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10) 세 강도, 고 녀석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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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강도 | 토미 웅거러 (그림) | 양희전 (옮긴이) | 시공주니어 | 1995-07-01 
고 녀석 맛있겠다  l 미야니시 다쓰야 (지은이) | 백승인 (옮긴이) | 달리 | 2004-06-10 | 원제 おまえ うまそうだな (2003년)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주었던 건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대학교 때 도전했었죠. 전쟁 장면이 너무 지루해서 포기하고 말았던 걸 20년 가까이 지난 다음에야 완결지을 수 있었습니다. 장발장과 코제트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세 강도>와 <고 녀석 맛있겠다>의 메시지가 읽힐 것입니다.

장발장은 온갖 모순투성이 사회에서 가장 천대를 받는 존재입니다. 자신이 당한 부당한 폭력에 분노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던 장발장에게 고아가 된 코제트가 나타나죠. 신의 축복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가 봅니다. <레 미제라블>과 <고 녀석 맛있겠다>를 읽었던 기억은 제 인생의 선택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저 역시 장발장처럼 현실의 풍파를 맞았고, 지금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죠. 지금 이 순간 저는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게 하는 말들을 귀담아 듣습니다. <세 강도>의 세 강도 아저씨와 <고 녀석 맛있겠다>의 티라노사우루스는 약하디 약한 아이의 말을 경청합니다. 그 경청으로부터 운명이 달라지죠.

아이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아직 영글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에 비해 어른들은 영글었을 뿐이죠. 에너지의 양과 그 잠재성에서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이야기 중에서 앞 못보는 장님이 앉은뱅이를 업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 남녀가 있고 음과 양이 있는 것처럼 아이와 어른은 한 팀입니다. 한 개의 그림책을 소개하는 것보다 두 개의 그림책을 짝지어 소개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어른이 어른의 생각으로만 사는 게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변화라는 것은 결국 어른과 어린이의 팀웍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입니다. 세 강도 아저씨와 티라노 아저씨가 돋보이는 까닭은 어린이의 말을 듣고 방법을 바꾼 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거나 지식이 많은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저도 그랬죠. 그런데 주소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린이의 말을 재해석해 미래의 에너지로 삼는 것이야말로 참된 어른의 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래의 에너지는 어린이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미래가 불안하고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나요? 그렇다면 아래를 보세요. 옆과 위만 보면 박탈감 말고 느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아래를 보면 달라집니다. 용기와 힘, 그리고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보고 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두 그림책을 보면서 저도 비로소 달라질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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