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김동현 박사 <제주, 우리 안의 식민지> 출간


천혜의 자연을 지닌 아름다운 섬 제주. 치유와 휴식의 해방구로 널리 인식되고 있지만, 섬에서 뿌리를 내리며 사는 이들의 삶은 치유와는 거리가 멀다. 국내 최저 수준의 저임금,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주택 빈곤층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렇게 제주라는 같은 공간을 상반되게 인식하는 차이는 과거 일제강점기, 근현대사까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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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과 제주대안연구공동체에서 제주문화와 사회 현상을 심도 있게 성찰하는 김동현 박사가 최근 펴낸 <제주, 우리 안의 식민지>(글누림 출판사)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가 어떤 욕망의 모습으로 비춰졌는지 조명하고 있다.

식민지 시기 일본은 조선 본토와 차별화된 지역으로 규정하고, 제주와 일본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반해 조선 본토의 엘리트 지식인들은 제주와 한라산을 분리해서 인식했다. 간단히 말해 제주는 미개함, 한라산은 신성함으로 바라본 것이다.

저자는 이 당시 조선이 제주를 일종의 ‘식민지 안의 식민지’로 여겼고, 제주인들은 조선과 일본제국이라는 존재를 유동적으로 인식했다고 말한다.

해방 이후 4.3이란 큰 사건을 겪으며 제주는 철저히 국가가 승인하는 선에서 인정받았고, 196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제주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만 이런 목소리조차 국민국가의 일원으로 편입되고 싶은 욕망, 제주의 고유성을 승인받고 싶은 이중의 욕망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책에는 제주를 말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4.3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는 문인 현기영, 현길언, 오성찬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제주와 4.3을 대하고 기억했는지 되짚어본다.

나아가 마지막 장에서는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제주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 화려하고 주목받는 제주라는 표상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제주’는 무엇인지 고찰했다.

김동현은 “제주, 오키나와, 대만이라는 동아시아 국민국가가 지닌 경계의 문제를 비교, 고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제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신대, 국민대에서 학업을 이어간 저자는 제주타임스(현 제주매일), 제민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월간 말, 여의도통신에서도 기사를 썼고 한때 별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한국과 제주사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로컬리티의 발견과 내부식민지로서의 '제주'>라는 논문으로 국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는 <공간인식의 로컬리티와 서사적 재현양상-‘화산도’와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중심으로>, <표준어/국가의 강요와 지역(어)의 비타협성-제주 4.3문학에 나타난 언어/국가 문제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글누림 출판사, 287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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