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북콘서트에 다녀와서/김수빈 서귀여고 1학년

김수빔.jpg
▲ 김애란 작가와 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소속 학생들, 관계자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지난 3월 5일, 가늘게 빗줄기가 쏟아졌다. 나는 한라도서관이 처음이었다. 제주 북 드림 릴레이 콘서트. 이것 또한 처음이었다. 처음 와 본 장소에서 처음 보는 행사, 처음 만나는 김애란 작가. 처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나를 ‘두근두근 내 인생’ 이라는 책 제목처럼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강연을 듣기 며칠 전 김애란 작가에 대해 찾아봤었다. 프로필 사진으로 처음 만난 김애란 작가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 짧은 머리를 한 여성에게 남모르게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더욱 김애란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지금 와서 말하기엔 조금 웃기지만, 사실 나는 김애란 작가의 짧은 머리에서 알 수 없는 포스를 느껴 긴장할 필요가 없는데도 검색한 날부터 강연하는 당일까지 긴장하며 보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긴장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직접 만나본 김애란 작가는 본인이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을 표현한 말처럼 오목하고 아늑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에게 오목하다는 표현은 쓸 수 있는지 잘 모르겠고 또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나는 김애란 작가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평소에 듣던 제주도 사람의 거친 억양이 아니라 부드러운 표준어와 충청도 사투리는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나는 김애란 작가의 강연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일화가 중점이라서 그런지 작가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았다. 작가의 책 네 권의 앞날개에 쓰인 출생 관련 내용이 세 번이나 갈아엎어진 것, 버스정류장에서 여학생 둘이 쭈뼛쭈뼛 다가오기에 자신을 알아보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담배를 사다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려던 것과 같은 일화들은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작가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뚜렷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기사를 쓰는 이 순간에도 일화들이 머릿속에서 펼쳐져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나는 강연 중 김애란 작가가 돈을 벌기 위해 상경했던 자신의 아버지를 무지하고 낙관적인 얼굴로 배에 올랐던 총각들 중 하나라고 묘사했던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 낭독했던 ‘두근두근 내 인생’ 속 한 구절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보태며 물속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물속에 빗방울이 겹겹이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떨어진다’ 고 표현했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표현이나 묘사하는 것이 독특했다. 작가라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그리고 상경한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아버지의 자취방에 갔다가 아버지의 일기장 속에 빼곡히 적혀있던 그리움과 사랑을 보고 그 날 작가의 언니까지 만들어버렸다는 일화의 끝마무리에 일기도 문학의 한 종류라 하면 아버지께서 일기를 쓰시면서 문학이 번식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상상하셨을 리 만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일이었다며 덧붙이던 김애란 작가의 모습에서 작가의 유머러스함이 돋보였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나는 강연이 좋았지만, 강의 후 질의응답 때 나온 질문들이 대부분 ‘두근두근 내 인생’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이고 또 내가 유일하게 읽은 김애란 작가의 책이었지만, 질문을 통해 작가의 다른 책들에 대해 새롭게 알고 싶었던 나는 그 점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나는 예전부터 제주도에서는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인즉, 내가 좋아하는 가수나 작가들을 직접 만나 볼 기회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만나 볼 기회는 많았지만 내가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작년 6월 즈음이던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제주도에 왔었지만, 홍보가 잘 되지 않아 나는 그 소식을 한 달 뒤에서야 알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행사는 나에게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고, 이러한 행사들이 제주도 내 곳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짐과 동시에 홍보 또한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