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⑩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성장의 한계』 / 박경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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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성장의 한계』 김병순 역, 갈라파고스. 2012년 30주년 기념 개정판.
지난 2014년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서면서 “더 큰 제주”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국 대비 인구 1%, 국회의원 수 1%, 경제 규모 1%, 예산 규모 1%의 한계를 넘어 더 큰 제주를 제주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키워서 만들겠다는 저간의 지경 담론들이 뭉뚱그려진 도정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슬로건은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아니면 미래에 대한 부실한 진단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터무니없는 기대가 과하거나 둘 중의 하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더 큰”은 우선적으로 경제를 기초로 하는 사회총량의 양적 확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증가, 경제 규모의 확대, 관광객 수의 증가,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의 투자 확대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성장을 전제로 하는 일이다. 즉, 이는 제주의 미래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비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될까? 이러한 성장주의는 그동안 자본주의 세계화의 동력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세계사의 전면에 나선다. 폐허의 유럽에게는 전승국의 맹주이면서 우방이자 원조국으로서, 유럽자본주의 국가들의 강력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한다. 소련 역시 세계사의 전면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한다. 미국과 소련은 세계적 차원에서 세계를 두 개의 진영으로 재편한다. 동서냉전의 시작이다. 소위 사회주의진영과 자본주의진영의 블록 형성된다. 전전의 국제질서를 완전히 재편한 미·소는 이념과 상관없이 강력한 성장주의 발전을 추구한다. “더 큰”의 욕망과 발전시스템은 양자 공히 추구했던 발전의 모델이었다. 체제의 경쟁은 성장주의의 경쟁이기도 했다. 그 결과 자본주의 진영은 석유자원을 기반으로 미국 주도의 비약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확대시킨다. 사회주의 진영 역시, 블록 내의 경제성장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시키는데 앞장서지만 결국 1985년 페레스트로이카로 대변되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으면서 결국 사회주의 블록의 몰락의 길을 가고 만다. 

냉전 블록의 와해 이후인 1990년대 이후 고삐 풀린 자본주의는 여전히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주도하에 세계적 차원에서 자원 활용과 국경 없는 자본주의 시장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무한성장을 지속해왔다. 물론 이 세계화의 동력은 석유였다. 값싼 석유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문명은 2000년대 이후 누적되어 온 고도성장의 또 다른 유산인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차원의 자연의 역습에 직면한다. 또한 동시에 1980년대 이후 새롭게 확대된 현대의 금융자본주의는 금융과 자본 시장의 통합성을 높였지만, 금융 부문의 과도한 팽창으로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2008년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게 되며, 2016년 현재에도 세계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성장주의의 신화는 이제 없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고도성장의 상승그래프를 그리다 나락으로 떨어진 한국자본주의의 최초의 경험이었던 IMF경제위기는 한국의 성장주의 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한 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값싼 석유문명의 물질적 풍요의 대가는 이제 문명적 차원에서 인류가 적응해야 할 혹독한 미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세계는 어떠한 가시적인 조처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제주”라는 21세기 제주도정의 슬로건은 여전히 제주 미래를 위한 노둣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제주를 위해 신공항이 필요하고 크루즈관광의 확대를 위한 신항이 필요하고 중국자본의 투자확대가 불가피해진다. 제주 경제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인구도 100만 정도는 되어야 한다? 적어도 가시적으로는 부동산 광풍과 중국자본의 투자확대, 급격한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제주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 어렵지 않게 사람들은 “관광객 2천만 시대를 준비하자!”,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신공항 조성은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는 등 “더 큰 제주”는 불가역적 지상 목표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어떤 정치인도 신공항조성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신공항이 마치 제주발전의 동인처럼 되었고, 절대선 또는 필요악이 되었기 때문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그 표의 주인들의 환상을 깨는 일은 어려운 일이며, 그것은 마치 현실정치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더 큰”이라는 인간의 욕망, 제주의 욕망 앞에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다. 바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다. 이 책은 세상은 그저 무럭무럭 자라기만 할 것이라는 착시효과가 지금보다 더 가시적이고 절대 진리처럼 보이던 시대에 쓰여진 것으로 출간된 지 벌써 45년이 되는 꽤 오래된 책이기도 하다. 여타의 미래학의 도서들과 달리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하는 보기 드문 미래학의 고전이기도 하다. 바로 이 책에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과연 “제주는 더 커질 수 있을지”의 미래를 진단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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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맨 왼쪽이 1972년 발간 당시의 초판본 표지, 가운데는 초판 출간 3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이다. 30년 전 저자들이 처음 분석한 내용들 가운데 핵심 부분을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관련 데이터와 지식들을 두루 훑었다. 이로써 가장 최근의 자료들까지 업데이트했다. 맨 오른쪽은 2012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개정판의 번역판 표지(2012.1.10./갈라파고스 출판사)

