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② 오름 60여 곳서 방제작업...3년간 투입예산 100억원 육박

제주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투입된 예산만 1200억원을 넘어섰다. 제주도는 해마다 감염목 발생빈도를 줄여 2020년에는 청정지역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3차연도 방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감염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그사이 재선충병은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돼 각종 문화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자연경관인 오름도 피해를 입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5번째 재선충 기획을 통해 소나무 재선충병 3차 방제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재선충병의 습격’ 문화재 지키기 안간힘
②‘잘려나간 오름’ 소나무 10만 그루 싹둑
③‘혈세투입 1200억’ 2020년 청정지역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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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고내봉(고내오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2013년부터 5억여원을 투입해 고사목 5700여그루를 잘라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남쪽에 위치한 고내오름(고내봉)은 높이 135m의 기생화산이다. 마을이 고지대의 깊은 곳에 자리했다는 이유로 ‘고내’(高內)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시대에는 애월진 소속의 봉수가 위치했다. 봉수는 밤에 횃불, 낮에는 연기로 중요한 일을 알리는 통신수단이다. 북동쪽으로 수산봉수, 북서쪽은 애월연대와 신호를 주고받았다.

현재 오름의 기슭에는 1920년대에 세워진 보광사(普光寺)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 산책로가 만들어져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했던 고내봉이 최근 달라졌다. 현장을 찾았더니, 군데군데 폭탄을 맞은 듯 헐벗은 모습이 역력했다. 푸르렀던 북측 봉우리 인근은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울긋불긋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등반로를 따라 오름 안으로 들어서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곳곳에서 고사목이 눈에 들어왔다. 소나무 2~3그루 중 한그루 꼴로 고사가 진행중이거나 완전 고사한 나무가 즐비했다.

2차방제 기간 제거한 고사목의 훈증더미도 수십여개다. 친환경방식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포획하기 위해 설치한 소나무 재선충병 매개충 유인트랩도 방치돼 있었다.

제주도는 2015년 친환경방제법을 도입한다며 항공과 지상방제가 어려운 지역 1000ha에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2086개의 페로몬 트랩을 설치했다. 고내봉도 그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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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친환경 방제법을 도입한다며 지난해 고내봉 등 도내 소나무 숲 1000ha에 사업비 10억원을 투입해 2000여개의 페로몬 트랩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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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내봉에서 내려다 본 고내리. 곳곳에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연된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페로몬 트랩은 곤충이 다른 개체를 불러 모을 때 분비하는 특정 물질을 이용해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유인하는 일종의 덫이다.

제주도는 해마다 고내봉 방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2013년 295그루이던 고사목이 2014년 2257그루, 지난해에는 3154그루로 늘었다.

일본 삼림종합연구소 동북지소 생물피해연구부의 나카무라 가츠노리(中村克典) 박사는 지난해 10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페로몬 유인 트랩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시 나카무라 박사는 “페로몬 트랩을 설치하면 다른 지역의 매개충까지 유입해 피해를 더 확산시킬 수 있다”며 “실질적 효과가 없고 결과적으로 권장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오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도와 두 행정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오름 60여곳의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을 통해 소나무 10만 그루를 잘라냈다.

서귀포시 안덕면 월라봉의 경우 1차방제 8465그루, 2차방제 8060그루 등 3년간 1만6525그루가 잘려나갔다. 군산오름에서는 9659그루, 모슬봉도 5142그루를 벌채했다.

이 기간 서귀포시 관내 오름 34곳의 고사목도 1차방제 2만3120그루에서 2차방제때는 3만2885그루로 오히려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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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찾은 고내봉. 등반로 초입에 감염목으로 의심되는 소나무 가지가 부러진채 방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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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2013년부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함께 훈증 작업을 했다. 고내봉 곳곳에 훈증더미가 널려 있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최근 3년간 제주도 오름 방제 투입된 예산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평지에 비해 방제도 힘들어 작업 비용도 해마다 늘고 있다.

오름의 경우 경사로가 있어 고사목을 반출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나선형 작업로를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경관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파쇄 대신 훈증을 선택하더라도 현장에서 나무를 자르고 가지를 걷어 내야 한다. 훈증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변의 멀쩡한 소나무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오름은 방제작업이 힘들고 단순 고사목 제거만으로 확산을 막기는 어렵다”며 “예산 확보에도 한계가 있어 사업추진에 애로점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3차 방제에서는 고사목 제거와 함께 대대적으로 예방 나무주사를 투약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복합방제를 통해 재발생률을 낮춰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단순히 죽은 나무를 자르는데 포인트를 맞춘다면 오름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살아 있는 나무를 지키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고사목을 무동력 레일과 그물망 같은 방식으로 끌어내는 방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무자비하게 중장비를 동원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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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초토화된 고내봉. 제주도는 지난 3년간 5억원을 투입했지만 재선충병은 오히려 확산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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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2013년부터 도내 오름 60여곳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1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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