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14) 고양이가 ‘쿨’하다는 말은 옳다

고양이는 나와 상극이라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을까? 아마 내가 쥐띠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였을거다. 엉뚱하고 우스운 얘기이지만, 꼬맹이 시절 어떻게 된 일인지 쥐띠는 전생에 쥐였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고양이만 보면 도망가고 피하기 바빴다. 꽤 오랜 시간동안 나의 지적수준은 바뀌지 않았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인지 강아지, 개들에게는 눈길이 가도 고양이는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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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포획되었을 당시 하루(좌), 7개월 된 하루(우). 당신이라도 빠지지 않겠는가? 이 모습에.ⓒ 김란영

그런 내게 ‘하루’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게 되었다. 정신없이 허겁지겁 상황을 마무리하니 내 손에 조그만 고양이가 남아있었다. 허걱! 애를 어쩐다. 나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구. 근데 애를?

일단 상자에 담아 차에 두고 화장실 등 기본 물품을 구입하면서도 ‘나는 키울 수 없어’라는 생각만 했다. ‘그럼 누구에게 애를 맡기지?’ 계속 움직이면서도 머리 한쪽에서는 누군가를 떠올리려 애썼다. 집에 도착하고 화장실에 모래를 부으면서도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일 순위 친구에게 거절당하고 다음은 또 막내 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종종 유기견을 입양하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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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온 첫 날. 빼꼼히 내민 얼굴이 귀엽기도 하고, 한창 엄마를 찾을 나이라 애처로움이 더하다. 고양이의 모성애는 놀라우리만큼 강하다. 새끼 고양이가 혼자 있다고 함부로 포획하지 말아야 한다. 엄마 고양이는 분명 근처 어딘가에 있다. ⓒ 김란영

내가 키우기 싫어서 보낸다는 내색은 절대 금물 그래서 더 당당한(?) 목소리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은 황당해 하며 고양이는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일단 키워보라 했다. 세상 태어나 좋은 일 하나쯤 해야 된다며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그래도 안 먹힌다. 그럼 사료 값 등 필요한 물품은 내가 준다고 했다. 약간 흔들리나?

키우기 쉽다고 했다.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독립적이어서 손이 안 간다고 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다. 그럼 본인이 키우지 내 양심은 말하지만 한쪽에서는 ‘넌 고양이를 싫어해’라며 눈을 딱 감았다. 마지막으로 일단 키워보고 안되면 다시 데려온다 했다. 완전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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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한 발톱을 보라. 물건을 집고, 벽을 타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진다. 졸음이 몰려오는지 입을 쩍 벌리며 금세 잠을 청한다. 잘도 놀고, 잘도 잔다. ⓒ 김란영

고양이 물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동생 집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찜찜한 마음으로 동생에게 하루 소식을 물었다.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래도 애들은 좋아한다고 한다.

며칠 지나 동생에게 전화하니 발톱으로 아이들을 할퀸단다. 애들이 무서워해 베란다에 두고 있다며 난처해하는 목소리다. 준비도 안 된 동생에게 덜컥 맡긴 미안함과 고양이가 느낄 외로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바로 하루를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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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의 단짝 청아. 어린 하루를 누구보다 아끼며 돌본다. 마치 하루의 엄마처럼 가려운 귀, 얼굴 구석구석을 핥아 준다. ⓒ 김란영

첫 날은 조용히 있더니 이곳이 머물 곳이라는 생각을 하자 침대 위를 날라 다닌다. 적응이 안 된다. 고양이 소리에 강아지들은 소리치기 바쁘다. 밤에는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라붙는다. 영 어색하다. 살짝 밀쳐내면 더 딱 달라붙는다. 동생 집에 두고 그냥 모르는척할 걸 후회도 했다. 생각보다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 하기야 아직 아기가 아닌가.

사실 말은 그렇지만, 보호소 첫 만남에 요 꼬맹이가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엥? 고양이가 이렇게 이쁘고 귀여웠나? 이 조그만 공간에서 한 달을 지내다니. ‘하루’라는 이름을 만들 때도 그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밀어내기 바빴지만 다시 내게로 돌아온 이상 첫 마음을 다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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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소의 하루, 이 좁은 공간에 한 달 동안 있었다. 첫 만남에 요 꼬맹이가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 김란영

고양이가 개보다 돌보기가 쉽다는 사실은 오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내 무릎에 잠시 있다 휙 가버린다. 불러도 시큰둥이다. 가끔은 나를 나무라는 듯한 표정에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마저 한다. 거리를 유지하는 녀석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사랑을 구걸하게(?) 된다. 역시나 고양이는 ‘쿨’하다는 말이 맞다.

얼굴은 여전히 아기 같지만 몸집은 그 사이 많이 자랐다. 이제는 날렵한 움직임이 매력적이게 다가온다. 물그릇에 큰 먼지가 있으면 앞발로 슬쩍 걷어내기도 한다. 특히 유난스레 자신의 몸을 깨끗이 정성껏 단장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지저분한 걸 싫어하는 눈치다. 그래서 더 바지런히 청소하게 된다. 전형적인 집사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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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지금도 노트북을 살포시 지르밟고 한 글자씩 오타를 만들고 총총히 사라진다. ⓒ 김란영

하루와 함께 있으면 항상 평온하다. 들뜬 마음은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머리는 어느새 안정을 찾는다. ‘그르릉’거리는 진동에 기분이 좋아진다. 무슨 묘약이라도 갖고 있는지 말이다. 내 마음을 녀석은 일찌감치 눈치를 챘는지 가끔은 거만한 표정을 날린다. 

영락없이 초보 집사가 되는 순간이다. 김.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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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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