1968년 이탈리아의 기업인 ‘아우렐리오 페체이(Aurelio Peccei)’는 급속한 공업화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뜻을 같이하는 30명의 저명한 학자와 사회 지도층을 모아 ‘로마클럽(The Club of Rome)’을 결성했다. ‘로마클럽’이라는 명칭은 1968년 4월 로마에서 첫 회의를 가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클럽은 현재도 저명한 학자들과 기업가, 전·현직 유력 정치인 등 52개국 100여 명의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참여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세계적인 비영리 비정부 연구기관이다. 

이 클럽은 1970년 6월부터 출범 직후 시작한 최초의 사업으로 ‘인류의 위기적 상황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과제는 ‘인류가 특정 정책들을 따르면 향후 130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것이었다. 클럽은 이 프로젝트를 미국 ‘MIT공대’의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에게 맡겼고, 그는 ‘데니스 L 메도우즈(Dennis L. Meadows)’를 리더로, ‘도넬라 L 메도우즈(Donella L. Meadows)’를 주 저자로, ‘요르겐 랜더스(Jorgen Randers)’와 ‘윌리엄 베른 3세(William W. Behrens Ⅲ)’를 공동연구자로 삼아 구성된 연구팀인 ‘시스팀즈 다이내믹스 그룹(‘Sys­tems Dynamics Group)’에 맡긴다. 연구진은 2년에 걸쳐 이 연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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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한계》 연구 당시의 참여진. 왼쪽에서부터 요르겐 랜더스, 제이 포레스터, 도넬라 메도우즈, 데니스 메도우즈, 윌리엄 베른 3세.

이들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은 모든 데이터와 이론들을 통합하기 위해 구축한 ‘월드 3’라는 컴퓨터 모형이었다.(이 모델의 기반을 만들어낸 사람은 MIT의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 교수’로 그는 이 모델들이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역학모델링 방법’을 고안한 창시자다.) 이 연구그룹은 12개의 세계모형을 바탕으로 100년의 미래를 예측했는데, 당시 “지금과 같은 추세로 세계인구와 산업화, 오염, 식량생산, 자원 약탈이 변함없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앞으로 100년 안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인구와 산업의 생산력이 가장 먼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급락할 것이다.”라고 결론에 다다른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972년 ‘로마 클럽’에 제출하게 되는데, 이 보고서가 《인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 보고서》이며, 연구자들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이 바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인 것이다. 

발간되자마자 이 책의 결론인 “100년 안에 인류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고 몰락의 길을 갈 것”이라는 예측은 매우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책이 된다. ‘로마클럽’은 그 덕에 일거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기도 한다. 특히 발표 이듬해인 1973년 발생한 제4차 중동전으로 인한 오일쇼크는 성장주의 담론에 제동을 걸면서 고도성장과 환경파괴에 대한 비관적 조류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라는 한권의 책의 미래는 평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담았기 때문이다. 성장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진실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발간 이후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자본가들과 공생관계인 전문가들에게 숱한 비난과 표독스런 입과 펜의 타깃이 되어야 했다. 

《성장의 한계》는 당시 자본주의 고도성장의 시대에 찬물을 끼얹는 불쾌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성장우선주의의 정책을 추종하던 국가들의 정책담당그룹이나 그들과 연결된 이론가들에게는 믿고 싶지 않은, 달갑지 않은 이론이었으며 고도성장의 파티장에 초대되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고도성장의 시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들의 결론은 다양한 각도에서 공격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책은 우파 성장주의 이론가들에서뿐만 아니라 좌파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는데, 서구 산업자본가와 다국적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로마클럽이 위기의 원인을 인구성장 탓으로 돌려 자원약탈, 식량독점과 같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은폐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공격은 이 보고서의 비관적인 결론이 연구과정에서 부정확한 가정과 불완전한 자료가 입력되어 분석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점에 집중되었다. 특히 ‘오일쇼크’가 잦아들고 다시 석유생산량이 더욱 증대하면서 《성장의 한계》의 예측은 틀린 것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또한 가장 먼저 고갈될 자원으로 동선의 재료인 구리를 꼽았으나, 광섬유가 등장하면서 구리는 고갈되지 않았다. 결국 이 책의 예측은 틀린 것이 되고 만다.  

