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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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⑨ 김종일 농어촌공사 차장

언제부터인가 푸드마일리지, 로컬푸드 등 지역농산물 구매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푸드마일리지란 식품이 생산·운송·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소요된 거리를 말한다. 이동거리(㎞)에 식품수송량(t)을 곱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2t의 식품을 50㎞ 떨어진 위치로 수송했을 경우 푸드마일리지는 2t×50㎞, 따라서 100t·㎞다.

푸드마일리지 값이 클수록 생산, 운송, 유통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식품을 운반하는 선박과 비행기의 탄소배출량이 많아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소비지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도시농업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식품을 사먹자는 로컬푸드 구매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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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로컬푸드 운동은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믿을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로컬푸드는 식품을 수송하는 거리가 짧아 신선한 식품을 먹을 수 있고, 연료 사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의 경우 도심 공터나 빌딩 옥상 등에서 채소를 기르는 도시농업이 활발하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슬로 푸드(Slow Food), 네덜란드의 그린 케어팜(Green Care Farm),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 일본의 지산지소운동이 그 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장거리이동이 필요치 않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 로컬푸드 판매장 중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소개한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2년 4월 개장했다. 이후 로컬카페 및 체험장을 개장했다. 2014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매출액이 57억원이 될 정도로 활성화 되어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이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협이 장소를 제공하고 운영한다. 판매자(농업인)는 판매대금의 10%를 수수료로 농협에 납부하게 된다. 초창기 인근 50여 농가를 모집해 직매장을 시범운영했으며 현재는 약 70여 농가에서 참여(조합원 510여명, 800여종 농산물 판매)하고 있다. 각 농가당 월 300만원 이상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2015년 기준 로컬푸드 판매장 이용고객은 일평균 약 100~150명 정도이며 주말에는 평균 1500~1600여명이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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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덕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제주도에도 로컬푸드 매장이 열렸다. 지난해 7월 제주도에서는 최초로 용진농협과 유사한 안덕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개장했다. 안덕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협에서 약 2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관리 운영은 안덕농협에서 하고 로컬푸드 출하는 인근 농업인이 담당한다. 참여 농가는 약 83농가로, 120여개의 품목을 출하하여 판매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도 친환경 농산물 판매장이 여러 브랜드를 가지고 운영 중이나 이는 제주지역 농산물 뿐 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에 있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설로 제주만의 로컬푸드 직매장이라 말할 수는 없다.

제주도는 동쪽에서 서쪽까지 직선거리가 대략 73km다. 남북으로는 31km정도이다. 지리적인 거리만 고려하면 제주는 로컬푸드 운동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다. 그러나 이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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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덕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안덕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아직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액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다.

많은 마을의 농산물들이 판로를 개척하는데 여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 직매장이 활성화된다면 마을마다 다양한 상품들이 출하될 수 있고 농산물 가격도 좋아질 것이다. 각 마을마다 마을기업을 비롯해 협동조합 등 다양한 조직화도 가능하다.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시설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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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일 농어촌공사 차장.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 위원.
안덕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의 예처럼 청정제주 농산물의 가치를 제고하고 6차 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 도차원에서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조만간 용진농협 직매장을 훨씬 넘어서는 직매장이 제주 곳곳에서 활성화 될 수 있다. 이는 각 마을의 경제적 기반을 안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도내에 거주하는 소비자들과 방문객들에게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 신선한 먹거리가 제공되는 로컬푸드 운동이 각 마을과 연계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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