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대건축 산책] (22) 4.3사건 당시 학교 피해와 흔적들 上

#. 들어가며

제주지역의 1940년대는 혼란의 시기였다. 특히 제주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4․3사건으로 인해 일반 주민뿐만 아니라, 비교적 넓은 공간과 시설을 가진 학교시설은 그 전개과정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공공시설중의 하나였다. 피해학교시설의 경우 교사(校舍)의 물리적 피해뿐만 아니라 교사(敎師)와 학생들도 희생되는 등 대표적인 4․3사건과 관련된 역사적 가치를 갖는 공간이자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2차례에 걸친 조사보고서가 작성돼 어느 정도 4․3사건에 따른 피해학교의 실태가 파악됐다. 

그러나 조금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태조사와 분석, 즉 4․3사건 관련 유적분포를 통해 4․3사건이 어떠한 공간지리적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4․3사건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피해학교시설의 공간지리적 분포는 어떠한 특징과 의미를 갖는지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피해학교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뤄지고, 그에 대한 역사적 가치가 평가됨으로써 복원 정비를 비롯해 평화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개발과 연계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 4․3사건 관련 주요 유적분포와 피해교육시설과의 관련성

피해학교시설 중심으로 본 4․3사건 유적분포와의 관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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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피해학교중심으로 반경 1㎞ 범위내 4․3사건 유적분포현황. <사진 제공=김태일>
4․3사건으로 인해 학교시설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는 학교시설이 공공시설이어서 공적 점유가 용이하다는 측면과, 운동장과 교실 등의 시설이 주민수용, 훈련, 군인주둔 등 작전에 용이하다는 활용적인 측면 때문에 토벌대와 무장대의 습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학교중심으로 피해범위(반경1km)내 4.3사건 유적분포관계를 파악했다. 

학교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학교 대부분에 4․3사건 관련 유적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3사건으로 인한 피해발생의 공간적 범위에서 볼 때 학교시설이 갖는 장소적 위치, 즉 토벌과 관련된 작전전개 과정에서 학교시설이 갖는 공간지리적 의미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3사건 피해교육시설의 분포특징

4.3사건 유적분포에서 알 수 있듯 4.3사건과 관련한 피해학교시설 분포 역시 제주도 전 지역에 걸쳐 넓게 분포하고 있다. 산북의 경우 제주시권을 중심으로 서쪽지역으로 피해학교가 집중되어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산남의 경우 역시 서쪽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대정지역과 고산지역에 피해학교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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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4.3사건 당시 피해를 입은 교육시설의 분포현황. <사진 제공=김태일>

4․3사건으로 인해 학교시설이 어느 시기에 피해를 입었는가는 토벌작전의 양상과도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학교의 대부분이 1948년에 크고 작은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별로 파악한 결과, 대부분 11월과 12월에 피해가 집중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3사건이 발생한 1948년 4월1일 이후 토벌작전이 전개되면서 초기진압을 위한 작전을 적극적으로 전개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11월과 12월 혹한기에 피해가 더욱 컸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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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3] 연도별 피해교육시설의 분포현황. <사진 제공=김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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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4] 월별 피해교육시설의 분포현황. <사진 제공=김태일>

학교시설의 물적, 인적 피해

4․3사건으로 인한 학교의 물적 피해는 교사(校舍)를 들 수 있다. 피해의 분류는 크게 전소(全燒)되었거나 부분적으로 소실(燒失) 혹은 학교자체가 해체되는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학교의 피해형태는 전소가 가장 놓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해체되는 형태의 피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소피해를 입은 학교의 분포를 보면 특정지역보다는 전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났고 해체의 경우는 산남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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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김태일>

4․3사건으로 인한 인적 피해 역시 상당수 있었다. 피해형태는 교사와 학생으로 구분된다. 교사와 학생을 포함한 인적피해전체를 살펴보면, 산남보다는 산북지역 학교에서의 피해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으로 구분해 피해현황을 살펴보면 인적 피해가 큰 지역의 경우 전체 인적피해분포와 피해학생의 분포가 일치하고 있는데 학생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피해의 공간적 범위에 있어서도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피해교사의 경우 피해학생의 수로 보자면 상대적으로 피해인원수가 적은 편이지만 공간적인 피해분포는 넓게 나타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들이 희생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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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9] 피해학교별 전체피해인원(학생 및 교사)수. <사진 제공=김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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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0] 피해학교별 피해학생수와 피해공간의 범위. <사진 제공=김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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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1] 피해학교별 피해교사수와 피해공간의 범위. <사진 제공=김태일>

토벌대에 의한 교육시설의 피해 현황

4․3사건으로 인한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토벌대, 무장대등에 의한 피해를 들 수 있다. 그중에서 학교피해의 경우 토벌대와 관련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크게 4가지 유형의 피해로 정리될 수 있는데 ①토벌대주둔으로 인한 피해, ② 주민수용소로 인한 피해, ③주민학살 장소로 사용된 피해, 그리고 ④훈련장으로 사용되면서 입은 피해 등이다. 학교에 따라 복합적인 피해 즉 토벌대 주둔과 주민학살장소로 피해를 입은 학교나 토벌대가 주둔하면서 주민수용소로 활용되면서 피해를 입은 학교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벌대 주둔+주민수용소+주민학살장소의 양상을 띤 학교는 4개 학교, 토벌대주둔+주민수용소로 사용되었던 학교는 2개 학교, 그리고 토벌대주둔+주민학살장소였던 학교는 3개 학교로 파악되었다. 특히 주목을 끄는 점은 토벌대주둔+주민수용소+주민학살장소였던 4개 학교의 공간지질적 분포형태다. 산남과 산북에 각 2개소로 나타났으며 토벌대주둔+주민수용소로 사용되었던 학교분포와 토벌대주둔+주민학살장소 였던 학교분포 역시 각각 산남과 산북 2개소로 나타났다. 토벌대의 주둔뿐만 아니라 주민수용소 활용과 주민학살장소의 설정 등에 있어서 상당부분 계획에 근거하여 실행에 옮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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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2] 토벌대와 관련된 피해학교 분포. <사진 제공=김태일>

토벌대주둔장소를 비롯하여 주민수용소, 주민학살, 훈련장으로 사용되었던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분포 현황은 그림13-그림16과 같다. 훈련장은 크게 2개소를 운영하였던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안덕면 동광리 지역에 1개소, 서귀면 서귀동에 1개소를 각각 운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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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김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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