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섰지만 여·야의 공천 작업이 늦어지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통 누가 공천장을 받느냐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후보자 선택의 제1순위여야 할 정책·공약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이에 <제주의소리>는 지역 주요현안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과 해법을 비교, 분석하는 ‘유권자가 후보들에게 묻는다!’를 통해 이번 4.13총선을 정책선거로 이끌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후보들에게 묻는다] ④ ‘시장 직선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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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을 알린 날이다. 하지만 제주에서 자치 시·군이 사라진 날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한 날로 기록하고 있다.

민선 4기 김태환 도정은 고도의 자치권과 저비용 고효율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종전 4개의 자치 시·군(의회 포함)을 없애고 ‘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특별자치도 10년, 과연 제주에서는 ‘특별한 자치’가 실현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도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법인격이 없는 기형적인 양 행정시 체제로는 주민들의 풀뿌리 자치 요구를 수용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선출권력인 시장·군수를 뽑지 않게 되면서 모든 권한이 도지사로 집중되는 ‘제왕적 도지사’가 탄생하게 됐다. ‘광역-기초’자치단체 간 보이지 않게 작동하던 견제와 균형의 원리도 실종되면서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제주도지사만 ‘특별한’ 도지사가 되어버렸다.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행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데다 정부의 획기적인 재정지원은 고사하고 권한과 사무 이양에 따른 예산마저 내려오지 않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쪼들리는 재정 여건이 더 악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기초 자치권 부활’ 문제는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 이슈로 부상하게 된다.

2008년 지방선거 때 우근민 후보는 ‘시장 직선제’공약을 내걸고 당선했지만 의회 없는 자치단체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 속에 결국 추진 동력을 잃고, 임기 말에 추진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원희룡 도정에서는 방향을 틀어 ‘행정시 기능강화’에 초점을 맞춰 기능 및 권한이양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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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새=새누리당, 민=더불어민주당, 국=국민의당. ⓒ제주의소리
◇ “풀뿌리 민주주의 후퇴, 산남·북 불균형 심화” 진단 일치…해법은 제각각

4.13총선을 앞두고 ‘시장 직선제’ 도입이 다시 핫이슈로 떠올랐다. 우근민 도정 때 정책기획관을 지낸 장성철 예비후보(국민의당)가 불씨를 지폈다.

<제주의소리>가 공천이 확정된 예비후보와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인 예비후보 9명을 대상으로 ‘시장 직선제’ 도입과 관련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5명-반대 3명-기타 1명으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시장직선제 도입에 찬성한 후보는 제주시 갑 장성철, 제주시 을 오수용(국민의당), 서귀포시 강지용(새누리), 위성곤(더민주) 후보 등 4명이다.

서귀포시의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시장 직선제’ 도입에 대한 욕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후보였던 강경필(새누리)·문대림(더민주) 예비후보도 시장직선제 도입에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는 △도지사에 집중된 권한의 분산 및 현장복지 서비스 강화(장성철)△책임행정 구현 및 지역 불균형 해소(오수용) △산남·북 불균형 해소 및 선출된 권력으로서의 책임행정 구현(강지용) △풀뿌리 민주주의 확장 및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 견제, 행정서비스의 질 향상(위성곤) 등을 들었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후보는 제주시 갑 양치석(새누리), 제주시 을 부상일(새누리), 오영훈(더민주) 등 3명이었다.

양치석 후보는 ‘기타’를 선택하긴 했지만 “시장 직선제는 경제적·행정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절차가 복잡해 많은 문제점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대신, “행정시 기능·권한 강화를 위한 이양 확대 및 제도적 보장”이라는 대안을 제시, 원희룡 도정의 ‘행정시 기능강화론’과 궤를 같이 했다.

부상일 후보는 “인구 및 지역 규모에 비해 행정을 효율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는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해 해결할 수 있다”는 반대 이유를 댔다.

오영훈 후보는 “시장을 직접 선출한다하더라도 행정시는 자치권, 법인격이 없는 행정기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직선제 도입은 완벽한 지방분권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도민의견을 토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찬·반 입장을 유보한 강창일 후보는 “시장직선제에 대한 요구와 의회 부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공존해 서로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며 제주특별법에 보장된 ‘러닝메이트’ 제도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 읍면동장 직급 5→4급 상향, 행정시 권역 재조정, 도의원 후원제도 허용 등 공약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와 관련한 공약으로는 ‘제주특별법 개정’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개정 특별법에 담고자 하는 내용은 천차만별이었다.

양치석 후보는 읍면동의 역할·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인구수기준으로 규모가 큰 읍면동의 경우 읍면동장의 직급을 현행 5급(사무관)에서 4급(서기관)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강창일 후보는 제주특별법 제1조(목적)에 도민이 주체가 되고 도민복리 증진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강화해 도민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지방발전특별회계 제주계정 규모 확대를 통한 실질적 지방분권 실현, 국가-지방사무 체계 정립을 통한 도민재정 부담 최소화 등을 공약했다.

‘시장직선제 도입’을 제1공약으로 발표한 장성철 후보는 기초의회 구성 여부에 대해서는 도민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경로를 제시했다. 특히 특별지방행정기관 명칭과 관련해 중앙의 하위 개념인 ‘지방’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령 제주지방검찰청은 제주검찰청,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경찰청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부상일 후보는 주민자치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통해 각 읍면동에 있는 자생단체와 사회단체 등의 설치·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오영훈 후보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한 자치권 강화와 광역의회 의원에 대한 후원회제도를 허용해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수용 후보는 시장직선제 도입과 별개로 기초의회 부활 여부에 대해서는 도민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제주시-서귀포시 2개 권역으로 나뉜 행정시의 권역을 재조정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강지용 후보는 제주특별법 등 관련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민의가 반영된 시장직선제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의회 부활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직선제 시행 이후에 성과를 입증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성곤 후보는 시장직선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먼저 기초의회를 포함한 기초자치단체 도입여부에 대한 공론화 및 주민투표 등의 도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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