당시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허먼 칸(Herman Kahn)과 그가 이끌던 ‘허드슨 연구소’는 그 당시 문제적 저작으로 이목을 끌었던 폴 에를리히(Paul Ehrlich)의 《인구폭탄》(1968), 개럿 하딘(Garrett Hardin)의 《공유지의 비극》(1968) 등 환경생태주의 초기 저작들을 ‘종말론적 에세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반박하는 데 앞장섰다. 우파 성장주의 미래학의 전도사인 그는 “우리는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기술만으로 100년 동안 전 세계 150억 명을 1인당 2만 달러 수준으로 생활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도 그렇다는 말이다.”라면서, 이들의 비관적 예측을 극단적 낙관주의 전망으로 공격했으며, 경제학자이면서 자유시장 환경결정론자였던 ‘줄리안 사이먼(Julian Lincon Simon)’은 “일이백 년 안에 대다수 인류는 오늘날 서구인들이 누리는 생활수준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삶을 누릴 것이다.”라며 이들의 이론을 공략했다. 지금은 정말 웃기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 이들의 예측은 당시에는 먹히는 과학적 이론이었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성장의 한계》의 이론적 유효성을 상실하게 하게 한다. 특히 성장주의자들이 득세하던 시대에 이 책은 잘못된 행성에 떨어진 운석 조각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도 틀리길 바랐던 미래예측은 서서히 부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00년 미국 텍사스의 에너지산업전문투자은행인 ‘사이먼스 앤 컴퍼니 인터내셔널’의 CEO인 매튜 사이먼스((Matthew R. Simmons)는 《성장의 한계》를 ‘존중할 만한 분석’으로 인정하면서 이 책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 1972년 이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그는 그것을 석유와 가스 생산에서 미래에 발생할 병목현상을 경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판단은 4년 후 미국에서 가스가격이 폭등하면서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5년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비밀(원제: Twilight in the Desert)》이라는 ‘오일피크’에 관련된 중요한 저서를 출간한다.

2008년에는 ‘호주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의 그레이엄 터너(Graham Turner)가 실제 현실세계가 《성장의 한계》에서 사용한 월드 3 컴퓨터의 ‘표준 구동 결과(1972년부터의 현상유지 시나리오)’를 따른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성장의 한계》의 시나리오 예견이 틀리지 않았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이는 《성장의 한계》의 복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012년에는 영국의 권위 있는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가 폭넓은 과학계 인사들에게 《성장의 한계》가 겪은 추락과 부활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문제적 저작 부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그러나 책의 예측이 옳았다는 것은 사실 인류 전체에게는 매우 불행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성장의 한계》에서 ‘월드 3’이 제시한 12가지 가상시나리오는 인구증가와 천연자원의 사용이 다양한 한계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고갈 가능한 천연자원이나 산업과 농업에서 방출되는 배기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지구의 한정된 수용력과 같은 지구의 물질적 한계에 맞추어 분석했다. 그 결과 ‘월드 3’은 21세기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지구의 물질적 성장이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현대사회의 문명은 인구가 증가하고 물질 자본이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제약요소들이 상호 작용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에 봉착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점점 더 많은 자본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용되는 자본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마침내 세계는 더 이상 산업 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 식량이나 서비스, 여러 소비 분야와 같은 경제영역에서도 더 이상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 이러한 영역들이 성장을 멈추게 되면 인구성장 역시 멈추고 만다는 것이다. 즉, ‘성장이 종말’을 맞는 것이다. 이러한 종말은 인구가 감소하고 행복이 쇠퇴하며 전 세계 시스템의 통제 불가능한 와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성장의 한계》의 요점이다. 

‘호주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의 그레이엄 터너(Graham Turner)가 2008년 발표했던 <성장의 한계 30년 뒤의 평가(A Comparison of the Limits to Growth with Thirty Years of Reality)>에서 제시한 그래프가 주목을 받는다. 

