최근 고사목이 다시 발생해 제주시에서 추가 방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화재 구역에 대한 방제사업이 끝나도 인근 지역의 방제가 함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추가 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주시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긴급방제에 나섰지만 최근 고사목이 다시 나타났다”며 “추가로 고사목을 제거하고 나무주사를 투입해 추가 확산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60호인 산천단 곰솔군과 제441호인 애월읍 수산리 곰솔도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을 막기 위한 노력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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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되면서 천연기념물과 명소 등 제주지역 문화재 구역내 소나무들도 줄줄이 고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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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파두리에 대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이 진행됐지만 인근 사유지에 대한 고사목 제거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제사업이 끝난 항파두리에 최근 다시 고사목이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 인근 수산저수지 변에 위치한 수산리 곰솔의 경우 재선충병 매개충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인근 200m 이내 소나무 고사목을 모두 잘라내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2004년 5월 14일)되기 훨씬 전인 1971년 8월 제주도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수산리 곰솔은 높이 10m, 줄기둘레 4m의 거목이다. 수산리 주민들은 이 곰솔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목이라 생각하고 보호해 왔다.

항파두리와 수산리 곰솔은 물론 고산리 유적과 북촌리 선사유적지, 산천단 곰솔군, 동백동산, 방선문, 한림 용암동굴 등의 문화재들도 해마다 재선충병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귀포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천연기념물 제464호 제주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제376호인 산방산 암벽식물지대도 수년째 고사목 제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방산 일대는 올해에만 고사목 352그루가 확인돼 제거작업이 진행중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의 화석산지에서도 감염목 192그루가 확인돼 제거작업이 한창이다. 

천연기념물 제377호인 안덕계곡 산록수림과 제162호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에서도 고사목이 발생해 방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파괴도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

쇠소깍(명승 78호)과 정방폭포(명승 43호), 천지연 난대림(천연기념물 379호), 외돌개(명승 79호), 주상절리대(천연기념물 443호) 소나무 2205그루에는 예방차원의 나무주사를 투약했다.

소나무재선충병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정상배 박사는 “방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각 부서간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방제 구역을 구분하더라도 작업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방제효과를 높이고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 사업을 총괄할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며 “도지사와 시장 먼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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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수산저수지 변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수산리곰솔'. 인근 소나무의 감염이 확산되자 제주시는 곰솔 인근 200m 이내 고사목을 모두 잘라내는 방제 사업을 추진중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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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는 천연기념물인 수산리 곰솔을 살리기위해 나무주사를 주입하는 등 문화재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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