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김태환 전 지사 새누리 선대위 중책 맡아 ‘사활’...원희룡 지사도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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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근민 전 지사(왼쪽)과 김태환 전 지사. 둘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전폭 지원했으나 새누리당은 제주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 제주의소리DB

이른바 ‘제주판 3김(金)’의 두 축인 우근민, 김태환 전 제주지사도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4.13총선 개표 결과 두 전직 지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새누리당 후보들이 완패했다. 

제주시 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후보가 새누리당 양치석 후보를, 서귀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가 새누리당 강지용 후보를 각각 여유있게 눌렀다. 

제주시 을에서만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와 새누리당 부상일 후보가 대접전을 펼쳤으나, 승리는 오 후보에게 돌아갔다. 

우 전 지사와 김 전 지사는 3월25일 닻을 올린 새누리당 제주도당 선거대책위원회(제주도민 승리위원회)에 상임고문으로 참여했다. 둘은 이후 중앙선대위 지역발전본부장으로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평소 교류가 없는 것은 물론, 일정한 거리를 둬온 것으로 알려진 두 전직 지사가 4.13총선을 계기로 모처럼 뭉치는 구도가 형성됐다.

두 전 지사의 측근들도 어김없이 행보를 같이했다. 대부분 공무원 출신이다.  

김 전 지사는 선거사무소 말고도 거리 유세장마다 얼굴을 드러내며 ‘열혈 지지자’를 자처했다. 특히 자신을 ‘정치적 스승’처럼 따르는 양치석 후보에겐 더욱 각별하게 대했다. 김 전 지사와 양 후보는 과거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나란히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반면 우 전 지사는 공개 석상에 대놓고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측근들을 통해, 퇴임 후에도 건재한 것으로 알려진 조직을 가동해 새누리당 후보를 적극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두 전 지사는 상대 후보 또는 상대 진영으로부터 “자중하라” “제발 그만하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전 지사를 등에 업은 후보에게도 “구태정치” “혼자서는 자신 없나”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특히 두 전직 지사의 극성스런 행보에 지역 정가에서는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가 전직 지사들의 세 과시 무대로 변질됐다는 냉소가 이어졌다. 차기 도지사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이색 분석까지 나왔다.

여기에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원희룡 마케팅’을 적극 펼칠 당시 비판에 직면한 원희룡 지사가 문제될게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그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두 전직 지사와 현직 지사까지 한편에 선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주지하다시피 두 전직 지사는 신구범 전 지사와 함께 20년 가까이 제주사회를 쥐락펴락 하면서 온갖 갈등을 잉태한 장본인이다. 특히 내편네편으로 갈린 공직사회의 폐해가 컸다. 

2년전 원 지사의 선거 승리는 이런 폐단을 제발 끊어달라는 도민들의 염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취임 당시 스스로도 갈등을 없애겠다고 선언해놓고, ‘엉뚱한 판’에서 극복(?)해야할 대상과 이심전심 의기투합한 셈이 됐으니 도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그러나 해는 이미 기울었다. 오히려 전직 지사들이 측근들과 함께 보폭을 넓힐수록 염증을 불러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 결과를 구태정치에 대한 준엄한 심판으로 해석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편을 갈라놓고 ‘그들만의 리그’를 즐겼던 과거 행적을 따지자면 자중해도 모자랄 판에 두 전직 지사가 무슨 염치로 선거판에 끼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도민들은 현명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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