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후유장애인 김봉임씨…정부는 “의료지원비 필요 없다”

“아이고 너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11일 제주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수술을 받은 후 현재 입원 치료중인 김봉임 할머니(72·대정읍 하모리).

그는 19일 전혀 예상치 못한 이성찬 4.3유족회장을 비롯한 4.3후유장애자 대책위원들의 병문안을 받고는 연신 “고맙습니다”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지난 50여년간 겪어 왔던 말 못할 고통을 함께 해 준 대책위원들에게 건낼 수 있는 말은 오직 ‘고맙다’라는 말 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난 세월의 아픔이 컸던 까닭이었을까. 야윈 몸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 눈짓 하나 하나에는 50년의 한이 그대로 배어나왔다.

김봉임 할머니는 애띤 열 여섯 처녀시절에 4.3을 맞았다. 김 할머니는 1948년 고향인 한림읍 금악리 그녀의 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토벌대들에 의해 온 몸이 칼과 창으로 난도질 당했다. 팔과 다리, 목, 엉덩이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온 몸에 칼과 창으로 난도질…50여년 상처 장기까지 썩어 들어가

지난 50여년동안 그녀는 온 몸 곳곳에서 고름이 나오는 고통을 겪어 왔으나 모든 4.3후유장애자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김 할머니 역시 혼자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0여년간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아 온 탓에 김 할머니 둔부의 곪은 상처는 몸 속 장기까지 연결돼 썩어 들어가고 있었고 결국 지난 11일 제주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을 잘 끝났으나 워낙 상처가 깊었던 탓에 김 할머니는 앞으로 한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단 한푼의 의료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당시 지정병원에서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김 할머니는 그러나 "진단 과정에서 X-ray 촬영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김씨의 상처는 담당 공무원의 자실 조사서에서도, 지병원의 진단서에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를 의료지원금이 필요 없는 ‘서류상 후유 장애자’로만 인정됐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 불필요'…후유장애인들이 치료비 모아 전달

이날 김 할머니를 병문안 한 4.3 후유장애자 대책위원들은 십시 일반 모은 치료비를 김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몸 건강히 오랫동안 살아 계셔야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정부가 해야 할 몫을 정부는 외면하고, 후유 장애자 스스로가 도와가는 실정이다.

이날 병원을 함께 찾는 고태명 대책위 공동대표(74·구좌읍 동복리)도 마찬가지인 실
▲ 고태명 대표는 50년전 당한 고문과 폭력이 흔적 속에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다.

정이다. 4.3당시 경찰에 붙들려 두 달 반 동안 전기고문과 구타를 시도 때도 없이 당해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의 몸에는 피멍이 맺힌 상처 자국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으나 고 대표는 후유장애자 대성에서 제외됐다. 그는 매일같이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 최근에는 의료보험 치료기간이 초과돼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100만원을 환급해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지원은 커녕 이제 오히려 치료비 때문에 빚을 내야 하는 처지다.

고태명 대표는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 뭘 합니까. 후유장애자들은 온 몸에 고통을 느끼며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겨우 잘 수 있는 실정인데 서류로만 심사해서 치료비가 필요없다니…얼마나 책상 행정입니까”라며 분개해 했다.

후유장애자에 대한 외면은 국가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

4.3후유장애자 문제를 처음 제기한 김동만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너무나 부끄러운 이야기다. 150명도 안되는 후유장애인 문제 하나 해결 못하면서 어떻게 정부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김동만 집행위원장은 “후유장애인은 너무나 시급한 문제이다. 벌써 7명의 후유장애인들이 돌아가셨고, 지금도 어떤 분이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면서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또 한번 죽이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제발 법정투쟁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직무유기 고발로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기까지 썩어 수술 받은 환자에게 어떻게 치료비가 필요 없다고 할 수 있느냐. 이는 국가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4.3중앙위원회 후유장애자 김기범 담당은 "김봉임 할머니인 경우 향후 치료비 추정서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 최근 3년간 진료비 내역을 확인했으나 이 역시 없어 향후 치료비를 산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고태명씨인 경우 의사소견서 자체가 '특이 소견'이 없어 후유장애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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