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③ 혈세 1200억...2020년 청정지역 선포 가능한가?

제주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투입된 예산만 1200억원을 넘어섰다. 제주도는 해마다 감염목 발생빈도를 줄여 2020년에는 청정지역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3차연도 방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감염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그사이 재선충병은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돼 각종 문화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자연경관인 오름도 피해를 입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5번째 재선충 기획을 통해 소나무 재선충병 3차 방제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재선충병의 습격’ 문화재 지키기 안간힘
② ‘잘려나간 오름’ 소나무 10만 그루 싹둑
③ ‘혈세투입 1200억’ 2020년 청정지역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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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사업비 342억원을 투입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35만 그루를 잘라내는 제3차 방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2014년 5월8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재선충과의 전쟁 1차 방제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선언했다.

제주도는 2013년 9월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 선포 이후 고사목 54만여 그루를 잘라내는데 447억원을 쏟아 부었다. 8개월간의 방제 기록을 담은 ‘방제 희망백서’까지 제작했다.

당시 우 지사는 2차 방제에는 고사목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마다 발생률을 50%씩 줄어 2020년에는 소나무 재선충병 청정지역을 선포하겠다고 예고했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주도는 2차 방제(2014년9월~2015년8월)를 진행하면서 약속이나 한 듯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을 1차방제의 절반인 27만8000그루로 추정했다.

고사목은 계속 늘었고 예측량을 38만4000그루, 이후 46만7000그루로 재차 수정했다. 이마저 어긋나면서 최종 고사목은 초기 예측의 갑절인 54만여 그루로 치솟았다.

월별 고사율 추계가 맞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제주도는 2013년 한국산림기술사협회에 의뢰해 제주지역 고사목 예상 발생량을 조사하고 1차 방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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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병문천 인근 사유지에 쌓여있는 고사목과 파쇄 더미.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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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재선충병 3차 방제사업 품질은 기존 1차 방제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제주시 애월읍 고사목 제거 현장의 방제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조사 시점의 데이터는 비교적 정확했지만, 추가 고사목 예측량은 현실과 동떨어졌다. 한국산림기술사협회가 적용한 월별 감염 추계 비율이 제주의 실상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계는 계속 빗나갔고 현장에서 방제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현장 작업은 물론 공무원들의 관리감독도 철저하지 못했다.

제주도 1차 방제의 오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산림청과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구했다. 맞춤형 재선충병 방제체제 구축을 위해 학계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추가 고사목을 예측했다. 3차 방제(2015년9월~2016년8월)를 앞두고 예측한 고사목은 29만 그루였지만 이후 35만 그루로 다시 높여 잡았다.

고사목 예측이 어긋나면 방제 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와 인력투입에 차질이 빚어진다. 방제가 늦춰지거나 중단되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확산 가능성은 더 커진다.

제주도가 2013년부터 1,  2차 방제에 투입한 예산만 929억원이다. 3차 방제 예산 342억원을 합치면 3년간 고사목 제거와 예방에 쏟아 부은 혈세만 1271억원에 달한다.

이는 도내 만3~5세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2년치 예산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규모다. 도내 1년 누리과정 예산은 유치원 166억원과 어린이집 458억원 등 62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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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의 재선충병 감염목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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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에서 애월항을 향해 바라본 모습. 오름 내 소나무 감염목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가 1, 2차 방제기간 제거한 소나무도 100만 그루를 넘겼다. 3차 방제 물량 35만 그루를 더하면 135만 그루가 제주에서 사라진다. 고사목 예측이 빗나가면 더 늘 수도 있다.

도내 산림면적은 총 8만8874ha. 제주도는 이중 18%인 1만6284ha가 소나무로 추정하고 있다.

1905년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일본의 경우 100년간 90% 이상의 소나무 숲이 사라졌다. 현재는 해안경관림과 보호수 등을 제외하고 고사목을 대부분 자연 상태로 놔두고 있다.

대만은 소나무를 전량 제거해 삼나무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 역시 벌채 후 편백나무와 가시나무, 황칠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심는 등 부분적인 대체 조림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가 1, 2차 방제사업 과정에서 식재한 나무는 35만7500그루다. 고사목 제거에 따른 나무식재 비용도 32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비용 외에도 방제에 따른 환경 파괴도 뒤따랐다. 고사목 제거를 위한 중장비 투입으로 곶자왈과 오름 곳곳이 파헤쳐졌다. 일부 마을에서는 방제를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보호수도 잘려나갔다. 지난해 11월에는 제주에서 수관폭이 가장 큰 제주시 해안동 보호수가 잘렸다. 도내 소나무 보호수 39그루 중 재선충병에 감염돼 사라진 보호수가 6그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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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목 껍질을 뜯으니 소나무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유충이 확인됐다. 제주도는 매개충이 우화하기 전인 3~4월까지 고사목을 모두 베어낼 계획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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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사업비 342억원을 투입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35만 그루를 잘라내는 제3차 방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틈타 토지활용에 제한을 받아왔던 소나무를 불법으로 잘라내는 토지주도 등장했다. 지가상승을 노린 불법 형질변경으로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여럿이다.

제주도는 3차 방제기간 재선충병 소나무가 감소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올해가 소나무재선충병방제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소(小)구역 모두베기 방식을 도입해 선단지 감염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선단지는 소나무 재선충병 초기 감염지역이나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제주도는 “한라산 등 선단지 피해를 막기위해 나무주사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며 “소나무류 불법이동 단속 등을 통해 재선충병 인위적 확산 차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감염목 비율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산림청과 긴밀히 협력해 재선충병 방제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나무 재선충병 연구자에 매달리고 있는 정상배 박사는 “무엇보다 도정의 의지와 관심이 필수다. 방제효과를 높이려면 사업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단순히 죽은 나무를 자르는 것인지, 살아있는 나무를 살리려는 것인지 목표가 애매하다”며 “이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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