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국제전기차엑스포] 제대식 KATS 원장 “제주의 생각이 국제표준으로”

IMG_8286.JPG
▲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 그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의 생각이 국제표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의미를 밝혔다. ⓒ제주의소리

어떤 종류의 산업이나 표준화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은 치열하다. 아무리 기술이 우수해도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상용화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이를 주도한다는 것은 그 산업의 중심지가 된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전기자동차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21일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KATS)과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제주특별자치도가 체결한 전기차 표준 협력 양해각서(MOU)는 의미가 크다.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중 열린 이번 협약은 △전기차에 대한 표준화·적합성 평가와 관련된 정보 △스마트그리드·스마트시티·마이크로그리드·신재생에너지 발전 정보를 정기 교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업계와 연구기관 등 전문가 그룹 중심으로 진행돼온 국제표준화 활동이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된 셈이다. 제주도가 우리나라 국제표준화 활동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앞으로 제주도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 경험을 토대로 관련 국제표준안을 마련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IEC 역시 제주의 국제표준 사용 정보와 제안 등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게 된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제주도 차원에서 전기차 국가표준, 국제표준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입지를 갖게됐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국가표준과 국제표준은 사업자 위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의 참여 여지는 적다. 그런데 이번 협약을 통해 사용자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가 국가표준과 국제표준을 만드는데 요청하고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제주표준이 국제표준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전기차 메카’를 꿈꾸는 제주로서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의 목소리가 세계 전기차 시장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게 됐다.

22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이번 협약에 대해 “제주의 전기차 운용 경험을 국가표준으로 정하고 바로 국제표준으로 반영될 수 있다”며 “제주의 생각이 국제표준으로 갈 기회가 생겼다”고 이번 MOU 체결의 의미를 밝혔다.

그러면서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과 관련해 “제주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이번 엑스포에 대해서는 “세계 명물 엑스포가 되기를 바란다”며 “국가기술표준원 입장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IMG_8308.JPG
▲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 그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의 생각이 국제표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의미를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번 MOU가 체결된 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

제대식 원장=사실은 지방정부가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 국가기술표준원과 국제표준을 관장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공동으로 뜻을 모은 만큼, 제주에서 실제 운용하는 전기차 운영경험이 국가표준으로 정해지고, 바로 국제표준으로 반영돼서 전세계에 확산될 수 있게 됐다. 또 반대로 이미 다른 나라에서 제안한 내용을 제주도 인프라에 적용해서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제안하게 된다. 이런 선순환 체계가 구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MOU가 제주지역에 갖는 의미를 간단한 설명해준다면.

제 원장=제주도 입장에서, 지방정부가 국제표준화에 직접 참여해서 활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국제표준화는 각계 전문가들만 주로 활동하고, 제안하는 것도 국가정식기구를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기술표준원과 제주가 협력관계를 맺은 만큼, 제주도에서 생각하는 게 국제표준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얘기다.

△ '국제표준을 주도해야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분야를 초월한 산업계의 상식이다. 전기차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을 듯 하다.

제 원장=아무리 기술이 우수해도 국제표준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그 기술이 사장된 경우가 많다. 가령 인터넷 브라우저로 넷스케이프가 기술이 좋았지만 익스플로러의 표준화 정책으로 사라지게 됐다. 요즘 글로벌 교역관계 있어서 표준 하나가 적용되면 바로 통일된다. 그런 면에서 표준화를 먼저 제안한다면, 수출에도 유리할 수 있고 세계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전기차 산업에 있어서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늦은 편이다. 반면 우리는 응용하는 데 강하다. 따라서 인프라와 관련된 표준 개발에 있어서 더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면 세계시장에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제주는 2030년까지 탄소없는 섬을 목표로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도 이 핵심 방법론 중 하나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제 원장=제주도가 세계적 움직임에 앞서 선도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실행한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나름대로의 속도전, 집중력을 잘 활용한다면 출발이 늦었던 전기차 분야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제주는 세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이런 점에서 제주도가 중앙정부와 잘 협력하고, 국가적으로도 여러 강점을 부각시켜서 잘 추진됐으면 좋겠다. 국가기술표준원도 제주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제주도와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전기차 메카 제주'를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국제행사다. 이 엑스포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제 원장=제주도 입장에서 이런 행사를 유치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특히 이번 엑스포에서 ‘제1회 전기차 국제표준 포럼’이 연계해 열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세계 명물 엑스포로 발전해나가기를 바라고 국가기술표준원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이 엑스포가 제네바 모터쇼처럼 굴지의 엑스포가 돼서 대한민국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175440_199840_0833.jpg
▲ 그린파워의 '무선전력 전송 시스템'. 패드 위에 차를 주차하면 곧바로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 시장에 있어서 '표준화'는 이와 같은 충전 인프라 시장과도 밀접하다. ⓒ제주의소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