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육아’ 말고 ‘물음표 육아’
‘마침표 육아’ 말고 ‘물음표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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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9) 콩이와 변신사자, 꿈꾸는 변신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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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와 변신사자 l 초 신타 (지은이) | 고향옥 (옮긴이) | 비룡소 | 2009-03-10 
꿈꾸는 변신대왕 l 이지선 (지은이) | 장영(황제펭귄) | 2013-08-02
 

“변신 아빠, 변신 엄마”

그림책에도 성별이 있을까요? 가끔 서로 결혼시켜주고 싶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콩이와 변신사자>는 아빠와 아이의 변신 이야기, <꿈꾸는 변신대왕>은 엄마와 아이의 변신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니 두 그림책은 부부 사이일 것입니다. <콩이와 변신사자>를 보면서 저는 그림책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책을 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뭐야?’ 하는 느낌을 줍니다. 처음에는 아예 책장에 쑤셔 박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그 사람은 이 책을 책장에서 다시 뽑아서 읽을 것입니다.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 중에서 이 느낌을 받지 못하셨다면 당장 책장에서 뽑아주세요! 그래야 제가 내기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요.

<콩이와 변신사자>를 읽으면서 왜 그림책이 짧은 것인지 알았습니다. 그림책이 짧은 까닭은 여러 번 읽고, 특히 그림을 여러 번 보기 위해서입니다. 유난히 애착이 가는 그림책은 대학생이 되어도, 어른이 되어서도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있죠. 실제로 그림책을 아는 집은 장성한 자녀들이 여전히 그림책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콩이와 변신사자>는 직관적이고 단순합니다. 별 의미 없이 싱거운 농담을 던지고, 스스로 만족했는지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캐릭터가 주위에 있죠?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면 변신사자 같은 인물이 많이 등장하죠. 예컨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평가받는 미후네 도시로가 <7인의 사무라이>에서 보여주는 과장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직관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무한히 열려 있는 구조라는 게 <콩이와 변신사자>를 손에서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꿈꾸는 변신사자>는 ‘진로교육’의 좋은 그림책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에 <니 꿈은 뭐이가?>(웅진주니어)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진로와 관련된 그림책들이 앞으로도 속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많은 그림책 출판사들이 진로 그림책을 기획할 때 <꿈꾸는 변신대왕>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네요. <꿈꾸는 변신대왕>은 엄마와 아이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이가 되고 싶은 것을 말하면 엄마가 구체적인 직업으로 해석해주는 방식입니다. 저는 아이의 마지막 말이 참 맘에 듭니다.

“매일매일 달라져.”

아이가 이런 건강한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엄마가 아이의 입이 되고 아이의 마음에 언어의 옷을 수없이 입혀주었다는 뜻이니까요. 부모가 자식에게 남긴 말은 시간차로 전달됩니다. 부모는 당장 자식의 마음과 행동에 적용되기를 바라지만, 그 적용 시기는 부모가 기대치 않았던 순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순간에 했던 부모의 말도 아이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들에게 육아 강의를 할 때마다 ‘물음표(?) 육아’를 강조합니다. 물음표가 문을 여는 동작이라면 마침표를 문을 닫는 동작입니다. 물음표를 던져 놓으면 반드시 가져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열린 결말과 예측불가능성을 정말 무서워합니다. 어쨌든 마침표로 닫아놓으려고 합니다. 부모가 인간의 이런 편향을 아이에게 적용하면 ‘마침표 육아’가 되는 거죠. 마침표 육아가 발전하면 나쁜 아이, 말 안 듣는 아이, 사고 치는 아이, 공부 안 하는 아이 같은 단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가 됩니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그 말처럼 됩니다. <꿈꾸는 변신대왕>에서 대화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부모에게도 잘 얘기하지 않는 아이가 무척 많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책의 엄마는 수완이 좋은 것입니다. 아이에 대해서 무척 궁금하고 알고 싶다는 마음이 아이에게 닿도록 한 것입니다. 아이의 앞날과 먹고살 문제를 위해서 <꿈꾸는 변신대왕>을 부모님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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