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대장정 마감...<거미의 땅> <러브 오키나와>, 강정평화영화상 영예

영화를 통해 강정과 평화를 만나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6일 폐막했다.

강정마을 의례회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성원 속에 오후 7시 열린 폐막식은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의 멤버 이기용이 만든 스왈로스(Swallow)의 축하공연, 공동조직위원장 인사말, 영화감독들의 평화선언문 낭독, 강정평화영화상 시상식, 강정평화영화학교 우수작 발표, 폐막작 <우리 승리하리라>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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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폐막식이 26일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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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말 중인 김성환(왼쪽), 고권일 공동조직위원장. ⓒ제주의소리

고권일 공동조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안보는 단순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활동만 해당되지 않는다. 상대를 껴안고 손잡는 것이 진정한 안보이고 평화다. 영화제가 강정에서 열리면서 동아시아 지역 전쟁 발발의 위기가 1%는 줄어들지 않았겠냐. 제주해군기지보다 강정마을이 훨씬 더 평화에 기여하고 국가안보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정마을이 우리나라 평화 중심, 안전 보장의 중심이 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또 “해군의 구상권 청구로 인해 강정 주민들은 가슴 졸이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걱정해주시는 마음 잘 받고 있다.  끝까지 꿋꿋하게 이겨내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양윤모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제는 몇몇 지명도 있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전국,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가 하나가 돼서 만든 영화제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통해 시민의 힘을 확인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감독들이 낭독한 평화선언문에는 작은 영화제가 강정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란 희망과 기대가 담겼다.

이들은 “우리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제주도의 명실상부한 첫 번째 국제영화제로서, 나아가 한국에서 첫 번째 평화영화제로서 고통의 역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아름다운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제주도가 진정으로 평화로운 섬이 되도록, 그리해서 한반도가 세계평화의 중심이 되도록 영화로 발언하고, 문화로 소통하며, 예술로 행동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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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폐막식 축하공연을 맡은 인디밴드 스왈로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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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감독들이 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1회 영화제를 대표하는 작품에 수여되는 강정평화영화상에는 <러브 오키나와>(감독 카게야마 아사코·후지모토 유키히사), <거미의 땅>(김동령·박경태 감독)이 선정됐다. 두 작품을 연출한 감독들에게는 영화제 명예조직위원장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제공한 상금 각각 250만원이 수여됐다. 

또 영화제 기간 동안 열린 강정평화영화학교 참가자 가운데 엄문희 씨가 기획한 <너영 구럼비영>에 기획개발비 100만원이 지급됐다. 영화학교 참가자 5명이 만들 작품은 내년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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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평화영화상을 수상한 <러브 오키나와>의 감독 카게야마 아사코(맨 오른쪽)·후지모토 유키히사(가운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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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이 노래 '오키나와를 돌려다오'를 부르고 있다. 강정주민 김종환 씨(가운데 흰색 모자)도 함께했다. ⓒ제주의소리

<너영 구럼비영>은 강정에서 평화운동과 함께 생태적 삶을 살며 공동체를 꾸려가는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는 이야기다.

폐막작 <우린 승리하리라>는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투쟁을 오랜기간 벌이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폐막식 평화선언문


모다들엉, 평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폐막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제주도의 조그만 마을 강정에서 시작된 평화가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갈 것임을
믿으며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수많은 제주도민과 시민들의 힘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감동스러운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첫 번째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통해 해군기지가 지어진 강정마을에
조그만 평화의 나무를 한 그루 심었습니다. 이제 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숲이 되고 곶자왈이 돼 모든 생명이 어울려 살아가는
평화의 큰 그릇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가꿔나가고자 합니다.
영화제에 참여한 시민 모두가 산이 되고, 물이 되고, 숲이 되고, 바람이 돼 
저 장벽을 걷어내고 드넓은 세상에서 만나길 소망합니다.

우리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제주도의 명실상부한 첫 번째 국제영화제로서,
나아가 한국에서 첫 번째 평화영화제로서 고통의 역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아름다운 축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제주도가 진정으로 평화로운 섬이 되도록,
그리해 한반도가 세계평화의 중심이 되도록 영화로 발언하고,
문화로 소통하며, 예술로 행동하고자 합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드리운 갈등과 폭력 그리고 전쟁의 그림자를
말끔히 걷어내기 위해서 세계 시민들과 손잡고 평화영화제를 꾸려나갈 것입니다.

사무친 원한도, 끓어오르는 분노도, 끝없는 증오도, 거추장스럽던 무기도
이제는 내려놓읍시다.
함께 둘러 앉아 어두운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반짝이는 빛의 향연에 온몸을 내맡깁시다.
뜨거운 눈물과 환한 미소야말로 우리가 일궈나갈 평화입니다.

2016년 4월 26일 강정국제평화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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