1972년 판 《성장의 한계》는 1900년부터 1970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1970년부터 2100년까지의 인구, 식량, 산업생산, 오염 그리고 재생할 수 없는 에너지의 추이를 예측한 것이었다. 그레이엄 터너는 1970년부터 2000년까지의 데이터를 로마클럽의 예측 데이터와 비교했고, 30년 동안의 예측이 맞았는지 검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40년 전 저자들의 예측치와 거의 일치한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음의 그래프는 1972년 출간 당시의 예측 그래프다. 세계인구, 비재생가용자원, 1인당 산업생산물, 1인당 서비스, 환경오염 등 다섯 항목에 대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조사를 거쳐 그것들이 향후 2100년경까지 어떻게 증감 추세를 드러낼지 그려 보여준 게 이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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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그래프.
이 그래프에서 보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성장주의에 기반을 두어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해 갈 때, 적어도 그래프에 표시된 2050년의 어느 지점, 빠르면 2030년 어간에 성장은 한계에 이른다. 아니, 이미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으며, 지금은 붕괴에 의해 스스로 중단되어야 하는 초과 한계 영역에서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놀랍고도 끔찍한 데이터를 보면서도 많은 이들은 남의 이야기 같을 것이며, 또한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현재 각자 처한 상황이 얼마나 차별적이라 하더라도 저 그래프가 그리는 곡선의 현재에 포함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가장 현실적이라 느끼는 일상의 모든 것이 실은 저 비현실적인 그래프의 곡선 안에 있다. 《성장의 한계》는 이 붕괴의 시나리오로 가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들은 지속 가능성의 발견보다, 지속 불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고 40년 동안 지구의 중요한 국가정책 담당자들과 영향력 있는 지성인들은 결코 그들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들 연구진의 연구가 올바른 것이었음이 증명되었다. 그의 연구결과 《성장의 한계》가 예측한 추세가 단순히 예측이 아니라 결국 실제로 현실화되었다. 저자들이 원하지 않았던 미래예측은 결국 실증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에 근거할 때, 그래프의 나머지 시간대들 역시 현재대로의 추세라면 앞으로 현실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이제 《성장의 한계》에서 제시한 예측한 값은 저자들의 주관적 수치가 아니라 장차 인류사회가 실제로 직면할 상황을 미리 예견해주는 유효한 자료가 된 것이다. ‘그레이엄 터너’는 이 발표에서 “이러한 결과는 매우 분명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길을 가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과 《성장의 한계》의 증명된 예측결과는 불행히도 인류가 파멸의 길을 가고 있음을 확고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3월 1일 ‘로마클럽’과 미국의 ‘스미소니언협회’는 공동으로 《성장의 한계》 출간 40주년을 기념하여 ‘생물종다양성 세계에 대한 이해와 지속(Understanding and Sustaining a Biodiverse Planet)’이라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세계의 저명한 학자, 전문가, 언론인들 그리고 이 책의 생존 저자들(주 저자인 도넬라 L 메도우즈는 2002년에 타계했다.)이 참석했는데, 데니스 메도우즈는 ‘지속 가능한 개발은 너무 늦었다’를, 요르겐 랜더스는 ‘성장의 한계를 촉진한 지난 40년간의 교훈들’이라는 제하의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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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 청년들이 이제 노신사가 되어 강연장에 섰다. 하지만 그들이 바랐던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변화에 대처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상황에 대해 분노할 뿐이었다.
이 두 발표는 모두, 성장의 한계 발표 후 40년에 대한 인간의 근시안적 안목과 눈앞의 욕망의 그물에 가려 여전히 성장 추구에 빠져 때를 놓쳐버린 안타까움에 대한 저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들이었다. 여전히 성장주의를 지속하면서 인류의 산업 및 소비생활의 규모는 150% 이상 한계를 초과한 상태이고, 인류가 지속 가능한 시대를 만들 수 있던 시기는 이미 1980년대에 지나갔으며,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는 매우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 제주는 “더 큰 제주”를 원하고 있고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할 것이다. 또한 70년대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이 책을 타깃으로 삼았던 공격자들과 같이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40년 만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세상에서 다시 공인 받았다. 그리고 우리도 그 세상의 일원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한번쯤 정독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 박경훈 화가

민중미술가, 문화운동가

전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전 제주민예총 이사장

현 도서출판 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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