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열린 제37회 한·몽 국제학술대회...“역사, 문화 교류 이어져야”


13~14세기 100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몽골(원나라)의 지배를 받은 제주, 세월이 흘렀지만 몽골이 남긴 각종 흔적은 유물, 유적뿐만 아니라 식(食)문화에도 남아있다는 내용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제37회 한·몽 국제학술대회가 26일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2호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제주와 몽골이 교류한지 740년을 맞는 해를 맞아 특별히 제주에서 열렸다.

네 개의 분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에서 제2분과(제주-몽골)의 <동몽골 할흐골 지역과 제주도 육식문화의 친연성> 주제발표자로 나선 오영주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는 제주와 몽골의 육식 문화가 유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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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제주에서 열린 제37회 한·몽 국제학술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오 교수는 연구를 위해 지난해 7월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동몽골 지역(르노드 아이막, 수흐바타르 아이막, 헨티 아이막 등)을 답사하며 현지 주민들의 생활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도살법, 내장요리 방법, 말고기 요리 등에 있어서 몽골과 제주가 매우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도살법의 경우, 몽골은 복부 절개법, 제주는 나무에 매다는 액사(縊死, hanging) 방식으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몽골은 취급하는 가축이 양, 제주는 돼지라는 점에서 종축의 차이일 뿐 이후 해체과정은 두 지역이 거의 동일했다.

도살 참여자들 사이에 간(肝) 등의 생육섭취(共食文化, commensalism), 남성은 칼을 사용한 해체작업을 맡고 여성은 내장과 피를 처리하는 역할분담, 고기 석 점을 던지는 고수레, 12마디 분육 등이 같았다.

오 교수는 “제주의 경우 특히 중산간 목축마을에서 관찰되는 식육관행에서 몽골과의 친연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순대 조리방법과 먹는 방법도 유사했다. 종축의 차이에 따른 원재료는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많은 점이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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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제37회 한·몽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문 <동몽골 할흐골 지역과 제주도 육식문화의 친연성>. ⓒ제주의소리

창자, 피, 부재료 등 재료가 동일하고 특히 부재료인 곡분(밀가루, 메밀가루)의 첨가 방식이 같아 양 쪽 모두 고기순대 보다는 피순대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였다.

기름기가 많은 막창에 대한 선호도는 두 지역에서 모두 특별했으며, 현장에서 육식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일원임을 재확인하고 자아와 타지를 구분하는 독특한 특징을 공유했다.

오 교수는 몽골의 육식문화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음식은 말고기라고 꼽았다. 

말고기 육포 만들기, 조리방법(삶기, 탕요리), 마생혈 마시기·말간 등 생식문화, 내장(검은지름)의 선호도는 제주와 몽골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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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제37회 한·몽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문 <동몽골 할흐골 지역과 제주도 육식문화의 친연성>. ⓒ제주의소리

오 교수는 육식문화를 근거로 삼아, 제주는 몽골 문화가 혼성적으로 나타는 ‘혼성적 몽골문화권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화적인 유사성을 바탕으로, 두 지역이 협력 사업까지 발전할 수 있게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제주도 또는 국가 차원에서 몽골과의 교류를 통해 형성된 제주도의 문화를 대중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몽골 관광객의 제주 방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몽골과의 유사성을 역사·문화 컨텐츠로 활용할 경우 몽골의 제주, 나아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몽 간 우호적 관계 강화 차원에서, 동몽골의 일부 지역과 제주도의 일부 지역을 상호 위임해 개발 및 관리하는 형태도 고려해 볼만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탐라와 몽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우선적으로 제주에 여전히 존재하는 반(反)몽골 정서를 해소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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