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8) 고함쟁이 엄마-엄마가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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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쟁이 엄마 l 유타 바우어 (지은이) | 이현정 (옮긴이) | 비룡소 | 2005-06-21 | 원제 Schreimutter (2000년)
엄마가 화났다 l 최숙희 (지은이) | 책읽는곰 | 2011-05-30

어릴 적에 전자오락실에 빠져서 엄마에게 얻어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전자오락실 옆에 공터에서 엄마와 함께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 와중이었습니다. 엄마는 화가 치밀었는지 쇠로 된 긴 대로 제 머리를 후려치셨습니다. 이것이 전자오락실과 엄마의 기억 중 아들 버전입니다.

몇 년 전 어머니로부터 ‘엄마 버전’을 들었습니다. 전자오락실에 한참 빠져 있던 제가 엄마에게 “엄마, 도저히 전자오락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천정에 전자오락 화면이 보여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아들의 말.

<고함쟁이 엄마>와 <엄마가 화났다>는 비교적 단순한 서사 구조이면서 결론도 비슷해서 자매 같은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잡고 읽을 때는 충격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화난 엄마가 표출하는 분노에 아이의 몸이 여러 갈래로 찢어지고(고함쟁이 엄마), 불에 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화났다) 두 책의 차이는 <고함쟁이 엄마>가 화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과 달리 <엄마가 화났다>는 왜 화를 냈는지 밝혔다는 점입니다.

화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까닭도, 밝힌 까닭도 무척 재밌게 이해됩니다. 엄마가 화내는 일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굳이 이유를 들먹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내는 이유를 상세히 이야기한 까닭 역시 아이의 꿈을 구성하는 중요한 장면들이고, 뒤에 엄마의 모험에 등장하는 주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단순히 살펴보면 ‘엄마가 잘못했다’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어른도 실수할 수 있고, 실수했을 때 아이에게 사과하는 건 큰 용기를 가르쳐주는 것이라는 지혜를 읽어내야 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혼내는 것이나, 아이가 혼날 짓을 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일입니다. 두 그림책은 이러한 사실을 긍정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엄마도 아이도 성장하겠죠. 여러 갈래로 찢어진 고통을 겪지 않았더라면, 분노에 타는 듯한 충격을 겪지 않았더라면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질 수 있었을까요?

저희 부부도 가끔 아이들을 크게 혼냅니다. 혼내고 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혼내는 일에 과도한 죄의식을 덧씌우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혼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점점 줄여 나가는 게 가장 현명한 부모겠죠. 요컨대 제가 아이를 혼내고 나서 아이가 며칠 동안 주눅 든 모습을 보이거나 애정결핍 같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보인다면 저는 이전과는 다른 방법의 훈육으로 바꿉니다. 길을 걷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면 그만이지, 멀리서부터 지레 겁을 집어먹거나 장애물을 아예 무시하고 돌파하는 건 자연스럽지도 인간적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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